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생활 가이드
<속지마, 금융사기> 시리즈
갈수록 진화하는 금융사기, 사례부터 예방법까지 알아볼까요?
최근 20~30대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요. 젊은 층은 금융 정보도 쉽게 접해 비교적 피해가 적은 세대였는데 말이죠. 날로 치밀해진 “수사 기관 사칭" 수법 때문인데요. 실제 20대 여성 고객이 당했던 사례를 자세하게 알려드릴게요.
(아래 나오는 이름과 금융기관명은 모두 가명/가칭입니다)
9월 21일 수요일
문동은(29)씨는 근무 시간에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사기범1 : 여보세요. 중앙지방검찰청 박연진 수사관입니다. 문동은씨 맞으시죠?
동은 : 네
사기범1 : 88년생 이사라씨 아시나요?
동은 : 모르는데요.
사기범1 : 이사라씨가 문동은씨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범죄에 이용했는데 알고 있나요?
동은 : 네?
사기범1 : 본인이 피해자인지 공범인지 조사해야 하는데 협조하시면 비대면으로 수사를 할 거고, 비협조시 강압수사를 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동은 : 비대면으로 할게요.
사기범1 : 곧 저희 검사님이 곧 전화하실텐데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말고 기다리세요.
곧바로 전재준 검사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기범2 : 문동은씨 사건을 맡게 된 전재준 검사입니다. 제 말대로 잘 따라오시면 피해자 입증은 문제 없을 겁니다. 일단 이 번호 카카오톡에 등록하고 지시를 따라주세요. 가장 중요한 건 타인에게 절대 발설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동은 : 네, 알겠습니다.
사기범2 : 일단 카톡으로 공문 보내드릴테니 녹취를 위해 육성으로 읽어주시고 확인했다고 말씀해주세요.
겁이 난 동은씨는 순순히 그의 요구에 응했습니다. 검사라는 사람은 “본 건은 ‘특급 안건'이라며 수사 내용을 절대 말하지 말라”면서 “발각되면 형법 127조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2,000만 원 미만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누차 이야기했습니다.
9월 22일 목요일 오전 9시
오전 12시, 자칭 검사에게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사기범 2 : 문동은씨 명의가 또 다른 범죄에 사용된 게 밝혀졌어요. 피해자 입증이 더 어려워졌네요. 일단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문동은씨 명의 계좌는 다 정지 처리했습니다.
동은 : 아, 그럼 제 계좌를 못 쓰나요?
사기범2 : 네, 혹시 출금이 되면 해당 계좌도 범행에 연루됐다는 뜻입니다.
동은 : 헉, 그러면 어떻게 해요?
사기범2 : 지금 은행에 가서 출금이 되는지 확인하고, 만약 된다면 전액 출금하세요. 그리고 수사 협조 시간 2시간을 드릴테니, 제가 말한 장소에 가서 저희와 함께 수사 중인 금융감독원 직원 분께 전달하세요.
동은 : 그럼 제 돈은요?
사기범2 : 대한민국 검찰 못 믿습니까? 문동은씨 돈은 행정자산으로 처리돼, 범죄 연관성이 없으면 모두 되돌려 드릴 거예요.
동은씨가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에 가 확인하니, 적금 계좌는 정상 상태였습니다. 곧 적금을 해지해 2,000만 원 가량을 인출했습니다.
동은씨는 약속 장소에서 만난 금감원 직원이라는 사람에게 인출한 돈을 고스란히 줬습니다.
9월 23일 금요일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사기범2 : 혹시 ㅇㅇ은행도 쓰고 계셨었나요? 이 계좌도 지금 범죄에 연루된 것 같아 수사하다 연락드렸습니다.
동은 : 네, 거기는 예금만 있어요.
일단 이 계좌도 정지 처리 해놨는데, 지난 번처럼 인출 가능 여부 확인해주시고, 인출된다면 전액 인출해서 전달해주셔야 해요.
동은 : 아, 네네, 알겠습니다.
동은씨는 정기예금 계좌의 1500만 원을 인출해 어제와 똑같이 인출 영수증과 함께 전달했습니다.
이렇게 사기범은 3500만 원을 탈취하고, 이후 대출을 받아보라는 요구도 했습니다. 동은씨는 신용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인출해 은행을 나가던 중 청원 경찰의 제지를 받았습니다. 청원 경찰과 이야기를 하다 그제야 지금까지 보이스피싱 사기였음을 깨달았죠.
수사기관 사칭 사기범의 특징은 이렇습니다.
카톡이나 문자로 조사 협조 의뢰 요청서, 고소장 등 공문서를 보내며 속입니다.
자산을 검증해야 한다는 이유로 현금 인출, 자금 이체, 대출 실행을 유도합니다.
더 이상 탈취할 돈이 없으면 피해자의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이용합니다.
본인의 전화를 끊거나 연락을 받지 않으면 강제수사로 전환 해 구속될 수 있다고 겁을 줍니다.
수사에 필요한 보안 프로그램이라며 악성앱이나 원격제어앱을 깔게 합니다.
반면 검찰 등 국가 수사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자금 이체나 현금 전달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걸겠다고 해도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습니다.
휴대전화 메시지로 서류를 보내거나 길에서 만나 서류를 주지 않습니다
수시기관을 사칭하는 전화를 받으면 이렇게 하세요!
어떤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전화를 끊으세요.
사실 여부 확인하려면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신고하세요.
혹시라도 금액을 이체했다면 해당 계좌 은행에 신고하세요. (현금으로 전달했다면, 현행 제도로는 피해금액 환급을 받을 수 없어요)
▶ 이 수법의 가장 큰 특징은 피해자가 스스로를 고립시킨다는 점인데요. 사기범이 고압적인 자세로 ‘타인에게 이 내용을 말하면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겁을 주기 때문이죠. 그런 만큼 개개인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