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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상품 기획자, 금융을 일상의 언어로 바꾸는 사람들

6편

by 카카오뱅크 Plus

Intro


'어떻게 취업해야 하지?' 고민하는 취준생들에게 많은 이들이 직무부터 정하기를 조언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직무가 있고, 그중 어떤 것이 나와 꼭 맞을지 알아내기란 쉽지 않죠. 인터넷 속 짤막한 정보들에 의지해 직무 탐색을 이어가던 취준생 K, 이제는 카카오뱅크 곳곳을 누비며 직접 직무를 탐색해 보기로 합니다. 나와 꼭 맞는 하나의 직무를 찾아가는 여정, <취준생 K의 직무스터디>에서 카카오뱅크 현직자와의 대화를 통해 보다 상세하고 현실적인 직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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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은행' 하면 딱딱하고 정형화된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더 창의적인 금융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금융 상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일상과 마음을 살피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들입니다.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때로는 틀을 깨는 실험을 감행하고, 더 나은 선택지를 만들기 위해 낯선 아이디어를 더하기도 합니다. 고객이 돈을 맡기는 순간도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금융이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사람들.

여섯 번째 스터디노트에서는 수신상품 기획자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Study Note

Section 1. 커리어의 시작
◼ 금융권에서 커리어를 쌓게 된 과정

Section 2. 수신상품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나요?
◼ 수신상품 기획자 업무의 내용과 특성
◼ 수신상품 기획자로서의 역량

Section 3. 카카오뱅크 수신상품 기획자, 어떻게 일하나요?
◼ 인터넷전문은행에서의 수신상품 기획자!
◼ 수신상품을 기획할 때 카카오뱅크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

Section 4. 수신상품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질문집
◼ 금융권 취준을 위해 준비하면 좋은 것들
◼ 카카오뱅크 수신상품 기획자를 뽑는다면?


Section 1. 커리어의 시작


취준생 K (이하 'K'):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Joel. 안녕하세요. 저는 수신서비스팀에서 수신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 및 운영하는 조엘입니다. 조금 더 풀어서 말씀드리자면, 입출금통장, 정기예금, 26주적금, 모임통장 등 다양한 상품을 운영하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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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Joel이 금융권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현재까지 커리어를 쌓은 과정이 궁금해요!


Joel. 학부에서는 경제학, 금융공학을 전공했는데요. 수학의 늪에 살다 보니 점점 숫자 경제가 아닌 현실 경제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석사 과정에서는 경제사상 쪽까지 공부하게 됐고, 이런 배경 덕분에 자연스럽게 금융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곳이 '은행'이었는데요. 첫 직장 자기소개서에도 썼던 내용인데, 저는 은행이 '금융권의 최전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왕 금융권에서 일할 거면 고객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곳에서 일해보자는 마음이었죠.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본점의 수신상품을 기획하는 팀으로 발령받아 현재까지 수신상품 관련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Section 2. 수신상품 기획자는 어떤 일을 하나요?


K: '수신'이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수신이란 무엇인가요?


Joel. 수신은 은행 입장에서 정의된 개념이에요. 한자로는 '받을 수(受)', '믿을 신(信)'인데, 말 그대로 '믿음을 받는다'는 뜻이죠. 은행 입장에서 보면 '고객의 돈을 받는 모든 행위'를 말하고,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에 돈을 맡기는 행위'로 볼 수 있어요. 조금 더 익숙한 표현으로 설명하자면, 고객이 은행의 예금, 적금, 입출금통장 등에 돈을 맡기는 것이 바로 '수신'입니다. 현재 카카오뱅크 수신팀의 주요 업무는 다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수신제도 기획: 수신 업무와 관련된 기본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관리합니다.


• 상품·서비스 기획 및 운영: 다양한 예금·적금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고객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합니다.


• 금리·수수료 및 실적 관리: 각 상품의 이자율과 수수료를 정하고, 얼마나 많은 돈이 맡겨졌는지 성과를 관리합니다.


• 보고 및 대외기관 대응: 수신 관련 현황을 정리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외부 기관에 보고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공합니다.


