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탐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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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예능 <여고추리반3>은 여학생 다섯 명이 미스테리한 사건을 목격한 후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을 그린다. 치밀한 논리로 범인을 추리하는 이들을 보다 보면 일상에서 마주치기 어려운 ‘탐정'에 관한 궁금증이 생긴다. 

탐정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1.3만 명

탐정은 의뢰자의 요청을 받아 증거를 수집하고, 사건을 조사하는 민간 조사원이다. 사설 형사 또는 사립 형사라고도 불리는데 이들이 하는 일은 범죄 조사, 기업 조사, 소송 자료 조사 같은 것들이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탐정의 수사는 불법이었다. ‘대륙법’을 따르는 우리나라는 검찰, 경찰만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가진다. 따라서 검찰, 경찰만이 수사에 필요한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었다.

대륙법
로마법에 기원을 둔 법률 체계. 독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 대륙의 법으로도 불리며 영미법과 함께 양대 법계를 이룬다.

‘탐정업'이 합법화된 시기는 2020년 2월. 탐정 금지 조항이 삭제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탐정은 ‘합법’ 지위를 얻었다. 

합법화 이후 탐정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몇몇 대학은 탐정 관련 학과를 신설했고, 민간협회에서는 ‘탐정사' 자격증 시험을 도입했다. 현재 등록된 탐정 관련 단체는 110곳.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약 1만 3,000명에 달한다. 
 
 

탐정이 되면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여고추리반 5인방이 탐정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이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지금은 관련 법이 상세하지 않아 업무 범위를 정확히 규정하기 어렵고, 의뢰 비용 및 성공 보수도 탐정사마다 천차만별이기에 정확한 수입을 알기는 어렵다.

다만, 참고할 자료는 있다. 2022년 한국공인탐정협회가 회원 52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7%가 월수입 300만 원 미만이라고 답변하였으며, 5.1%는 1,000 만원 이상을 벌어들인다고 밝혔다. 입지를 인정받은 일부 상위 탐정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수입이 매력적인 직업은 아닌 셈이다.

성장하는 탐정 산업

그러나 탐정 산업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 탐정보다 기업 탐정에 대한 수요가 크다. 기업은 인수합병이나 기술을 개발할 때 경쟁 기업의 정보를 얻고자 탐정을 고용한다. 이뿐 아니라 인터넷, 금융 범죄 등 고도화된 범죄가 증가하면서 신용정보조회 등의 수요가 커지는 것도 탐정 산업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2021년 국세청은 미국의 사설탐정업체를 고용, 국내 납세자의 비밀계좌 정보를 입수해 역외 탈세를 잡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민간 조사원(사설탐정)을 신직업 육성 계획에 포함하였고, 국회에서는 탐정업 관리법 제정 등을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법/제도적 정비가 이뤄진다면 국내 탐정 산업 성장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글 박병률
<경향신문> 콘텐츠랩부문장. 정치부, 경제부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경제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저서로 『경제를 모르는 그대에게』, 『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등이 있으며, SBS-비즈 <박병률의 영화 속 경제코드>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