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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벤처스 Nov 08. 2022

Digitalhealthcare letter_23

카카오벤처스 디지털헬스케어 뉴스_20221108


[이 주의 주요 뉴스]


의료 데이터의 딜레마_EMR과 EHR의 차이를 중심으로


환자 건강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면 공공 분야와 공중 보건 연구에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 지금까지는 먼나라 이야기입니다. 2011년과 2015년 사이에 미국 정부는 "Meaningful Use Program"을 통해(법안 이름이 참 직관적이죠?) 35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며 의사들이 전자 건강 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 이하 'EHR')을 사용하도록 장려했습니다. 그 이유는 EHR을 통해 의사들이 환자를 더 잘 돌보고, 진료와 병원의 업무 흐름을 능률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EHR은 일반적으로 흔히 알려진 EMR과는 다른 개념인데, EMR은 'electronic medical record'의 줄임말로 조직 및 의료 제공자가 관리하는 디지털 형식의 환자 차트입니다. 환자의 진료와 관련하여 모든 건강 정보가 저장되어 있고, 모든 의료 제공자가 접근할 수 있는 EHR과 달리 EMR은 조직외부로 이동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EHR의 특성으로, 'Meaningful Use Program'의 전신인 2009년 '임상 건강을 위한 건강 정보 기술'(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for Clinical Health; HITECH) 정책에는 EHR 사용 장려를 위한 부가적인 이유를 하나 더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공공 및 공중 보건의 증진입니다. 이는 수백만 명의 환자 건강 기록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연구자들이 질병 발생을 예견하고 만성 상태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할 수 있는 데이터 보물을 생산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바람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의 희망이 어디까지 실현되었을까요? 실현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의료 데이터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들여다봅니다. 



의료 정보 기술 회사인 Datavant의 최고 혁신 책임자이자 메디케이드/메디케어의 혁신프로세스를 경험한 Shannon West는 "우리는 (EHR에) 35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팬데믹 기간동안 경험한 것만으로는 투자를 확신하기 어려웠고 또 납세자로서 우리의 비용이 제대로 쓰였는지 질문해야 하는 시점에 왔습니다."라고 말합니다.


혹자들은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EHR 데이터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챌린지를 수행하고 있지만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까지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를 아래에서 살펴봅니다. 


1. 널리 사용되고 있는 EHR 


EHR의 보급률은 '19년도 기준 의사 90%, 병원의 95%에 다다릅니다. 

한때 장애물로 생각되었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전자기기를 통해 서로 다른 통신체계가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는 정도)도 더이상 장벽이 되지 못합니다. 의료 데이터를 교환하는 데 사용되는 표준인 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s(FHIR), 건강 정보 네트워크 간에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교환 프레임워크' TEFCA와 같은 기술의 채택이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어려움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2. EHR 데이터를 얻기 어려운 이유


전문가들은 문제가 주로 의료 시스템에 내장된 인센티브와 정책에 있다고 말합니다. 기존 정책은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대규모 병원과 대형 병원에서 소유한 기관에서 환자 건강 데이터를 찾아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관들은 일반적으로 보상이 없는 한 경쟁자 혹은 지불자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EHR 데이터를 공유하길 꺼립니다. 

Commonwealth Fund 회장이자 전 ONC(National Coordinator for 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코디네이터인 David Blumenthal 박사는 많은 지역사회에서 의료 서비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이러한 거부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요타나 BMW같은 자동차 회사가 고객 명단을 서로 교환하거나 공유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듯, 같은 지역의 병원들끼리 서로 환자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3. 데이터 공유가 비즈니스로 이어진 사례는 전무했음


Blumenthal 박사는 데이터 공유에 대한 인센티브 부족이 더 큰 문제 중 하나라고 덧붙입니다. 인센티브의 부족은 곧 의료 시스템이 대규모 인구에서 질병을 예방하는 것보다 개별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Bluementhal은 "주로 행위별수가제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예방을 위한 인센티브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병원 수익에 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EHR과 같은 기술이 비즈니스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인간에 의해 제어될 때 의료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기술 사용에 대한 비즈니스적인 정당성이 없으면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4. 건강 관리 vs 공중 보건


공공 및 공중 보건 연구를 위한 EHR 데이터 사용의 또다른 어려움은 매우 구조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을 위한 건강 관리를 공중 보건 기능과 분리하기 때문입니다. 인디애나 주 보건정책센터 소장인 Joshua Vest 박사는 “미국에서 공중 보건과 의료 서비스를 분리한 것은 의료 제공자와 정책 입안자가 직면한 역사적 과제 중 하나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공중 보건 기능은 거의 주 혹은 지역 수준에서 수행되고, 이러한 단편화는 공공 및 공중 보건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찾고 모으는 프로세스를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현재 ONC의 책임자인 Tripathi는 "전국에 64개의 공중 보건 관할 구역이 있으며 각 관할 구역에는 데이터 수집 및 공유에 대한 자제 규칙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EHR 데이터를 통제하는 민간 부문이 공중 보건과 관련된 모든 규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5.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공중 보건


