돈, 영화를 만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2006)은 중학생 박현서(고아성 역)가 한강에서 괴물에게 납치당하는 황당한 사건으로 시작돼요. 현서와 함께 있던 가족 네 명은 괴물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로 격리 당하는 데요. 현서를 구하기 위해 병원 탈출을 감행하다 각각 현상금 2천만 원에 수배됩니다.
- 뚱게바라 : 어떡하지? 박남주(배두나 역) 힘들겠는데? 진짜 모르는 거 같아요
- 형사 1 : 그럼 일단 박남일(박해일 역) 먼저 처리하죠
- 뚱게바라 : 그런데 박남일, 도망 천재니까 신경 좀 쓰셔야 돼요.
영화 후반 남일은 대학 선배 뚱게바라(임필성 역)의 도움으로 통신사 건물에 들어가 현서의 핸드폰 위치를 추적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는 형사와 결탁한 뚱게바라의 함정. 현상금 때문에 남일을 노리고 있던 것이죠. 위기에 처한 남일은 정전을 일으켜 가까스로 그 자리를 탈출합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만약 남일이 잡힌다면 형사와 협력한 뚱게바라가 현상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을까요?
먼저, 현상금은 자금 출처에 따라 ‘민간 현상금’과 ‘정부 현상금’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지상파 방송을 통한 수배까지 이뤄지는 것을 보면 현서 가족에게는 ‘정부 현상금’이 걸린 것이 분명합니다. 정부 현상금의 공식 명칭은 ‘신고 보상금’으로 매년 어느 정도의 예산을 적립해두다가 특정 사건이 생겼을 때 사용하고 있어요.
- 뚱게바라 : 그런데 이거 현상금요, 세금 얼마나 떼죠?
- 형사 2 : 아, 현상금은 비과세 기타 소득이라서 세금 자체가 아예 없어요
뚱게바라 일당이 남일을 잡는다면 현상금 2천만 원 전액을 그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소득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라 현상금을 비과세소득으로 보기 때문이에요.
'사설 현상금', '민간 포상금' 등으로 불리는 민간 현상금은 ‘신고 보상금’과 달리 과세 대상이에요. 소득세 20%와 주민세 2%를 합해 총 22%를 원천징수합니다.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종자나 분실물을 찾는 전단지, 현수막 내용이 여기에 해당되죠.
-사람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에 현상금이?
1989년 발매된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아래아 한글 1.0'은 ‘한글 디지털화에 기여했다’라는 평가를 받아 2013년 6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죠.
문제는 지정된 프로그램 패키지(5.25인치 플로피디스크, 설명서, 박스)의 초판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는 거였어요. 구동 여부 등 상태에 따라 2천~5천만 원의 민간 포상금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것을 찾지 못했다고 해요.
뚱게바라 일당이 남일을 잡아 넘겨 현상금 2천만 원을 받았다고 가정해볼까요? 뚱게바라를 포함한 인원은 총 8명으로 쉽게 생각하면 1/n 해서 250만 원씩 나눠 가질 수 있겠죠. 그러나 뚱게바라를 제외한 7명의 신분은 형사 즉, 경찰공무원입니다. 2007년 선고된 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현상금 대상 인물을 검거한 경우에는 현상금을 지급받을 수 없어요.
자신을 믿고 따르던 후배 남일마저 눈 하나 깜짝 않고 팔아넘기는 뚱게바라가 형사들에게 자발적으로 돈을 나눠 줄리도 없겠죠. 오히려 돈을 요구하는 형사들에게 뇌물죄를 들먹이며 겁을 줄테고, 형사들도 250만 원 때문에 직업까지 잃고 싶진 않을거예요. 결국 현상금은 뚱게바라 혼자 독식할 듯합니다.
혹시 이 사건의 원흉, 괴물에게 현상금을 거는 것은 어떨까요? 사실 현상금은 사람이 아닌 동물에 거는 경우도 있어요.
본작의 괴물과 유사한 경우를 살펴보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멧돼지를 꼽을 수 있는데요. 멧돼지를 포획해서 ASF가 양성인 경우 환경부가 1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어요. 따라서 괴물에게 현상금을 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죠.
멧돼지보다 훨씬 큰 피해를 끼쳤던 것을 생각하면 괴물에게는 수천만 원 아니 수억 원의 현상금이 걸리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글 : 유튜버 <영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