K: 설명을 들으니 수신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져요. 그런 수신상품을 기획한다는 건 정말 흥미로울 것 같은데요. 수신상품 기획자는 어떤 업무를 하시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Joel. 수신상품 기획자는 상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함께합니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개발, 출시, 마케팅 그리고 판매종료까지 수신상품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데요. 상품 출시까지의 흐름은 대략 다음과 같아요.


1. 아이디어 발굴: 고객의 불편이나 니즈, 트렌드, 경쟁사 상품 등을 분석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합니다.


2. 시장 조사 및 타당성 검토: 시장 데이터, 고객 행동, 내부 통계 등을 분석해 아이디어가 실제로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지 검증합니다.


3. 상품 구조 설계: 금리, 만기, 납입 방식, 수수료 등 상품의 세부 조건을 설계합니다.


4. 내부 협의 및 인허가: IT, 리스크, 준법, 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와 협업하며 시스템이나 제도적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금융당국의 인가도 받습니다.


5. 시스템 개발 및 테스트: 앱이나 인터넷뱅킹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오류 여부를 테스트합니다.


6. 출시 및 운영: 상품이 출시되면 실적을 모니터링하고, 고객 피드백을 수집하며 개선 작업 등을 진행합니다.


사실 이 순서가 꼭 정해진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시장 조사를 하다가 지금 이 시점에는 이런 상품이 필요하겠다 싶으면 그게 기획의 시작점이 되기도 하고요. 아니면 정말 일상 속 아이디어에서 시작될 때도 있어요. 샤워하다가 문득 "이런 상품 재밌을 것 같은데?"하고 떠오른 아이디어가 실제 상품 기획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웃음) 그래서 딱히 정해진 우선순위는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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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고객이 진짜 원하는 걸 파악하는 게 제일 어렵고도 중요한 일일 것 같아요. 평소에 어떤 방식으로 고객의 니즈를 살펴보시나요?


Joel. 가장 먼저 검토하는 건, 내부에 접수된 고객의 목소리(VoC)입니다. 사실 수신상품을 기획할 때 담당자로서 바라는 건 간단해요. 제가 기획하는 이 상품이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나아가 즐거움까지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준비 중이지 않더라도 평소에 고객의 목소리를 자주 확인하는 편입니다.

그다음에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와 같은 외부 채널에서 고객 반응을 살펴봐요. 아무래도 카카오뱅크 주 사용자가 20~40대이다 보니,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려고 하거든요. 외부 구독형 뉴스레터를 보기도 하고, 내부적으로 공유해주는 트렌드 리서치 자료를 참고하기도 합니다.

아! 또 하나 수시로 검토하는 건 고객의 거래 데이터에요. VoC는 '의견'이라면, 거래 데이터는 '실제 행동'이기 때문에 고객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보다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거든요.


K: 하나의 수신상품이 출시되기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요?


Joel. 꽤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걸 정말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가장 오래 걸립니다. '우리가 이 상품을 왜 만들어야 하지?'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면서 방향성을 잡아가야 하거든요. 방향이 정해지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논의하게 되죠. 사실 이 단계까지 정리되면, 이후의 개발과 운영은 오히려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랍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도 하는데요. 아이디어 자체는 재미있을 수 있지만, '이 아이디어가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부딪히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K: 금리 변동이나 금융 규제와 같은 시장 변화는 수신상품 기획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Joel. 시장의 변화는 수신상품에 굉장히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우선 금리 측면에서 보면, 예금·적금 금리는 시장금리와 연동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거나 내리면 상품 금리도 함께 조정해야 해요. 물론 금리 조정을 담당하시는 분이 따로 계시긴 하지만, 기획자 입장에서 의견을 더하기도 합니다.

금융 제도 측면도 마찬가지예요. 금융 제도가 바뀌면 상품 구조나 운영 방식을 재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 유치 전략이 달라집니다. 이런 변화는 신상품 기획에도 영향을 주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로는, 적금의 최단 만기가 기존 6개월에서 1개월로 변경된 일이 있었어요. 이 변화에 대응해 기획한 상품이 바로 '카카오뱅크 한달적금'이랍니다!


