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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가족을 AI로 만나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금융생활 가이드

by 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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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한 번쯤 해봤을 상상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가 있습니다. 2024년에 개봉한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인데요. 영화는 AI로 재탄생한 고인을 만날 수 있게 된 미래를 그립니다. 죽은 사람을 AI로 복원하는 서비스 ‘원더랜드’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세상이죠.



현실에도 있는 ‘원더랜드’


죽음을 앞둔 주인공 바이리(탕웨이)는 사망 직전에 원더랜드에 가입합니다. 어린 딸에게 상실감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원더랜드 덕분에 바이리는 죽은 뒤에도 AI로 존재하며 딸과 영상으로 소통할 수 있는데요.


원더랜드와 같은 서비스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제공되고 있습니다. ‘데드봇(deadbot)’이라고도 부르죠. AI 챗봇에 고인의 영상, 음성, 기록 등을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요. 더 많은 자료를 학습할수록 정교해져서 이용자는 고인과 실제로 대화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데드봇 기업은 미국에 본사를 둔 히어애프터(HereAfter) AI. 이 회사는 이용자가 직접 자신의 AI를 생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요. 이용자는 자신이 죽은 뒤에도 친구와 가족이 자신을 추억하게 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쓰죠.


구독형 서비스인 히어애프터 AI의 월 요금은 3.99달러(5,000원)에서 7.99달러(11,000원)까지로 다양한데요. 얼마나 많은 스토리와 사진을 등록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요금제가 다릅니다. 199달러(27만 원)만 내면 평생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죠.



상실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유명인을 중심으로 AI 복원 사업이 전개됐습니다. 김현식이나 터틀맨처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가수가 AI로 되살아나 팬들의 마음을 달래줬어요. 정주영, 신격호 등 전설적 창업자가 격변의 시기를 살아가는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죠.


데드봇과 함께하는 일상을 보고 있으면 영화 <원더랜드>가 현실이 되는 날이 머지않아 보이는데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데드봇에도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원더랜드>도 데드봇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보여주죠. 일례로 바이리의 딸은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는 엄마를 야속하게 생각합니다. 딸에게 상실감을 안겨주지 않으려다가 엄마를 향한 원망을 키운 셈이에요.


이 이야기는 AI가 인간에게서 정상적인 추모의 기회를 빼앗아 갈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주는데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하는 건 살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AI를 다루는 윤리학자들은 데드봇도 적절한 시기에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유족의 상실감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준 후에는 더 이상 쓸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뜻이죠. 이뿐만 아니라 AI로 복원된 고인이 악용되는 일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과연 인류는 이러한 윤리적 문제를 극복하고 디지털로 영생할 수 있을까요? 이별 없는 세상을 향한 인간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글 박창영
매일경제 기자. 문화부를 비롯해 컨슈머마켓부, 사회부, 산업부, 증권부 등을 거쳤다. 주말마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OTT 영화 리뷰를 연재한다. 저서로는 ‘씨네프레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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