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를 내어보겠습니다.
아래에 해당하는 대학 이름은 무엇일까요?
Q.
전공이 5개 밖에 없다.
도서관, 체육관 등 캠퍼스가 없다.
세계 7개 나라를 떠돌면서 공부해야 한다.
합격률이 1% 미만일 정도로 입학이 어렵다.
미국 정부의 인가를 받은 4년제 대학이다.

정답은 '미네르바 스쿨'입니다.
2014년 개교해, 지난해 처음으로 학부 1기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이 중 일부는 하버드대, 캠브리지, UC버클리 등 유명대학 석박〮사 프로그램에 진학했고 나머지는 스타트업을 세우거나 크고 작은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소프트뱅크 인사최고담당자는 한 졸업예정자를 데려가려고 직접 미네르바 스쿨 창립자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졸업생이 창업한 스타트업 중 한 곳은 벌써 시장에서 수십억 대의 펀드를 받았다고 합니다.
로마신화 속 지혜의 신, ‘미네르바’의 이름을 본 따 만든 학교.
기존 대학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첫째, SAT, 에세이, 추천서가 필요 없습니다. 자기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고, 깊게 고민하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입학지원서와 심층 인터뷰가 당락을 좌우합니다. 입시 학원의 컨설팅이나 부모님의 네트워킹으로 만든 서류는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보통 매해 150여 명을 선발합니다. 기숙사비를 포함한 학비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학비 지원을 위해 장학금 제도와 유급 인턴, 저금리 학자금 대출 등을 운영합니다.
둘째, 자체 개발 강의플랫폼(Active Learning Forum, ALF)을 통해 수업을 진행합니다. ALF는 집중도 높은 수업이 구현되도록 만든 플랫폼으로, 수업을 위한 여러가지 기능을 갖췄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A가 발표하면 학생A 얼굴이 자동으로 확대, 부각됩니다. 발표나 질문 등 참여시간을 토대로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으로 학생들의 얼굴배경색이 시시각각 변합니다. 교수는 이 색깔을 보고 참여율이 낮은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고 독려할 수 있습니다. 같은 조끼리만 별도의 화면을 공유할 수 있어 조별수업도 거뜬합니다. 교수는 각 조가 어떤 논의를 하는지 각각 살펴보면서 첨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수업이 녹화되고 필요할 때마다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올해 급하게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해야 했던 대학들보다 코로나19에 대한 부담이 적었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셋째, 온라인 대학이지만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 재학생들이 같이 어울리도록 했습니다(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한 곳에 모여서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1학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학년부터 한 학기마다 한국 서울 → 인도 하이데라바드 → 독일 베를린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 영국 런던 → 대만 타이베이에서 공부합니다. 대륙과 도시를 이동하면서 다양한 현지 문화를 배우고 익힙니다. 한 번 가기도 힘든 교환학생을 6번 가는 셈이죠. 도시별 기숙사를 관리하는 매니저가 현지 기업과 산학협력 등을 추진합니다.
넷째, 전공은 Arts&Humanities(AH), Computational Sciences(CS), Natural Sciences(NS), Natural Sciences(NS), Social Sciences(SS), Business(B) 5개. 국내 웬만한 단과대 한 개 보다도 적은 전공 숫자죠. 왜 이렇게 적냐고 하실 수 있지만 하위 과목을 보면 철학, 문학, 컴퓨터 이론 및 분석과 응용, 수리, 데이터, 통계, 디자인 솔루션, 생물학, 지구과학, 뇌과학,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전략, 경영, 회계, 윤리 등 배워야 할 것들이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이미 대학에는 이름별로 가격표가 붙어 있습니다. 서울대와 하버드대는 한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대학들입니다. 명문대 입성 그 자체로 인생에 남을 성과가 되었습니다. 이 가치를 부정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스카이캐슬이라는 재미있는 드라마만 떠올려도 알 수 있지요.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고액과외는 물론 범법행위를 하는 사례도 뉴스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외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미국에서도 유명 배우와 사업가들이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입시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발각됐죠.
이토록 공고하게 서열화된 대학 시스템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네르바 스쿨을 시작한 벤 넬슨은 입학 전형, 수업 방식, 교육 철학 등 모든 과정에서 기존 대학과는 '약간은 다른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미네르바 스쿨은 올해 6월 UN 산하 연구 및 교육기관 UNITAR(UN Institute for Training and Research), 스위스 프랭클린 대학의 테일러 연구소, 한자동맹대학, 한국의 국제경쟁력연구원 등 4개 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혁신대학' 순위 5위에 올랐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그 이후의 미래를 얼마나 잘 준비하는지를 기준으로 둔 것인데 스탠포드, MIT, 알토, 하버드가 각각 1~4위였습니다.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모두 서울대, 하버드대, 의대만 가는 것보다 다른 대학도 가는게 우리 사회에 더 좋지 않을까요? 미네르바 스쿨이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고민할 수 있는 또 다른 좋은 선택지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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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미네르바 스쿨 홈페이지(https://www.minerva.kgi.edu/)
_혹시 미네르바 스쿨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EBS 미래강연Q(https://www.youtube.com/watch?v=yDtDQskrlFQ)를 추천합니다.
_2021년 가을 입학 일정(미국 서부 시간 기준)
△Early Action 2020년 11월 1일
△Regular Decision I 2021년 1월 15일
△Regular Decision II 2021년 3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