K: 금융권 내에서도 다양한 직무가 있는데, 그중 수신상품 기획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Joel. 고객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 이 업무의 매력이에요. 제가 만든 상품이 수백만, 수천만 명의 고객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편의를 줄 수 있다는 건 정말 뿌듯한 일이죠. 하지만 동시에 이 업무의 가장 무서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 결정 하나로 수많은 고객에게 불편을 드릴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늘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책임감도 크게 느끼며 일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매력은 수신상품이 은행 업무의 시작점이라는 부분인데요. 은행에서 금융거래를 시작하려면 기본적으로 입출금통장이 필요하잖아요. 어릴 때 엄마 손 잡고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던 경험, 아마 다들 있으실 거예요. 그렇게 한 사람의 금융 생활의 시작되는 지점에 제가 기획한 상품이 함께한다는 점이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K: 수신상품 기획자를 꿈꾸는 분들은 정말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지원자가 되려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요?


Joel. 수신상품 기획자는 단순히 상품을 만드는 역할이 아니에요. 상품 하나를 중심으로 정책·제도, 상품 설계, 시스템 개발, 마케팅, 고객 서비스 등 수많은 요소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통합적 사고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수신상품 기획자이긴 하지만, 저 혼자서는 절대 상품을 출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 또한 중요합니다. 수신상품의 모든 단계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요. 그 이유는 비즈니스적 이유일 수도 있고, 서비스적 이유일 수도 있지만 단 하나도 '그냥' 포함한 요소는 없어요. 이렇게 이유를 묻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규제를 누락하는 사고를 방지하기도 하고, 나아가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인 요소도 없앨 수 있답니다.

정리하자면, 단순히 금융 지식을 많이 아는 것보다는 '왜 이 일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전체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저 역시 이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지금도 계속 연습하는 중입니다.




Section 3. 카카오뱅크의 수신상품 기획자, 어떻게 일하나요?


K: 카카오뱅크에 오시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나 과정으로 카카오뱅크에 오게 되셨나요?


Joel. 이전 시중은행 본점에서 수신상품 기획 업무를 맡고 있었을 때, 금융권의 가장 큰 화두가 '디지털'과 '비대면'이었습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카카오뱅크가 있었고요.

그 무렵 우연히 카카오뱅크의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는데, 그중 한 문구가 유독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바로 '카카오뱅크는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고민한다'라는 문구였는데요. 이 문구가 카카오뱅크에 지원하는데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K: 카카오뱅크에서 일하시면서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고민한다'는 문구를 실감했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Joel. 네, 그럼요. 카카오뱅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다면, 기존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요. 은행이라는 조직 특성상 법률이나 규제와 관련된 제한이 많지만, 단순히 안 된다고 선을 긋기보다는 '이 방향이 아니라면, 새롭게 바꿔보는 건 어떨까?' 하고 같이 길을 찾아가는 분위기예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카카오뱅크에 와서 개발자분들한테 '안 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점인데요. 물론 일정이 빠듯하거나 리소스가 부족할 수는 있지만 가능성 자체를 닫아버리는 경우는 없어요. 기획자로서도 '이걸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데 개발자분들이 정말 믿음직하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풀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서로 간의 신뢰도 굉장히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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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비대면'에 특화된 상품을 만들죠. 비대면 수신상품을 기획할 때 느끼는 어려움이나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Joel. '고객이 모바일앱에서 모든 과정을 스스로 완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점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카카오뱅크는 고객을 맞이하는 영업점이 없다 보니,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제공해야 해요. 예를 들어, 시중은행의 일부 상품은 고객이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 자격 서류를 검증받아야 가입이 가능해요. 그런데 카카오뱅크는 그 과정마저 비대면으로 구현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고객이 화면만 보고도 상품을 이해하고, 가입부터 이용까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합니다.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설계하는 단순함과, 고객이 자신이 진행하는 금융거래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명확함이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게 참 어려워요. 이 부분은 수신상품을 기획하는 비즈니스 기획자와 서비스 기획자가 함께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해요.


