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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뱅크 Plus Apr 18. 2024

기록통장 기획자 Sasha & Heidi를 만나다

세상을 바꾸는 카카오뱅크 기획자들의 비밀 노트 '뉴 임팩트 시리즈'


New Impact Series

카카오뱅크의 기획자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불편에 과감한 질문을 던지며 금융의 중심에 사용자가 설 수 있게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던져온 질문에 의해 은행과 금융은 달라졌고, 카카오뱅크는 여전히 고객 편에 서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영향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기획자의 고민과 도전, 단단한 성장 여정을 엿보는 시간. 뉴 임팩트 시리즈를 통해 상품/서비스 출시 비하인드와 기획자의 일을 확인해 보세요.



Today’s Product

카카오뱅크 기록통장은 고객이 다양한 순간의 기록을 통장에 남길 수 있도록 기록과 공유 기능을 강화한 예금 상품입니다. 기록통장의 첫 번째 기록 서비스인 '최애적금'은 최애와의 의미 있는 순간마다 모으기 규칙을 통해 저축을 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는 팬덤 기반 서비스이며, 사전 신청에 40만 명이 몰릴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고객이 원하는 기록의 성격에 맞춰 새로운 기록 서비스를 출시하며 기록의 재미와 일상 속 저축 경험을 확대해나가려고 합니다.


Today’s Impact

Moment




기록통장 기획자 두 분을 소개합니다.

Sasha. 안녕하세요. 9년 차 서비스 기획자 사샤입니다. 카카오뱅크에서 기록통장과 저금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이전에는 스마트 출금, 위젯, 브랜드저금통 출시를 담당했답니다. 카카오뱅크로의 이직 전에는 핀테크 기업에서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뱅크 기획을 했고 글로벌 메신저 기업에서 메신저, SNS, 뉴스, 카메라 앱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 기획 업무를 했습니다.


Heidi. 안녕하세요. 5년 차 수신 상품 기획자 하이디입니다. 사샤와 짝꿍이 되어 기록통장과 저금통 상품의 정책, 구조, 약관 등을 담당하고 있어요. 5년 전 카카오뱅크에서 인턴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수신 제도 및 증명서 업무를 맡아왔고, 2021년에 '휴면예금/보험금 찾기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오늘 사샤, 하이디와 함께 기록통장의 기획 과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전에 기록통장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Heidi. 기록통장은 '저금하면서 메모하는' 사람들의 오래된 습관을 예금 상품으로 구현한 거예요. 손바닥만 한 종이 통장에 차곡차곡 저금하며 짧은 적요란에 진심을 눌러 담는 경험, 해본 적 있지 않나요? 자녀의 수능을 응원하거나 연인의 제대일을 기다리면서요. 과거엔 영업점이나 ATM을 찾아야 이체가 가능했지만 요즘은 모바일 뱅킹으로 간편히 할 수 있다 보니 다짐, 분노,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기록을 적요에 남기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 기록을 더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 적요란 요점을 뽑아 적은 기록을 뜻하며, 계좌이체 등 은행 거래를 식별하기 위해 부가적으로 활용하는 메모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록통장이 '최애적금'으로 첫 등장을 했다 보니 두 상품의 관계가 궁금한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간단한 설명도 함께 부탁드릴게요.

Heidi. '최애적금'은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단어예요. 자신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대상)가 어떠한 행동을 할 때마다 저금을 하는, 적극적인 '덕질' 활동 중 하나죠. 최애의 활동을 지켜보다가 최애가 라이브 방송을 하면 천 원, 최애가 SNS에 사진을 올리면 이천 원을 저금하는 식으로요. '최애적금'은 이런 덕질 활동을 카카오뱅크를 통해 간편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기록통장에 특정 기능과 컨셉을 강화해 출시한 기록 서비스입니다. 기록통장이라는 하나의 수신 상품에 최애적금 외 여러 서비스가 붙을 수 있는 구조인데요. 카카오뱅크 상품 중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게 없어 이해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저희도 처음에 많이 헤맸습니다. (웃음)



