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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YourFarmer Feb 16. 2017

세상 가장 자연스러운 귤

자연스러운 두 사람이 짓습니다.

세상 가장 자연스러운 귤

청명하고도 매서운 제주의 하얀 겨울, 샛노란 감귤이 익어갑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따스한 햇살도, 소복히 내려앉는 깨끗한 눈도 거부하지 않고 자연이 주는 그대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손길만을 거친 귤나무에는, 계절에 따라 꽃이 피고 진 뒤 탱글탱글 빛나는 알맹이를 머금은 건강한 귤이 우리를 만나러 옵니다.

자연스러운 두 사람이 짓습니다.

한라산과 제주의 서쪽 바다가 내다보이는 곳에 자연농원 두두가 있습니다. 젊은 부부, 두 사람의 손으로 직접 귤농사를 짓기에 이름도 '두두'입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농사를 짓겠다는 철학을 가진 젊은 농부. 오하나 농부님은 일본에서 식물 진화 연구를 하며 귀국 후 환경단체에서 일을 하다가 흙을 만지며 작물을 직접 키우고 싶어서 제주로 귀농했습니다.

사람은 1%, 자연이 99%

제주로 온 첫 해, 우연히 지인을 통해 아주 작은 귤밭을 직접 돌볼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귤 농사라곤 아는 것도 없었던 젊은 부부는 나무들을 제대로 돌봐주지도 못하고 그렇게 첫 겨울을 맞았습니다.

초보 농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적었고 그저 자연 속에서 스스로 자라났던 귤나무에는 어느새 주렁주렁 탐스러운 귤이 열려있었습니다.

젊은 부부는 크게 감동받았고,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나무를 돌보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 해, 두 해 천천히, 느리지만 제대로 배워가고 있습니다. 

레귤을 아시나요?

자연농원 두두의 과수원에는 빌레가 많습니다. 빌레는 너럭바위, 즉 넓은 암반층의 제주 방언입니다.

화산섬인 제주에는 빌레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물빠짐이 좋으며 더욱이 빌레 위에서 자라는 귤은 커다란 바위에 뿌리를 뻗어가며 온 힘을 다해 강하게 자라기에, 제주에서는 빌레귤을 더욱더 맛있는 귤이라고 하기도 한답니다.

제주에서 자라는 빌레귤은 껍질에서 거친 느낌이 납니다. 자연농원 두두에서 수확되는 귤도 빌레귤임을 증명하듯 거칠고 투박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과육은 강인하게 자라, 반전의 맛을 선사합니다.

천연비료로 키웁니다.

노지 감귤은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유용미생물만으로 키운 감귤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농약, 제초제, 방부제, 화학비료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두두의 귤은 껍질까지 안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청국장의 균을 배양한 EM 액비, 키토산과 목초액으로 만든 목초액, 굴껍질을 현미식초에 녹인 유기칼슘액 등 이름마저도 친근한 다양한 천연 비료만을 사용합니다. 광합성 세균, 발효 유기질 비료와 유산균, 천일염이 각종 영양분을 공급하는,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귤입니다.

자연스러운 나무의 건강한 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오하나 농부님이 고집하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화학비료가 주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고집과 믿음을 꺾지 않고 농삿일을 해 나간다는 것은, 초보 농부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지나갈 수록 더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가장 자연스럽게 키운 나무들이 가장 건강한 귤을 태어나게 한다는 것을.

마냥 달기만 한 귤이 아닙니다.

얇은 껍질과 알찬 과육. 두두의 감귤은 맛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달기만 한 귤이 아닙니다.

새콤달콤한 과육은 맛있게 드시고, 껍질도 한번 드셔보세요. 물에 씻어 차로 끓여드셔도 좋고, 아니면 귤을 껍칠째 드시면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레드와인에 흑설탕, 계피, 클로브, 통후추 등 향신료를 입맛대로 넣고 귤 대여섯개와 끓여 뜨거운 와인으로 마셔도 정말 맛있습니다.

젊은 부부의 임무는..

자연농원 두두의 목표이자 농부로서의 임무는 흙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 흙에 사는 수많은 생물들이 사이좋게 함께 사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렇게 자연스럽게 회복된 생태계에서 자라는 귤나무들이 건강한 귤을 잉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입니다.

자연에서 오는 그 어떤 것도 저항하지 않고 젊은 부부가 마음을 다해 키운 자연농원 두두의 '자연스러운 귤'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맛있는 겨울의 추억과 건강한 맛을 당신에게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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