K: 수신상품 비즈니스 기획자와 서비스 기획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Joel. 수신상품 비즈니스 기획자는 상품의 '핵심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금·적금의 금리, 조건, 만기 등 상품 그 자체를 설계하고, 그 상품의 사업성을 검토합니다. 반면 수신상품 서비스 기획자는 상품 이용과 관련된 '고객 경험'을 설계해요. 가입·해지 프로세스부터 알림 메시지, UX/UI까지 다양한 서비스적 요소를 설계하고 상품의 사용성을 검토한답니다. 상품 하나가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선 이 두 역할이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고, 실제로도 많은 과정을 함께 고민하면서 완성해 나갑니다.


K: 카카오뱅크는 올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어요. 그 배경엔 '수신'의 폭풍 성장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수신 상품을 기획할 때 카카오뱅크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Joel. 카카오뱅크는 고객의 일상 속 익숙한 경험을 모바일앱의 은행상품으로 가져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 저금통'은 동전을 돼지저금통에 모으던 습관을, '세이프박스'는 고객이 여윳돈을 CMA 통장에 보관하던 방식을 디지털로 구현한 상품이에요. '모임통장'과 '기록통장' 역시 고객들이 이미 실생활에서 하고 있던 행동을 금융상품으로 발전시킨 사례입니다.

저희는 하나의 상품을 내더라도 오래 갈 수 있는 상품, 시대가 변하더라도 이 안에서 충분히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이 상품을 왜 만들어야 하지?'라는 질문을 정말 오랜 시간 반복하면서 고민합니다. 그렇게 기획의 이유를 단단히 잡아두어야 이후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오래도록 고객 곁에 머무는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K: 하나의 수신상품을 만드는 데 수많은 팀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Joel. 카카오뱅크 조직도에서 협업하지 않는 부서를 꼽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정말 많은 팀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열하자면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지만, 빼먹는 팀이 서운하실 수도 있으니 굳이 나열하지는 않겠습니다. '설마 이 팀도?'라고 생각하신다면 대부분 맞아요. (웃음)

협업해야 하는 부서가 많다는 말은 챙겨야 하는 이슈가 많다는 뜻이기도 해요. 회사 내규에 신상품 기획 시 챙겨야 하는 필수적인 업무들이 정리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팀과 이슈를 논의하고 의견을 조율한답니다.


K: 카카오뱅크의 수신상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상품은 무엇인가요?


Joel. 사실 담당하고 있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들에 정이 들어 애착이 안 가는 상품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기획하지 않았더라도, 제가 운영을 하면서 한땀 한땀 제 손길이 닿은 상품들이니까요.

그래도 기억에 남는 상품을 꼽자면, 카카오뱅크에 입사하고 처음 참여했던 프로젝트인 '카카오뱅크 26주적금'과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카카오뱅크 한달적금'이에요. 26주적금은 기존 상품의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었기에 사실상 신상품 기획에 준하는 경험이었어요. 그 과정을 통해 수신상품이 어떤 흐름으로 출시되는지 직접 배울 수 있었고, 그 경험이 한달적금을 무사히 출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죠.

사실 가장 애착이 가는 상품은 '카카오뱅크 입출금통장'과 '카카오뱅크 자유적금',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이에요. 가장 기본 상품이지만 그만큼 카카오뱅크 수신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상품이다 보니 유독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Section 4. 수신상품 기획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질문집


K: 이제부터는 금융권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궁금한 점들을 좀 더 직접적으로 여쭤볼게요.


Q. 금융권을 목표로 한다면, 취업 준비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쌓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Joel. 사실 저는 금융권 인턴도 하지 않았고 관련 대외활동도 거의 없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스펙'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어요. 하지만 대신, 저는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경험을 많이 쌓으려 했어요. 은행에 들어오면 객관식처럼 정해진 정답이 있는 문제도 있지만, 실제로는 주관식처럼 정답이 하나가 아닌 문제들이 더 많거든요. 그래서 '어떤 경험을 했느냐'보다도, '그 경험 안에서 내가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어떻게 해결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동아리든 공모전이든 상관없고요.