기록통장의 두 번째 서비스도 기대가 되네요.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프로젝트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볼게요. 기록통장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Sasha. 카카오뱅크의 시그니처 상품 중 하나인 '26주적금'을 최애적금으로 쓰고 있다는 고객 리뷰를 발견해 제보해 주신 분이 있었어요. 당시 저축 경험을 차별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있던 시기라 최애적금의 개념과 행태를 자세히 조사했고, 상품으로 개발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프로젝트를 띄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최애적금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고자 했는데요. 최애적금의 기저에 있는 사용자의 니즈가 '기록’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기록의 형태를 커버해 보자는 욕심으로 확장성이 큰 기록통장을 아이디어로 내놓게 된 거죠. 생각해 보면 은행의 거래내역만큼 평생, 그리고 안전하게 저장되는 공간이 없잖아요. 기록과 저축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꿀조합이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Heidi. 사샤가 VOC로부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던 시기에 저 역시 기록을 주제로 한 수신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어요. 바로 '감정의 물성' 통장인데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감정의 물성'이라는 단편 소설에서 손으로 만져지는 감정을 판매하고 그 감정을 소유하기 위해 구매한다는 발상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사람들은 감정과 기억을 소유하기 위해 기록하는 게 아닐까 싶었고, 사라지지 않는 은행 통장에 잘 기록해 두면 물성이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마침 사샤도 기록에 대한 상품 기획을 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양 팀 모두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었던 터라 빠르게 기록통장 기획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이게 된 하이디 X 샤샤 듀오 ♥



최애적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실제로 카카오뱅크 최애적금은 '적금'의 형태는 아니죠. 적금이 아닌 입출금 통장 형식으로 기획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Heidi. 컨셉이 정해진 후 적금과 입출금 통장 중 어떤 형태로 상품을 풀어낼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각각의 장단점이 명확했거든요. 적금의 형태로 구현하면 '최애적금'이라는 이름과 찰떡이라는 점이 좋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만기 달성의 뿌듯함을 선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반면에 적금의 가입 기간이 통상 최대 3년이고, 만기 된 이후에는 기록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아쉬움도 존재했죠. 또 만기 전 급히 출금을 해야 할 때 출금 금액과 횟수 제한이 있고 꼭 남겨놔야 하는 금액도 있기에 사용성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결론적으로는 만기에 구애받지 않고 기록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입출금 통장으로 결정하게 되었답니다. 기록통장의 초점은 '기록'에 맞춰져야 하니까요. 입출금 통장이기 때문에 돈이 필요할 때 통장을 해지하지 않고도 인출할 수 있고, 출금 횟수와 금액 제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금리 손해도 없다는 점이 기록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기록통장의 상품 상세 페이지를 보시면 이런 문장을 발견하실 수 있어요. "사랑을 모았던 순간의 기록은 영원히". 이 문장에서 제일 중요한 건 '영원히'라는 단어이겠죠? (웃음)



다음 질문은 사샤에게 드려볼게요. 서비스 기획자로서 기록통장 프로젝트에서 맡았던 역할은 어디부터 어디였나요? 보통 카카오뱅크 서비스 기획자의 업무 범위가 궁금해요.

Sasha. 대략적인 아이디어가 정해지면 '검증'을 시작해요. 시장에 니즈가 있는지, 경쟁 서비스는 무엇인지, 사용자는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여러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과 리서치 등 전방위적인 방법을 활용해 가설을 검증하며 프로젝트를 '정말'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요. 이전에 하이디가 말했던 것처럼 예금으로 할지 적금으로 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이 단계에 포함되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면 구체적인 컨셉을 잡고, 와이어 프레임 설계와 다양한 시스템과의 결합을 고려한 백엔드 기획을 해요. UX 기획, 서비스 카피라이팅, 데이터 분석, CS(Customer Service) 대응과 마케팅 일부까지 담당하는데요. 여기에 더해 일정 관리 등 일부 PM(Project Manager) 업무까지 맡고 있답니다. 카카오뱅크의 서비스 기획 직군은 다른 회사보다 업무의 범위와 깊이가 매우 넓고 깊은 편이에요. 기록통장 이전에 맡았던 작은 단위의 프로젝트들도 프로젝트의 사이즈만 다를 뿐 비슷한 방식으로 이끌어 갔었답니다.


