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돋보기
<이슈 돋보기> 시리즈
'요즘 핫한 경제 이슈' 재밌게 들여다볼까요?
쿠팡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로켓배송’. 그런데 이상하게 햇반과 비비고 만두는 로켓배송이 안 돼요. 벌써 반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데요. 다 이유가 있어요.
로켓배송은 쿠팡이 제조사에서 상품을 직매입해서 고객에게 판매하는 서비스예요. 판매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게 아니라, 쿠팡이 직접 재고를 들고 판매하니 하루 만에 상품을 배송할 수 있죠. 그런데 작년 11월, 쿠팡은 갑자기 CJ제일제당 상품 발주를 중단했어요. 로켓배송 목록에서 햇반과 비비고 만두는 사라졌고요.
사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작년 초부터 삐걱거렸어요. 문제는 마진율이었는데요. 제품이 소비자에게 도착하려면, 상품을 만드는 제조사와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유통사 모두가 자기 역할을 해야 해요. 그리고 둘은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을 나눠 가지죠. 바로 이 수익 배분의 정도를 두고 쿠팡과 CJ제일제당의 협상이 덜컹거린 거예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두 회사. 결국은 작년 말, 다음 해의 계약이 논의되던 중 판이 엎어졌어요. 두 회사는 상대방이 갑질을 했다며 서로를 탓했어요. CJ제일제당은 쿠팡이 너무 큰 마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고, 쿠팡은 CJ제일제당이 약속한 물량을 제때 납품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고 목소리를 키웠죠.
공룡급 회사의 다툼이다 보니 당연히 세간의 관심이 모였어요. 게다가 각자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거대 기업의 싸움이면 말할 것도 없죠.
■ 식품 업계 1등, CJ제일제당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레토르트 밥의 원래 이름은 ‘즉석밥’인 걸 아시나요? 하지만 햇반이 즉석밥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시장에서 햇반의 영향력은 지배적인데요. 햇반의 즉석밥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할 정도죠.
햇반이 아니더라도 CJ제일제당의 이름은 절대적이죠. 1년 매출이 30조 원을 넘어서는 부동의 1위 식품기업이고요. 알려진 브랜드만 해도 햇반, 비비고부터 백설, 고메, 해찬들, 스팸까지 한둘이 아니에요.
■ 이커머스 1등, 쿠팡
사업을 확장하며 무섭게 치고 올라온 쿠팡은 현재 이커머스 업계 1등이에요. 거래액 기준으로 네이버를 누르고 SSG를 한참 따돌렸고, 사용자 수는 업계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죠. 연간 매출도 26조 원에 이르니 CJ제일제당에 뒤지지 않는 거대 기업이나 다름 없죠.
이렇게 콧대 높은 쿠팡과 CJ제일제당이지만...
사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해요. CJ제일제당으로선 상품을 팔 곳이 필요하고 쿠팡으로선 인기 많은 CJ제일제당 상품을 팔고 싶죠. 실제로 쿠팡이 CJ제일제당 상품으로 올린 매출이 수백억 원이고, CJ제일제당은 매출의 1/3가량을 쿠팡에서 냈어요.
이렇게 수익에 직결되는 일이다 보니 얼마 안 가서 쿠팡과 CJ제일제당이 화해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죠.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싸움이 길어지고 있어요. 벌써 반년이 넘게 흘렀죠. 오히려 다툼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두 회사는 자존심을 굽힐 생각 없이 서로 심기를 툭툭 건드리며 약을 올리고 있죠.
■ 보도자료 낸 쿠팡
지난 11일 쿠팡이 보도자료를 하나 냈어요. 내용은 쿠팡에서 중소기업의 식품 매출이 대폭 증가했다는 건데요. 핵심은 "독과점 대기업이 빠지니"라는 문구예요. CJ제일제당이라고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명백하게 CJ를 저격한 부분이죠. CJ제일제당의 햇반이나 비비고가 없어도 문제없다고, 오히려 경쟁하는 중소기업이 쑥쑥 크고 있다고 말한 거예요.
■ 쿠팡의 경쟁사와 친해진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쿠팡과 경쟁하는 유통사에 손을 내밀고 있어요. 네이버부터 11번가, 티몬, 마켓컬리까지 적극적인 협업을 시도하고 있죠. 지난 8일엔 신세계 계열 유통사, 그러니까 이마트, SSG마켓, G마켓과의 콜라보 사실을 알렸어요. 협업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죠. 업계에선 CJ제일제당이 반(反) 쿠팡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 오늘의 돋보기 요약
마진율을 두고 입장 좁히지 못한 쿠팡과 CJ제일제당, 결국은 작년 말 발주 중단돼
각자가 업계 1위 기업, 서로가 의존하는 관계라 오래는 못 싸울 듯했는데...
벌써 반년 넘게 이어지는 갈등. 기싸움은 점점 뜨거워지고
이쯤 되면 두 기업의 싸움은 단순히 햇반 마진율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익을 나눠가질 수밖에 없는 제조사와 유통사인 만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죠. 커다란 파도를 일으키고 있는 고래들의 싸움, 앞으로 어떤 결말을 맞을까요?
※ 이 콘텐츠는 2023년 6월 19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비즈니스/경제 뉴스 미디어 '데일리바이트'에서 제공받아 제작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