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카오벤처스 Sep 21. 2022

KV에게 있어 해외투자란?

이인배 (inbae) 수석심사역의 해외투자 이야기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이인배 입니다. 


투자팀에서 수석심사역으로 근무하고 있고 명목상 '해외 담당'으로 포지셔닝 되어 있습니다. 2015년에 (카카오벤처스의 전신인) 케이큐브벤처스에 합류했고, 컴퓨터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VC 로 전직한 과정을 여기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실은 카카오벤처스에서 제일 오래 전부터 개인 브런치를 운영해 왔는데 다른 분들도 드디어 이렇게 공식 회사 브런치를 통해 글을 올려 주셔서 소원성취한 느낌입니다.


저는 본 시리즈를 통해서 카카오벤처스가 해외투자를 바라보는 관점 및 그 외에도 제가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저 같은 사람이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인 카카오벤처스에서 해외 업무를 주로 맡아 할 수 있다는 점은 참으로 감사한 점입니다. 크로스보더 업무 담당자로서 한국의 초기투자사가 해외투자를 한다는 -정확히는 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는- 점이 어떤 의미인지를 오늘 글을 통해 전달 드리고 싶어요.



들어가며,

'창투사'의 투자 재원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기본적으로 ‘창투사' 즉 창업투자회사는 라이센스 특성 상 한국 내 중소기업의 창업 활성화를 주 목적으로 염두에 두고 활동을 해야 하는 VC 입니다. 한국의 벤처기업 위주로 지분 투자를 하도록 역할이 정해져 있는 한국 벤처생태계의 일원이며 이런 활동 취지를 이해하고 또 긴 호흡의 투자 사이클을 감내하며 출자를 할 수 있는 기관, 법인 또는 개인들 중에서, 여건과 궁합 다 맞는 출자자들을 LP (Limited Partner, 유한책임조합원)로 초대하여 펀드별로 파트너링을 하는 전문 금융사 입니다. 다시 간단히 이야기하면 '한국 VC' (중에서도 특히 창투사들)는 한국의 벤처 중소기업들이 잘 되도록 활동하는 투자사입니다.


테크니컬한 내용을 조금만 더 공유를 드리겠습니다. 펀드를 새로 결성할 때 제일 출자를 크게 해 주시는 LP 를 anchor LP 라고 합니다. 제일 먼저, 그리고 제일 크게 출자를 받기로 약정을 해 주시면 이를 기반으로 다른 LP 들에게 더 편하게 다가가서 약정금을 모아서 목표로 하는 총액을 결성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신규투자를 유치할 때와 마찬가지로 제일 많은 투자금액으로 리딩해 주시는 anchor LP 의 니즈와 요구사항을 펀드별로 반영하게 됩니다. 창업가가 투자자를 상대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리드투자자가 제안하는 기업가치, 그 외 조건들 등을 반영해서 투자계약의 틀을 마련 하듯이 펀드를 운용하는 저희같은 GP (General Partner, 업무집행조합원) 입장에서도 anchor LP 의 템플릿을 따릅니다.


그러면 VC 펀드에 통상 제일 많이 출자를 하는 anchor LP 들은 어디가 있는가의 관점에서 창투사들은 중소기업벤처부가 운용하는 ‘모태펀드’에 제일 의지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다른 형태의 라이센스 보다도 창투사 라이센스를 취득하면 좋은 점 중의 하나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육성과 활성화를 주 목적으로 하는 정부 기관의 펀드로부터 출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신기사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라이센스를 취득하면 모태펀드의 출자를 받을 수 없습니다. 모태펀드라는 좋은 source of capital 을 토대로 규모를 키우고 싶어하는 많은 '중소형' 투자사들이 아무래도 창투사 라이센스를 먼저 고려 하게 됩니다.


모태펀드 운용구조 (출처: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와 같은 세금 기반의 재원이 투입된 펀드를 운용하게 되면 좀 더 크게 안정적으로 펀드를 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단점으로는 그 만큼의 제약이 따라서 결론적으로는 해외투자가 조금 더 어려워집니다. (정확히는 정부 돈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중에서도 은행으로부터 출자를 받은 펀드의 경우 해외투자 제약이 따르게 됩니다.) 