더군다나 공중 보건과 의료 시스템은 재정 자원의 막대한 불균형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국 공중 보건 저널에 따르면 공중 보건은 '20년도 미국 전체 의료 지출의 2% 미만을 차지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건강 정보 관리 및 시스템 협회의 '22년도 연구에서는 미국의 공중 보건 인프라에 367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의 결과는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이상적으로 의사가 질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할 때 정보가 자동으로 지역 및 주 보건부에 전송되어 발병 진행 상황을 추적하고 다른 의사가 접근할 수 있어야 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여전히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Tripathi는 "우리는 이 모든 돈을 EHR에 투자했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공중 보건 측면에 상응하는 투자를 하진 않았습니다. 팬데믹 동안 EHR의 데이터를 공중 보건 기관에 맡겼을 때 우리가 필요한 종류의 대응을 위해 처리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 양의 데이터를 송수신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6. HIE(Health Information Exchange)의 역할


공중 보건 자금의 부족과 연구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능력은 참가자들이 환자 데이터를 전자기기를 통해 검색 및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네트워크인 HIE(Health Information Exchange)를 통해 어느 정도 메꿔졌습니다. 일부 정책 입안자들은 HIE를 연구자들이 공공 및 공중 보건 연구를 위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가능케하는 방법으로 보고 있지만 West는 회의적입니다. 

"HIE의 문제 중 하나는 일부 의료 시스템이 개별 환자 또는 모든 환자 방문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따라서 HIE를 사용하여 연결을 구축할 수 있지만 연결이 모두 동일한 데이터를 제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이 국가 차원에서 아이디어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곳입니다.” Blumenthal도 이에 동의합니다. "HIE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입력하는 사람과 기관에 달려 있습니다. 즉, 효율성이 지역 의료 기관의 커뮤니티 정신과 이를 촉진하는 주 규제 프레임워크에 달려 있음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합니다. 


7. 낙관적인 시선의 배경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EHR 데이터가 멀지 않은 미래에 연구 목적으로 널리 이용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전 CMS 관리자인 Verma는 "현재 EHR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데이터 전송을 위한 표준 및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EHR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자동으로 보내도록 합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Tripathi 또한 연방 정부가 TEFCA와 같은 데이터 공유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데 참여하면 집계와 연구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Bluementhal은 EHR 데이터 마이닝이 대규모 의료 시스템과 기술 회사 간의 파트너십 형태로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해당 시스템을 접하는 환자는 결국 회사의 데이터 창고에서 비식별화되고 그 결과값으로 회사는 돈을 벌고 있다. 이렇듯 민간 영역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구글 및 애플과 같이 연구를 수행하는 회사에서 미국의 건강 개선을 돕는 방법이 아닌 돈을 벌고자 해당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이타적인 행동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Vest는 포괄적인 연구 네트워크의 구성 요소라고 부르는 것의 발전에서 낙관론의 근거를 찾습니다. 그는 연구 목적 하에 접근 가능한 DB를 갖고 있는 여러 주, 환자 중심 국립 임상 연구 네트워크를 가리키는데 이들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다양한 연구를 위해 매년 3천만 명 이상의 환자가 만나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Vest는 팬데믹으로 인해 질병에 대한 연구를 위한 여러 학술 기관 간의 대규모 환자 등록부 개발이 추진됨으로써 EHR 인구 건강 연결을 촉진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Vest는 "여러 출처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사용하여 이러한 종류의 (공공 및 인구 건강)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바라건대 언젠가 우리는 그들을 확장시키고 더 큰 무언가를 건설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8. 의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희망은 과대평가된 것일까?


2009년 HITECH 법안이 마련되고 35조 달러의 예산이 집행되었지만 아직 목표했던 아름다운 그림까지 도달하지 못한 점은 사실입니다. 아직 EHR에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들은 HIPPA 개인정보 규정뿐만 아니라 기술적 문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건강데이터를 다루는 과정이 어려운 이유는 데이터에 접근 가능한 사람, 작성하는 사람, 지불하는 사람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바라는 것처럼 '모든 환자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은 플랫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필요한 정보 저장소들을 연결한 오픈 아키텍처 형태가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eaningful Use 법안에서 상호운용성을 제외하는 '바람'에 데이터가 통합될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합니다.

다만 "Meaningful Use" 법안에서 상호운용성을 필수로 요구하지 않았던 이유는 2011년만 하더라도 '당시엔 자체적인 운용여부가 더 큰 이슈였고, 어떤 의료기관이 어떤 비즈니스 논리에 의해 참여 또는 불참을 결정하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상호운용성을 포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Blumenthal 박사는 말합니다. 

또한 "건강, 특히 공중보건 영역은 우리의 이상에 도달하는 과정까지의 어려움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가 기대한 것만큼 빨리 목표가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Blumenthal는 덧붙였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논의가 지속되는 부분입니다. 정책 당국자들이 한국의 EMR 보급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되뇌이는 사이에 다른 나라의 보급율도 거의 따라왔습니다. 어찌보면 한국이 과거 시스템에 머무르는 사이에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더 발전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기사에서 나오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의료 데이터를 공유해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과연 언제나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지를 생각해볼 일입니다.


- 뉴스 원본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 참조)

https://www.medicaleconomics.com/view/the-data-dile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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