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동향] 언론법학회 토론회_ 2015년 1월 7일
*kakao 프라이버시 정책 <동향>에 2015년 1월 7일에 게재된 글을, 공식 브런치를 개설하여 옮겼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법으로 디지털 시대의 통신비밀을 보호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또다시 이어졌습니다. 2015년 1월 7일 한국언론법학회 주최로 ‘디지털 시대에서의 통신비밀 보호법제의 개선방향’에 대한 학술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행 통신비밀법제를 헌법적 시각에서 볼 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법 자체의 문제점은 어떤 것인지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통신비밀 및 프라이버시 보호 수단으로써 투명성 보고서는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 통신비밀보호법제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지 않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나 유형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서비스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범죄 수사 역시 공익적 가치를 가지며 강제적 공권력을 통해 때로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통신의 비밀도 제한될 수 있습니다.
헌법학자인 황성기 한양대 법전원 교수님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제가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 원칙, 그리고 과잉금지 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있으며 향후 보다 헌법 합치적으로 개정되어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선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제도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제도는 법원의 사후적 통제절차도 없다는 점에서 영장주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전기통신사업법이 규정하는 통신자료 요청제도에 대해서는 아예 영장주의가 적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감청제도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제도의 경우 대상자에게 아무런 사전통지 절차가 없고, 불복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법 절차에 의한 수색을 요구하는 헌법 제12조 3항을 위반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 황 교수님 지적입니다.
감청은 이미 그 자체로 통신비밀보호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 공권력으로 작용하는데다 통신비밀보호법 상 감청제도는 대상 범죄가 과도하게 광범위하며, 그 기간(범죄 수사의 경우 2개월, 국가안보의 경우 4개월)이 필요 이상 길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통신자료 요청제도에 있어서도 그 요청 요건과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고 통신자료의 요청과 제공이 통신자료의 주체인 이용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점은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형해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대 교수님은 이에 대해 감청제도에서 과연 사전 고지와 이의제기 절차가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현재 무한 통신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다수 그룹 대화가 가능한 디지털 통신에서는 그 기본권 침해가 무한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정의규정 및 해석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기하며 입법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정보에 대한 싹쓸이식 영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앞으로는 감청 대상이 되는 대상자 및 상대방이 특정되어야 할 것이며, 특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구분되는 형태로 익명화’(예를 들어, 대화자 A, 대화자 B 등)되어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안했습니다.
이 같은 구상의 배경에는 이미 학술적 논의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학계에서는 ‘요증 사실과 유관한 정보와 무관한 정보가 혼재되어 있을 경우 ‘별도 영장’을 발부받도록 하자”는 이른바 ‘Tamura-Carey’ 식 방식이 논의된 바 있다고 합니다.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것을 어떻게 가려낼 것인지를 놓고 코진스키(Alex Kozinski) 판사의 논리도 중요하게 언급됩니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들의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 혐의와 관련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야구선수는 물론 다른 종목 선수들의 검사 결과가 섞인 게 문제였습니다. 코진스키 판사는 범죄 혐의와 관련되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디지털 자료는 수정헌법 4조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고 합니다. 정보가 섞여 있으면 그 구분(segregation) 편집(redaction) 작업은 반드시 특별한 자(specialized personnel)에 의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코진스키 가이드라인은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 실무에서는 일종의 원칙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 교수님은 또 2011년 우리 대법원 판결(2009모 1190) 하나를 ‘보석’ 같다며 소개했는데 “전자정보 압수수색영장 집행할 때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 사유인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을 가져가도록 하고 “피압수수색의 당사자 또는 변호인이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이는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그와 무관한 다양하고 방대한 내용의 사생활 정보가 들어 있는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라고 전제하는데 오 교수님은 “미국의 논의가 무색해질 정도로 출중한 판단으로서 우리 대법원도 이미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희정 이화여대 경영연구소 교수님은 전 세계 38개 IT 기업의 투명성 보고서(Transparency Report)에 나타난 데이터에 대한 광범위한 비교를 통해 투명성 보고서가 효과적인 이용자 보호의 수단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참고 : 투명성 보고서 해외 현황 )
한편 장철준 단국대 법대 교수님은 감청의 기본권 침해 문제와 더불어 감청 필요성을 동시에 인정한다면 결국 “국가 권력 행사의 투명성 확보를 단초로 삼아야 한다”며 “감청이 필요하다면 정보공개 등 국민이 사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도의 실질적 효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기중 법무법인 동서양재 변호사님은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최소 침해라는 인식 전환을 통한 법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통제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하며 영장 집행이 ‘구분되는 형태로 익명화’하는 방안 등 오길영 교수님 제안을 지지했습니다.
박경신 고려대 법전원 교수님은 미국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용자를 정부의 감시나 검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응이 2013년 스노든 폭로 이후 양적 질적으로 훨씬 개선되었다고 평가하며 상세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님은 “안보를 이유로 정부는 디지털 시스템에 대해 통제, 규제, 감시를 확대하려 하지만 정부의 지나친 감시는 혁신을 저해한다”며 “기술혁신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시민권 확보는 공동 운명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토론회 결과는 다음과 같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