그 정확한 이유를 살펴 보면 아까 언급 드렸듯이 anchor LP 입장에서는 '창투사의 펀드에 출자를 할 때는 우리가 제공하는 재원이 좋은 쪽으로(도) 쓰이기를 희망하는 내용'이 펀드의 규약, 즉 계약조항에 반영됩니다. 예를 들어 세금 기반으로 만들어진 펀드가 99% 해외투자를 한다면 모태펀드에서는 '국내 생태계 활성화' 또는 '일자리 창출' 등의 rhetoric 을 적용해서 재원을 할당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겠죠. 자금의 출처와 성격이 그렇다 보니 세금 기반의 자금, 그리고 은행으로부터 내려온 자금의 경우에는 목적성이 좀 더 강하게 부여가 되어서 국내에서 주로 쓰여지기를 바라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유입되게 됩니다. 그러므로 '정책/은행자금(기반으로 만들어진) 펀드'를 운용하게 되면 명시적으로 얼마 이상은 해외투자를 할 수 없다 등의 전제조건을 기반으로 펀드 투자에 임해야 합니다.


창투사가 해외 투자를 하려면...


그렇다면? 창투사는 어떻게, 왜, 해외투자를 하는 건가요? 라고 물으실 수 있겠네요. 예전에 다른 창투사 대표 되시는 분에게 “해외투자는 (창투사로서) ROI 가 나오지 않잖아요" 라는 코멘트를 들은 적도 있는데 그 논조에 공감도 되었습니다. 또 우리가 왜 해외투자를 하지?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해외투자를 해보고 싶은 입장에서 한국 VC, 특히 창투사가 고려할 수 있는 건 크게 이렇게 3가지 방법 있을 것 같습니다. 


1) 정책펀드에서 허용하는 한도 만큼의 ('비주목적 투자'라고 하는 허용되는 선 내에서의) 투자를 해외법인에 집행

2) 정책펀드가 아닌 '민간펀드', 즉 정책자금 은행자금이 들어가 있지 않은 펀드를 운용하는 상황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게 해외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하는 방법 

3) 창투사의 자체 자금 (본계정) 여유가 있을 경우 경영진 입장에서 판단해서 투자금으로 써 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투자를 하는 것. 

3번 옵션은 펀드 운용을 주 업무로 하는 창투사 입장에서는 때로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기는 합니다만, 그 이유는 너무 테크니컬한 부분이라, 스킵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카카오벤처스는 정책펀드 및 민간펀드 다 운용하고 있는 투자사 입니다.




(지루할 수도 있는 내용을 장황하게 전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제, 그러면, 카카오벤처스 입장에서의 해외투자라는 키워드 또는 업무활동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조금만 풀어 보겠습니다.)


제가 처음 업계에 진입했을 시점인 2015년 경을 떠올려 보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현재 대비 아직 많이 작고 성장해 나가는 단계였습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창업가들이 모여 스타트업을 키워 나가는 과정에서 한국 시장 내에서 한국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또는 한국 고객(기업)들을 대상으로 매출을 일으키고 자생력을 갖춰 나가는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대단하고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그 때는 지금 대비 '글로벌'이라는 키워드가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쉽게 주창하고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카카오벤처스의 모회사인 카카오의 입장에서도 글로벌 사업에 도전했다가 여러 어려움을 겪었고 해외시장에 진출했던 사업들도 종료 및 퇴각을 하게 되면서 글로벌에 대한 아픔이 있었습니다.


다음카카오 시절인 2015년, 인도네시아 SNS 패스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용감한 창업가들이 글로벌에 대한 도전을 처음부터 꺼렸던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해외파 유학생들 또는 교포들도 한국으로 돌아와서 창업하는 케이스가 꽤 많아졌지만 그 때만 해도 미미박스 등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린 하이브리드 창업 케이스가 종종 있었습니다. 본사가 미국법인인 구조로 설립되어 양국의 투자를 받거나 R&D 조직이 한국에서 모든 개발업무를 총괄한다거나 하는 소위 크로스보더 기업들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카카오벤처스 차원에서의 정확히는 케이큐브벤처스 시절부터 해외투자의 사례는 존재했습니다. 제가 합류하기 이전에도 이미 몇 건의 투자 사례가 있었습니다.