최애적금 오픈스펙 기획서 by Sasha


저는 PM이 Project Manager이기도 하지만 'Problem Manager'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서비스를 사용자 앞에 짠! 하고 등장시키기까지 발생하는 내외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PM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혹은 해결할 수만 있다면 모든 일을 할 수 있어야 해요. 작은 이슈로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울 수도 있고 다른 팀에 가서 아쉬운 소리도 할 수 있고 영업을 해야 할 수도 있는 거고요. 


또 PM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우리의 목표에 모든 프로젝트 멤버들이 얼라인될 수 있도록 계속 커뮤니케이션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에요. 얼마 전 읽은 이윤주 작가님의 책 「판교의 젊은 기획자들」에서 크게 공감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서비스 기획자는 회사의 목표가 '달까지 가자'라면 모두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달까지 가자'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속도로 어떻게 가야 할지 정확히 이해하고 프로젝트 멤버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과 일정으로 번역해 모두를 이끌고 나가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기록통장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 역할을 기대받기도 했고, 저 스스로도 리더와 프로젝트 멤버 사이에서 잘 해내려고 특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하이디가 기록통장을 만들기 위해 했던 역할은 어떤 것이었는지도 이어서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Heidi. 상품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어서, 기록통장 같은 예금 상품을 기준으로 말씀드려 볼게요. 먼저 서비스 기획자와 함께 컨셉을 논의하며 상품을 기획하는데요, 비즈니스 기획자는 컨셉에 문제 소지가 있는지 내외부 컴플라이언스를 통해 점검하는 것에 먼저 초점을 맞춰요. 현행법이나 규제 상 지금의 기획안대로 진행이 가능할지, 가능하지 않다면 어떤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를요. 명백하게 제한되는 케이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많아서, 다양한 각도에서 살피며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하거든요. 금융 당국의 스탠스가 어떤지, 법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려고 하는지, 법은 아니지만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해서 지키고 있는 정책이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은 두터운 경험이 중요한 일이라 이 분야에서 오래 일해오신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답니다.


이 단계가 잘 해결이 되면 컨셉에 가장 잘 맞는 예적금 상품의 종류와 구조는 무엇인지, 현재 카카오뱅크의 상품 라인업 상 어떤 부분을 커버하게 될지, 이때 다른 상품과의 카니발은 없을지 살펴보아요. 또 이용 연령이나 거래 금액, 거래 방식에 제한을 둘 지, 금리 구조와 수준은 어느 정도로 정할지 등 전반적인 상품의 속성을 기획하고 유관 부서들과 협의를 진행합니다.


모든 것이 정리된 이후에는 약관 및 설명서를 작성하고 금융감독원에 약관 승인을 요청해요. 약관은 다수의 고객들과 은행이 맺는 계약이기 때문에 누가 봐도 오해가 없게 분명하게 작성하되, 상품이 확장성을 가져갈 수 있도록 내외부 레퍼런스를 참고하여 신중하게 작업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주요하게 바라볼 지표를 선정하고 데이터가 잘 쌓일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출시 후에는 지표를 분석하고 성과를 측정하며 VOC를 살펴보고 있어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며 기록통장의 윤곽을 잡아갔던 과정에 대해 조금 더 소개해 주세요.

Sasha. 기록통장의 첫 서비스를 최애적금으로 구현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최애적금만의 스타일로 기록하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어요. 아이돌 팬덤이 어떤 형태로 기록을 하고 있는지, 그 기록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노력했던 거죠. 최애와 관련된 이벤트가 있을 때 정해진 금액을 입금하는 패턴을 최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UX 인사이트나 기록 방식을 리서치했는데요. 여러 안을 테스트해 본 끝에 '규칙을 버튼으로 만들자'라는 가장 직관적인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프로덕트디자인팀과 많은 테스트를 했었고요.





