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저출산으로 우유 소비가 많이 줄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을 보면 '수입 멸균 우유'는 엄청 인기더라고요? 전체적인 우유 소비는 줄었다는데, 왜 수입 우유만 잘 팔리는 건가요?
혹시 "바나나 한 송이가 3만 원" 하던 시절 이야기 들어봤나요? 지금은 누구나 부담 없이 사 먹지만, 옛날 부모님 세대 땐 아무나 못 먹는 아주 귀한 과일이었대요. 바나나 가격이 저렴해진 이유를 알면, '수입 우유'가 요즘 왜 이렇게 인기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어요.
1980년대 바나나 1개 가격은 무려 2천 원이었어요. 그 시절 짜장면 한 그릇이 700원 정도였으니, 바나나 한 개가 밥 세 끼 가격과 맞먹었던 셈이에요. 당시에는 정말 큰맘 먹어야 사 먹을 수 있었던 과일이었죠.
이유는 간단해요. 당시 정부가 우리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바나나 수입량을 엄격하게 제한했기 때문이에요. 수입되는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데 먹고 싶은 사람은 많으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죠.
그러다 1991년, 수입 제한이 풀렸어요. 해외 바나나가 자유롭게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국내 유통 물량이 대폭 늘어났고, 덕분에 지금처럼 부담 없는 가격에 바나나를 즐길 수 있게 된 거죠.
요즘 우유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저출산으로 학교에서 우유를 마시는 학생 수는 계속 줄어드는데, 반대로 외국에서 들여오는 '멸균 우유'는 엄청나게 늘고 있거든요. 2025년에는 무려 5만 톤 가까이 수입됐는데요. 유럽에서 건너온 우유가 대부분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폴란드 우유'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해요.
사람들은 왜 국산 우유 대신 폴란드 우유를 찾을까요? 이유는 역시 '가격'이에요. 우리나라 우유가 1L에 3천 원 가까이 할 때, 폴란드 우유는 1,600원에서 2,000원 사이거든요. 맛이나 영양은 비슷한데 가격은 거의 반값 수준이니,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죠.
어떻게 이렇게 싼 가격이 가능할까요? 비밀은 '규모의 경제'에 있어요. 폴란드나 미국 같은 나라는 넓은 목장에서 대규모로 소를 키우거든요. 물건을 한 번에 많이 만들면 하나당 드는 비용이 확 줄어드는데, 이걸 경제학에서는 규모의 경제라고 불러요.
여기에 '유통의 비밀'도 숨어 있어요. 수입 우유는 멸균 처리가 되어 있어 실온에서 1년까지 보관할 수 있거든요. 덕분에 상할 걱정 없이 배로 저렴하게 실어 나를 수 있고, 보관도 쉬워서 물류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는 거죠.
2026년부터는 미국이나 유럽산 우유에 붙는 '관세'가 완전히 사라져요. 관세는 외국 물건이 국경을 넘을 때 내는 '입장료' 같은 세금인데, 이 비용이 없어지면 수입 우유 가격은 지금보다 더 내려가겠죠? 1991년, 바나나 수입 제한이 풀리면서 가격이 떨어졌던 것처럼 우유 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길 거예요.
물론 관세라는 보호막이 사라지면 우리 낙농가는 가격 경쟁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폴란드 우유가 '싼 가격'을 무기로 삼는다면, 국산 우유는 수입산이 따라올 수 없는 '신선함'이나 '품질'로 승부수를 띄워야겠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성비 우유와 품질 좋은 국산 우유 중 원하는 것을 골라 먹을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셈이에요. 바나나 시장이 개방되면서 우리 식탁이 변했던 것처럼, 우유 시장도 이제 국경 없는 경쟁이 시작된 거죠.
• 김나영, 교사 / <최소한의 행동경제학>, <실험경제반 아이들> 시리즈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