또 하나 추천드리고 싶은 것은, 직접 은행을 이용해 보는 경험입니다. 요즘 은행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직접 써보면 내가 어떤 업무에 흥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 은행이 지금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어요.

실무는 입행 후에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은행은 연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신입 연수는 물론 입행 후에도 꾸준히 공부하고 자격증도 따야 합니다. 오히려 입행 직후가 취준할 때보다 공부를 더 많이 했던 시기 같네요.


Q. 대학원 진학이 금융권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셨나요?


Joel. 석사과정은 금융권 취업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이 컸고요. 그래서인지 학위가 취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됐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습니다. 면접에서도 석사 학위에 대해 자세히 묻지는 않았어요.


Q. 금융권 실무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자격증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Joel. 은행 취업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입사하고 나서 많은 자격증을 땄지만 사실 가장 도움이 되는 자격증은 '지금 내가 하는 일과 관련된 자격증'입니다. 영업점에 있을 때는 외환전문역과 펀드/파생상품 관련 자격증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장에 고객의 질문에 응대해야 하고, 투자상품을 고객에게 설명해야 하니까요.

지금은 SQL과 ADsP 자격증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고객 데이터를 봐야 할 일이 많고, 제가 직접 쿼리를 짜지 않더라도 데이터팀에 자료 분석을 요청드릴 때 쿼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거든요. 꼭 자격증이 아니더라도 금융연수원 강의 또한 실무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과거에 영업점에서 마지못해 들었던 민상법 관련 연수자료가 지금 수신상품 기획 업무를 하는 현재 큰 도움이 되고 있거든요.


Q. 향후 수신상품의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을 여쭙고 싶어요.


Joel. 조금 어려운 질문이긴 하지만 제 생각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을 것 같아요.

첫째, 금융의 경계를 넘어 일상과 연결된 수신상품이 더 많아질 거란 점이에요. 예전엔 단순히 저축만을 목적으로 한 상품이 많았다면, 지금은 고객의 일상생활과 연계된 상품이 늘어나고 있어요. 카카오뱅크의 26주적금, 한달적금, 저금통 등이 그 예시죠.

둘째, AI 기술과 결합된 수신상품이 점차 확산될 거라는 점입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제한적으로 도입되어 있지만, 기술이 조금 더 정교해지고 금융 분야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의 금융을 '알아서' 챙겨주는 서비스들이 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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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 카카오뱅크에서도 수신상품 서비스 기획자를 채용하고 있죠. 실무자로서, '이런 분이라면 카카오뱅크에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 싶은 이미지가 있나요?


Joel. '왜?'에 대한 고민을 같이하실 수 있는 분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하나의 상품을 기획해서 출시하고 나면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아요. '이건 왜 이렇게 했어요?', '이 방식 말고는 안 되는 건가요?' 같은 질문들이요. 그때 설득력 있게 답변하려면, 그 기획의 목적과 이유를 본인 스스로 충분히 고민해 봤어야 하거든요. 단순히 도구를 다룰 줄 아는 사람보다는 도구를 쓰는 이유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수신상품 기획은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에요. 협업하는 개발자분들도 기획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주시기도 하고, 실제로 개발 과정에서 방향성을 제안해 주실 때도 있어요. 이렇게 팀 간 경계 없이 일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의견이 오가게 되는데요, 그럴수록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잘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수신상품 기획자를 꿈꾸는 분들께 전하는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Joel. 수신상품 기획 업무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만큼 정말 매력적인 업무입니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여기저기 치이는 경우도 많지만, 고객과 가장 가까운 업무라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수신상품 기획은 단순히 '상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고객의 '일상'을 만드는 일입니다. 수신상품 기획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도전해 보시길 응원합니다! 우리 같이 만들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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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취준생 K는 누구인가?

카카오뱅크에서 체험형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대학생으로, K는 Kakaobank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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