"좋은 팀을 찾아나서는 데 국경은 없다"


VC, 특히 초기 투자 쪽에서의 벤처캐피탈 투자 활동은 완전히 local business 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그 이유도 생각해 보면 당연한데 한국인 심사역이 국내에서의 특정 학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재의 강점과 능력치 그리고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투자 심사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점입니다. 반대로 해외 시장에서 해외 경험만을 보유한 외국인을 만나서 시장 이야기를 듣고 사업을 검토하고 백그라운드를 알아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초기투자를 하는 심사역 입장에서는 아니, 그 어떤 high risk 투자를 고려하는 누구에게든 이종의 시장과 문화를 감안해서 해외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큰 용기 또는 결단이 없으면 하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심사역 레벨에서의 관심과 열정이 있고 유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조직 차원에서의 철학이나 방침이 “해외투자를 지양하자" 고 정해져 있으면 아무리 해외투자를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됩니다. 다행히 카카오벤처스는 해외 인재의 강점과 능력치, 래퍼런스 체크를 통해 투자 심사를 할 수 있는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고, '해외 투자'에 대한 도전이 열려있는 환경입니다. 


사실 '돈을 쓰는 행위' 보다 '돈을 거두는/벌어오는 행위'가 훨씬 더 어렵습니다. VC 입장에서는 멋있고 잘 될 것 같은 회사를 만나서 투자를 약속하고 자금을 집행하는 그 과정보다 오히려 해당 기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펀드 관점에서도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하는 차원에서 투자에 대한 성과도 만들어내는 것 이 두 가지가 더 난이도가 높은 부분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해외기업을 찾아가서 어떻게든 투자를 하는 것 다음으로 이 기업과 어떻게 관계를 유지해 가면서 사후관리 차원에서 중요한 안건을 놓치지 않고 업데이트를 받아 가면서 모니터링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또한 창업가/매니지먼트와 어떤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더 많은 노력과 스킬을 요구하는 부분이 해외투자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점들 그리고 추가적인 요인들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투자사가 해외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투자사와 담당자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합니다. 해외투자란 저희들에게도 가슴 뛰는 일이고, 저희가 더 글로벌 투자사로 거듭날 수 있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카카오벤처스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해외투자에 큰 의미를 두고 펀드들을 운용해 왔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 할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더 잘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고민을 현재진행형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희 투자팀 내에서도 Deep Tech / 기반기술 쪽에 좀 더 특화되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함께 기술 딜을 검토하는 분들과 업무를 소화하다 보면 해외에서도 많은 재밌는 신기한 기회들이 포착되는 편입니다. 기술 외에도 서비스를 주로 검토하는 동료들도 이제는 점점 더 경계 없이 크로스보더 관점에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물론 이미 저희가 믿고 투자를 드린 KV 패밀리사가 해외진출을 하실 때 잘 되도록 서포트 하는 것을 당연히 전제로 합니다.


꼭 부연하고 싶었던 점 하나: 카카오벤처스에서는 저만 해외투자를 집행하지는 않습니다. 갈 수록 더 많은 저의 팀원들이 해외법인 투자, 크로스보더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어서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미국에서 제일 긴 시간을 보냈던 건 저이지만 저 말고도 유년시절을 보스턴에서 보낸 동료, 북경/런던/도쿄/싱가포르 대학 출신 동료들도 있고 해외 MBA 출신도 있습니다. 그리고 갈수록 많은 창업가 분들이 더욱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multi-cultural background 를 거쳐 창업을 고려하시고 있고 저희를 찾아 주고 계세요.




이번 편은 여기까지 적는 걸로 하고 향후에는 카카오벤처스의 패밀리로 예전부터 함께 하신 많은 해외기업들을 소개 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 나가 볼게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인배(inbae) 수석 심사역





#카카오벤처스 #벤처캐피털 #스타트업투자 #스타트업 #해외투자

매거진의 이전글 "뉴닉이니까 본다" 카벤이 뉴닉에 투자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