버튼을 눌러 저금을 하는 것처럼 기록통장은 기존 상품과는 다른, 새로운 기능이 많은 상품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없던 걸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에피소드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Sasha. 새로운 것을 만들 때 흔히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과정이나 구현 단계가 까다로울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그 아이디어를 실현해 줄 '기반'을 만드는 것이 제일 큰 과제이고 서비스 기획자가 반드시 챙겨야 할 숨은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애적금은 카카오뱅크에서 최초로 고객이 직접 사진을 등록할 수 있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았어요. 당시 카카오뱅크에 고객이 올리는 다양한 용량과 포맷의 사진을 저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이 저장소를 준비하는 일에 리소스와 일정을 할애해야 했거든요. 저장소에 수많은 이미지가 올라와도 기존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해킹 등의 위험으로 사진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 장치를 추가하는 등 0.1%의 문제 상황에도 대비했고요. 


새로운 상품 개념을 도입하고 개발해 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상품 아래 서비스가 있는 구조도 처음이었고, 여기에 '섹션'이라는 용어까지 생기면서 새로운 개념에 대해 카카오뱅크 내부에서부터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 필요했죠. 멤버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고객서비스실 동료분들과 쉬운 용어로 다듬어가면서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을 했답니다.



전반적으로 기록통장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Sasha.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타겟'이에요. 최애적금의 타겟인 아이돌 팬덤을 타겟으로 출시해야 하는지, 기록통장의 타겟인 보편적인 고객을 타겟으로 해야 하는지 고민이 컸어요. 타겟에 따라 상품에서 제공해야 하는 기능부터 마케팅 방향까지 모든 것이 달라지고, 모객할 수 있는 고객 수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타겟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두 번째 타겟은 없다는 마음으로, 아이돌 팬덤을 타겟으로 한 최애적금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어요. 출시 후에도 계속 고객들이 제품에게 원하는 것을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로 검증하면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최애적금의 MVP가 과연 어디까지인지 파악하는 것이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는데, 굉장히 많은 기능을 담은 서비스는 오히려 뾰족함을 잃어버리기도 하거든요. 반대로 기능을 적게 담아도 고객이 실망을 하게 되고요. 우리의 타겟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중간점을 찾기 위해서 핵심 기능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출시 버전에 포함할 기능과 아닌 기능에 대해 객관적인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은 '비저닝'입니다. 보통 프로젝트에는 버저닝, 비저닝, 벤처링이라는 세 가지 방향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버저닝은 쉽게 말해 버전을 올리는 업데이트로, 서비스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기능과 사용성을 개선해 가는 성장이에요. 비저닝은 1, 2년 뒤의 서비스를 꿈꾸는 것이고, 벤처링은 그보다 먼 미래의 서비스를 꿈꾸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지금은 당장 이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에 몰두해 있지만, 그러면서도 먼 미래에는 서비스가 어떤 모습으로 확장되어 갈 수 있을지 프로젝트 멤버들과 계속 커뮤니케이션하려고 노력했어요. 저 역시도 개발 일정이 빠듯해서 마음이 급했지만, 모두가 조급한 상황에서 기획자마저 눈앞의 서비스 출시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 프로젝트의 로드맵이 무엇인지 지속적인 비저닝을 하면서 혼란스러울 때 균형을 잘 잡고 동기를 부여하려고 했습니다.


Heidi.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상품의 구조와 엣지였어요. 우리가 타겟하는 고객에 꼭 맞는 상품이기도 하면서 추후 확장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선택된 형식이 '1상품-多서비스' 구조인데요. 계좌 한 개를 여러 공간으로 나눠서, 그중 하나는 최애적금으로 쓸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추후 출시될 기록통장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였습니다. 이런 상품이 그 당시 카카오뱅크에 없다 보니 회사 내 이해관계자의 협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어렵기도 했어요. 상품/서비스를 어디까지 넓히고 동시에 어디까지 제한할지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게 기획자로서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네요.


