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동향] 인권위 토론회_2014년 12월 22일
*kakao 프라이버시 정책 <동향>에 2014년 12월 22일에 게재된 글을, 공식 브런치를 개설하여 옮겼습니다.
"디지털 통신의 특성에 맞지 않는 아날로그 입법이 가져온 총체적 문제점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입니다.”
‘법대로’ 하더라도 감청이나 압수수색 등이 개인의 통신비밀을 광범위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4년 12월 22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수집 관련 제도 개선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통신비밀보호법의 압수수색과 감청 등에 대한 제도개선’에 대해 주제 발표를 맡은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은 ‘실시간’을 놓치면 더 이상 기록되지 않던 과거 유선전화 감청 때 만들어진 아날로그 법이 문제라고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오 교수님 말씀입니다.
“디지털 통신은 ‘휘발’되는 대신 ‘기록’되기 때문에 통신 데이터를 서버 입구 ‘앞’에서 수집하면 감청, ‘뒤’에서 수집하면 압수수색이 되는데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을 전제로 하는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가 켜진 상태에서 기지국과 이뤄지는 교신 정보, 즉 통신 없이 생성된 정보도 포함되고 있습니다. 입법상의 무관심 탓에 연간 2000만 개의 통신 데이터가 수사기관에 제공되는 인권침해가 벌어지는 거죠.”
심우민 입법조사관님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제도개선’에 대해 발표하면서 “범죄의 수사 목적이라는 예외조항 등 개인정보 이용을 인정하는 부분이 너무 광범위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전행정부가 2011년에 낸 지침에 따르면 영장 없이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활용하도록 특례 조항을 두고 있다네요. 심 조사관님은 “수사기관이 개인정보를 활용할 때, 사각지대가 분명 존재하고 있어 입법적 제약이 일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권헌영 광운대 과학기술법학과 교수님은 “적법한 범위에서 수집되지 않은 증거에 대해 증거능력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숭고하고 독립적이고 아름답고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 같은 막연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법원이 수 없이 많은 영장 청구에 대해 기계적으로 도장을 찍는다면 왜 필요하냐”는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영장 집행을 통해 이뤄진 일들이 얼마나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사후검증도 하고, 법원에 대한 통제시스템도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창범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님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적용 범위를 확 줄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악질 범죄라 할 수 있는 납치, 마약, 간첩죄 중에서도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대한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형사소송법도 좀 더 깐깐하게 따져서, A판사가 거부해도 B판사에게 가면 통과된다는 식의 오해가 없도록, 서버 압수수색 기준도 자의적 판단 없이 대상별 정보별 기준으로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님은 “다음카카오 감청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입법 미비로 인해 운영상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던 것이 드러난 것일 뿐”이라며 “시대에 뒤떨어진 법 제도를 이번 계기에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행법 안에서 할 건 다 했는데, 이용자 보호를 위해 노력했는데도 문제가 생긴다면, 궁극적으로 기업은 합리적 선택을 하는 집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권 교수님은 “감청 영장 문제를 따져봐도 국민들은 그것이 압수수색이든 감청이든 상관없다”며 “학자들은 전문성에 매몰되는 대신 개인정보 남용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법과 제도를 앞세우는 대신, 이용자 눈높이에서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거죠.
강장묵 고려대 정보창의연구소 교수님은 “기업이 이용자 정보보호에 대한 노력을 좀 더 공격적으로, 좀 더 전방위적으로 미래예측 하면서 해볼 수는 없었을까 하는 부분은 아쉽다”며 “이용자 프라이버시나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법이 미흡해도 기업이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국가 안보 등 큰 문제에 양보해줄 수 있지 않냐는 시각보다 미시적 수준에서 개인의 행복, 인권 의미에서 프라이버시, 개인정보보호에 대해 좀 더 단단한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항우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님은 “프라이버시 문제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분노한 것은 자신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 SNS가 국가기관에 의해 감시당할 수 있다는 염려”라며 “표현의 자유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적극 다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병선 다음카카오 대외협력파트 이사님은 법 제도가 개선되기 이전에도 기업이 해야 할 일은 3가지가 있다며 암호화 등 기술적 대응, 투명성 강화, 법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라고 정리했습니다. 기술적 대응 관련, 다음카카오는 비밀 채팅 기능을 12월에 도입했고 1월에 투명성 보고서를 발표하게 됐죠. 법 제도 개선 관련, 이 이사님은 “하나의 영장이 집행될 때 얼마나 많은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 교수님이 제안한 익명화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관련 이슈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거친 이후, 관련법 개정을 위한 의견표명 및 정책 권고 등을 진행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