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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돋보기> 시리즈
'요즘 핫한 경제 이슈' 재밌게 들여다볼까요?
지난 19일 한국은행(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가 또 기준금리를 동결했어요. 횟수로는 여섯 번째, 기간으로는 아홉 달 동안 동결 결정을 내렸죠. 기준금리는 한국 경제의 거울과도 같아요. 기준금리를 보면 현재 국가 경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죠. 한은의 금리 정책, 일문일답으로 알아봐요.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금리를 0.25%P씩 네 번이나 인상했어요. 금리가 무려 5.5%(상단 기준)까지 올랐는데요. 그동안 한은은 1월에 딱 한 번 0.25%P 올렸어요. 현재 금리는 3.5%. 미국에 비하면 상당히 낮아요.
한은이 인상을 망설이는 건 경기 침체를 우려하기 때문이에요. 금리를 올린다는 건 시장에 풀린 돈을 거두겠다는 건데요. 지금 상황에서 돈을 거두면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이 상당할 수 있어요. 국가 경제의 여러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거든요.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기고 수출도 올해 내내 부진한 실정이에요.
무엇보다 큰 걱정은 부동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부동산과 엮인 금융 부문, 특히 부동산 PF가 한층 부실해졌어요. 이 와중에 금리를 올린다면, 최악의 경우 부동산 시장부터 금융 리스크가 터질 수 있죠.
경기를 고려해 금리를 동결하는 건 납득이 되죠. 하지만 금리를 동결한다고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니에요. 많은 사람이 미국 기준금리와 이만큼이나 차이가 나도 괜찮은지 불안해해요. 격차가 무려 2.0%P(상단 기준)까지 벌어졌어요. 이렇게 격차가 크면 외국인 투자금이 유출되거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거든요.
한은은 아직은 버틸 만하니 안심하라는 입장.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이 지난 8월, 9월 연달아 순유출로 접어들었지만, 한은은 외국인 투자금이 움직이는 추세를 작년까지 길게 보면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봤어요. 거기다 국내 달러 시장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판단. 한은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기계적으로 따라가지는 않겠다고 해요.
한편에서는 한은이 슬슬 금리를 내릴 준비를 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나와요. 실제로 시장에선 금리 인하 기대가 퍼지며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한데요.
그러나 여러모로 금리 인하를 기대할 분위기는 아니에요. 한은의 이창용 총재는 거듭해서 금리 인하를 꿈꾸지 말라고 경고해요.
지난해부터 가계 부채가 잡히는가 했지만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거든요. 한은은 가계 부채가 더 늘어나면 금리 인상도 불사하겠다고 해요. 실제로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총재를 제외한 위원 6명 중 5명이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하죠.
물가를 봐도 금리가 내려가길 기대하긴 어려워요. 한은의 기대보다 물가 인상률이 잘 잡히지 않고 있거든요. 게다가 이달 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면서 인플레이션 불안이 커졌어요. 중동에서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국제 유가가 오르고, 물가 전반이 급등할 수 있죠.
기준금리는 시중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데요. 그런데 이상하게 한은이 금리를 여러 번 동결하는데도 시중 금리가 오르고 있어요. 최근 주요 시중 은행의 전세 대출 금리가 3%대에서 4%대로 올랐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확연히 상승했어요.
전문가들은 시중 금리가 오르는 건 미국의 영향이 크다고 말해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당분간은 고금리 기조를 이어갈 자세를 취하면서 시중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부담이 커졌거든요.
미국에서 먼저 금리를 인하하려는 시그널을 보내지 않는 이상 시중 금리가 떨어지긴 어려워 보여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 금리는 더 높아질 테고요.
■ 오늘의 돋보기 요약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도 불구하고 6번째 금리 동결한 한은
경기 침체와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금리 인상을 자제했다는데
물가 인상 압력과 가계 부채 증가세로 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어려워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건 지금 금리가 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은 아니에요. 오히려 올리지도 못하고 내리지도 못하는 처지에 가까운데요.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가 얼어붙을 게 걱정스럽고, 금리를 내리자니 물가가 다시 날뛰고 가계 부채가 터질까 봐 걱정스러운 실정이에요. 한국 경제가 여러모로 어려운 계절을 지나고 있어요.
※ 이 콘텐츠는 2023년 10월 27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비즈니스/경제 뉴스 미디어 '데일리바이트'에서 제공받아 제작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