동시에 상품 자체에 엣지를 주기 위한 제약사항을 고민했어요. 제약사항이 엣지가 된다니, 의아한 분들이 있을 거예요. (웃음)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카카오뱅크 저금통 상품은 일부 금액을 출금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모은 돈을 한 번에 꺼낼 수만 있어요. 이는 실제 돼지 저금통에서 돈을 꺼내기 위해 배를 갈라 금액을 한 번에 빼는 모습을 구현했기 때문이랍니다. 이처럼 기록통장 역시 '기록하며 저축하는 경험' 자체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이체 기능을 막고 고객이 기록하고 싶은 상황에 '직접 입금'하는 것만 가능하도록 했어요. 자동이체가 가능하게 해 달라는 몇몇 고객분들의 제안도 있지만, 상품의 엣지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기 때문에 고객분들에게도 의도를 잘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반면 다른 한편으론 상품의 엣지라는 건 고객분들이 사용하면서 완성해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용성의 흐름과 시대의 부름에 따라 초기 기획을 변경하는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겠죠. 다만 그때 역시 이 상품을 상품답게 만드는 또 다른 사용성을 또렷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기 때문에, 늘 열린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디자인이나 개발 단계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Sasha. 최애적금은 서비스 사용 흐름은 단순하지만 모든 부분에 디테일이 녹아있는 서비스예요. 때문에 출시까지 모든 과정에서 디테일과의 치열한 싸움이 있었답니다. 어떻게 보면 필수적인 기능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자, 디자이너의 의지가 없으면 구현이 힘든데 모두 욕심을 가지고 임해주셔서 정교하게 디테일을 살려낼 수 있었어요. 몇 가지 디테일을 소개해 드릴게요.


최애적금에는 고객이 커버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영역이 있는데요. 쉽게 구현한다면 이미지 중간을 적당히 잘라서 썸네일을 제공할 수도 있었어요. 그렇게 되면 GIF 이미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고, 고객이 세밀하게 조정해 둔 위치가 다른 곳에는 반영되지 않아요. 기기를 바꾸면 사진 속 얼굴이 잘릴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희는 고객이 위치 조정한 사진을 잘라서 저장하지 않고 사진의 X, Y 좌표를 찍어서 그 위치를 저장하는 어려운 방향으로 구현을 했답니다. 때문에 기기를 바꾸더라도, 사진이 움직이더라도 처음 설정하신 그대로를 계속 제공할 수 있어요.


또 고객이 규칙을 입력하는 화면에서 '입력할 것이 많고 복잡해'라는 느낌을 덜어드리기 위해 고민했어요. 스무 개의 입력 필드를 펼쳐 놓으면 훨씬 더 쉬웠겠지만, 하나의 입력 필드를 입력하면 다음 입력 필드가 뿅! 하고 노출되는 방식을 동적으로 구현해 입력 필드를 모두 채워야 한다는 부담을 낮추려고 했습니다. 편리한 경험을 극대화하면서도 인터랙티브 하고 동적인 디테일을 살리는, 난이도 있는 방향으로 구현한 거죠.


최애적금의 스켈레톤(왼쪽)과 로딩 UI(오른쪽)

스켈레톤이나 로딩 UI에도 여러 디테일이 반영되어 있는데요. 로딩이 완료되지 않았을 때 고객이 흰 화면이나 로딩 화면을 보면서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최애적금은 화면 요소 그 모양 그대로를 스켈레톤에 살려서 로딩 중에 느끼게 될 막연한 느낌을 없애려고 노력했답니다. 로딩 프로그레스 휠도 최대한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갈 수 있게, 사진을 가리는 등의 고객 경험을 해치지 않게 버튼 안으로 쏙 넣어드렸는데 보셨을까요? 인지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좋아요.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거슬리지 않았다는 최고의 칭찬이니까요.


개설 단계에도 차이가 숨어 있어요. 보통 적금은 출금 계좌를 먼저 선택하는데 반해 최애적금은 최애의 대상을 먼저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한답니다. 최애적금을 가입하려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나의 '최애'를 떠올리면서 가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개설 순서를 바꾸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거예요. 덕분에 고객분들이 재미있고 빠르게 최애적금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요. 


Heidi. 기록통장에는 계좌를 쪼개서 작은 단위의 돈통으로 기능하게 하는 '섹션' 구조가 처음 도입되었어요. 기록통장 상품에 한 번 가입하면 이후 기록통장 서비스에는 개설 절차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첫 시도이다 보니 섹션에 대한 정책을 새로 짜고 계좌보다 더 작은 단위에서 거래가 가능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일반적인 계좌라면 제 계좌에서 클로이 계좌로 입금할 때 계좌 간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기록통장은 계좌 내 특정 섹션으로 돈이 입금될 수도 있도록 해야 하니까요. 또 계좌에 압류가 걸린 경우 어느 섹션에 있는 돈을 압류시킬 것인지 등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지만 정책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새로 정의해야 했어요. 이걸 어떻게 정의하고 구현할지에 대해 몇 날 며칠 계정계 개발자분들과 칠판에 그림을 그렸다 지웠다 하며 머리를 싸맸던 것 같네요.



기록통장 프로젝트를 하면서 힘들거나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Sasha. 오픈 직후 금리와 관련해서 부정적 바이럴이 돌아 초반 흐름을 잘 타지 못한 것이 아쉬웠어요. '기록'에 초점을 맞춰 고객에게 더 좋은 사용성을 드리고자 요구불 상품구조를 선택했는데, 금리에 관심이 포커스가 되어 상품이 가진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이후 콘텐츠마케팅팀과 PR팀 분들이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주셔서 결과적으로는 금리 논란이 많이 줄어들었고, 고객분들도 최애적금의 상품 성격을 잘 이해해 주고 계신 것 같아 기쁩니다. 


Heidi저도 사샤가 말한 순간과 같아요. 사실 기록통장의 금리를 책정할 때 '기존 자유적금으로 기록하시던 분들이 갈아타더라도 크게 손해보지 않게 하자'는 걸 대전제로 두었거든요. 서비스는 너무 좋은데 금리가 아쉬워서 이용을 주저하지 않으실 수 있도록요. 기록통장의 구조도 금리도 좋은 의도에서 기획되었지만, 의도를 잘 전달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기록통장 오픈 첫날, 일정을 점검하는 모습



기록통장 오픈도 어느덧 1년이 되었네요. 기획자로서 기록통장과 함께한 지난 1년의 시간은 어땠나요?

Heidi. 벌써 일 년이라니, 정말 금방 지나간 것 같아요. 일 년의 기간 동안 첫 번째 타겟인 아이돌 팬덤의 최애적금 외에도 좋아하는 스포츠팀을 응원하기 위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습관을 들이기 위해 등 다양한 용도로 기록통장을 사용하고 계신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기획자의 손을 떠난 기록통장이 사용자의 손 안에서 다양하고 새롭게 의미를 찾는 것을 보면서 보람찬 매일을 보냈답니다.



서비스 론칭 후 1년 동안 서비스가 어떻게 개선되어 왔는지 궁금해요. 어떤 데이터, 고객의 활동을 보고 개선을 포착하게 되었는지도요.

Sasha. 그동안 많은 개선이 있었고, 또 개선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출시 후 확인된 고객의 기대와 상품 사이의 갭을 빠르게 메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정량적, 정성적 데이터를 심도 있게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설문조사를 진행해 개선점을 파악했고, SNS나 고객 리뷰 모니터링도 계속 진행하고 있답니다. 서비스 출시 후 개선된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우선 '규칙 공유하기' 기능이 추가되었어요. 출시 후 SNS 모니터링을 통해 아이돌 팬덤 내 홈마(홈마스터)나 네임드 팬(팔로워 수가 많은 팬)의 규칙을 따르고 싶어 한다는 니즈가 관찰되었어요. 그래서 이미지가 아닌 규칙 텍스트 자체를 공유해, 다른 친구의 모으기 규칙 그대로 개설할 수 있는 기능을 빠르게 업데이트했답니다.


'입금 부스트 기능'는 한 규칙으로 여러 번 입금할 수 있는 기능이에요. 고객 리뷰를 통해 해당 니즈를 확인하고, 빅데이터팀과 함께 이런 니즈가 진짜 존재하는지 데이터를 통해 검증했는데요. 동일한 규칙 기준 이전 입금과 시간 차이가 1분 이내인 거래가 무려 35%나 되고 주로 버블, 인스타, 위버스 규칙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했답니다. 실제로 업데이트 이후 입금 부스트 기능을 기다렸다는 고객 반응이 많이 올라왔고요. 덕분에 이벤트 횟수뿐만 아니라 감정의 깊이까지도 횟수로 반영하고 싶은 마음이 서비스에 반영될 수 있었네요.


최애적금은 계속 업데이트될 예정이에요. 함께 기록하고 돈을 모으고 싶다는 최애적금 유저들의 니즈를 반영하고, 최애적금으로 모은 돈을 기부하거나 다시 최애를 위해 사용하는 패턴을 서비스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장 가까운 업데이트가 될 것 같습니다.



기록통장의 기획자로서 생각하는, 기록통장의 임팩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Sasha.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덕질'은 비생산적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낮춰 부르기도 했죠. 하지만 요즘은 스스로를 덕후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껴요. 2022년 한 통계에 따르면 자신을 무언가의 열혈 팬이라고 답한 Z세대는 61%에 달한다고 해요. 덕질 분야도 갈수록 다양해져서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아이돌뿐만 아니라 유독 좋아하거나 수집하는 것들이 모두 덕질의 대상이 되고 있고요. 최애적금은 이 모든 덕질을 공식적으로 응원하고 장려하고 도와주는 든든한 아군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덕력이 곧 재력'을 실현해 주며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 폄하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최애적금이 항상 그들의 뒤에서 응원하고 있을 거예요. 


또 금융 상품에 스토리를 더한 것도 새로움이자 임팩트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브랜드가 출시될 때, 아이돌이 데뷔할 때, 게임을 론칭할 때 등 요즘은 많은 영역에서 '스토리가 있냐'가 참 중요한데요. 저축에 스토리가 있는 것, 혹시 보셨나요? 최애적금은 애정하는 대상을 향해서 고객이 직접 작성한 매일의 이벤트와 최고의 스토리들이 모여있어요. 그 때문인지 고객 리뷰를 보면 거래 내역을 쭉 다시 읽어보니 추억이 생각난다, 그땐 그랬었지라며 돌아보게 된다는 글이 많더라고요. 다른 금융상품에선 볼 수 없던 즐거웠다, 슬펐다, 벅찼다 등과 같은 감정적인 표현이 덧붙여진 메모도 많고요. 이처럼 기록통장은 감정과 기억이 오랜 시간 남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저축에 스토리를 더한 상품이기에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네요.


Heidi. 저는 'Moment'를 꼽고 싶어요. 해야 할 일을 빨리 해결하고 나가는 게 미덕인 은행에서 사람들을 잠깐이나마 붙잡아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금융 상품, 세상에 없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웃음)





기록통장 기획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보았을 때, 기획자로서 새롭게 얻게 되었거나 강화된 역량이 있을까요?

Heidi. 작은 규모의 개선은 맡아서 진행했었지만, 예금 상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해 본 것이 처음이라 모든 역량이 한 단계씩 강화되었다고 느껴요. 스킬적으로도 그렇고, 특히 정신적으로요. 상품에 대한 칭찬이나 아쉬움에 대한 피드백이 저 자신에게 꽂힐 때가 있는데, 상품에 대한 오너십을 가지고 있기에 할 수 있었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기획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Sasha. 은행 앱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무게감은 있는 것 같아요. 금융 당국의 규제와 법규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늘 1순위가 될 순 없죠. 솔직히 처음 입사했을 땐 불편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금융업 서비스 기획의 또 다른 재미로 느껴지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기획자는 문제를 푸는 직무이고,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한 뼘씩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카카오뱅크는 그 문제의 난이도가 확실히 높은 곳이고요. 정체되어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 한 단계 더 수준 높은 기획을 경험할 곳을 찾는다면 카카오뱅크가 좋은 선택지일 거예요. 또 카카오뱅크 서비스 기획자는 사실상 경험해 볼 수 있는 모든 기획 업무의 범위를 경험할 수 있거든요. 다양한 역할에 욕심이 있는 기획자라면 카카오뱅크에서의 일이 만족스러울 거라 확신합니다.


Heidi. 저는 카카오뱅크에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했기에 이곳의 기획 방식이 스탠다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러분은 어떤 식으로 기획하는지 너무 궁금하답니다. 오시게 된다면 꼭 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나에게 기록통장이란?

Sasha. 세상 모든 덕후들의 희로애락, 우리 프로젝트 멤버들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상품

Sanity Test 중인 기록통장 프로젝트 멤버들


Heidi. 카카오뱅크에 와서 '이거 꼭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던 첫 번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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