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벤처스의 투자 철학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투자팀 에이든입니다. 그리고 컴팀 엠마, 재이입니다.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불미스러운 기사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탈취해 신사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입니다. 저의 동료 역시 최근 미팅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 있습니다. 아무래도 카카오벤처스가 카카오 계열사이다 보니 이 이슈와 관련해 저희 회사에 대해 궁금한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으로서 입장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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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카카오벤처스가 투자 심의 단계를 비롯한 스타트업의 어떤 정보라도 당사자의 공식적인 동의 없이 외부로 유출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카카오벤처스는 시드와 프리A 등 극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입니다. 초기에 투자하는 하우스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타트업을 바라보게 됩니다. 당장 이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몇 년 안에 수익을 올린다는 관점보다 투자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고 지원합니다. 그래야 좋은 팀이 지속적으로 카카오벤처스를 찾아주고, 카카오벤처스가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벤처캐피탈은 이른바 '평판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난 스타트업과 당장 '투자'라는 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벤처 생태계 일원으로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고, 우리가 마주한 크고 작은 순간들이 우리 회사의 평판을 좌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관련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는 돌이킬 수 없이 신뢰를 상실시키는 길입니다. 스스로 신뢰를 져버리는 건 벤처캐피탈로서의 업(業)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카카오벤처스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창업가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투자한 패밀리들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고 돕고, 필요한 미래를 앞당기는 게 우리 일의 본질이라고 믿습니다. 스타트업과 오래도록 함께 걷고 싶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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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벤처스는 극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일단 좋은 팀을 알게 되면 대표님을 만나뵙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후 추가 논의를 위해 메일이나 미팅을 통해 다시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더 진전이 있을 경우 핵심 팀원 인터뷰와 IR 등을 거쳐 투자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때 투자팀은 여러 채널을 통해 스타트업을 만납니다. hello@kakao.vc 계정으로 투자 검토 의뢰를 받기도 하고 패밀리사나 지인의 소개 혹은 콜드메일 등으로 만나는 경우 등 다양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만났던 팀 정보를 제3자에게 주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좋은 딜이라면 굳이 외부에 정보를 누설할 이유가 없습니다. 외부에서는 당연히 카카오벤처스가 어떤 스타트업이나 창업가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지 전혀 알 수도 없습니다. 카카오벤처스 역시 같은 이유로 다른 VC에서 어떤 팀을 보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팀을 만나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관점에서 다각도로 살펴봅니다. 물론 초기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현실화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카카오벤처스는 후자의 관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파트너와 심사역들이 투자 심의 과정에서 하는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는 “팀 구성은 어떻게 하셨나요?” “지금까지 해왔던 성장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등 팀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하는 내용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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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우리가 검토한 내용 중 아이디어만을 건네주는 게 가능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게 행동할 만한 실익이 없습니다. 아이디어를 실현할 사람을 찾고, 이 사람에게 아이디어를 꼭 줘야만 하는 특수관계가 성립하려면 얼마나 많은 우연의 연속이 있어야 하는지 상상하기도 벅찹니다.
이해관계자 혹은 특수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IT와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기조로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합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투자과정에서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이 아닌 구성원이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모회사 투자 담당자나 핵심 인력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카카오벤처스 투자 심의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내용이나 과정 등 어떤 정보도 알 수 없으니 투자과정에 어떤 영향력도 미치기 어렵습니다. 투자 전 과정에 이르는 영역에 그 어떤 외부 간섭이 없이 카카오벤처스만의 방식으로 지금까지 240곳이 넘는 곳에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기사를 보고 가끔 외부기관에서 카카오벤처스 패밀리사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패밀리사가 카카오 계열사에 협업 요청을 하기 위해서 연결을 부탁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대표님 혹은 사업부서에 미팅 의향이 있으신지 먼저 말씀드리고, 소개 메일을 통해 양측이 논의할 수 있도록 연결만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양측의 분명한 동의와 허락을 전제로 해야만 연결이 가능합니다. 중간에서 카카오벤처스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어떤 정보를 만들어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고, 양측의 논의에 효과적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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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벤처스는 기본적으로 패밀리를 보호하는 입장에 설 수 밖에 없습니다. VC이기에 우리의 고객인 LP의 재산을 보호해야 하며, 신의 성실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카카오벤처스에도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좋은 팀이 첫 투자 유치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카카오벤처스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평판, 즉 성과와 직결되는 부분입니다. 앞으로도 패밀리사와 스타트업을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만 의사결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
카카오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또 구성원으로 일하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철학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우리 역할을 반추하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믿으며, 때로는 스스로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장치입니다. 우리는 윤리적 가치 고수(Integrity)와 탁월함(Excellence), 원팀(Team), 진정성(Authenticity)을 최우선 가치로 뒀습니다. 우리의 사적 이익과 충돌할 때는 윤리적 가치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잠깐의 이익을 좇느라 공동체에 해가 되는 판단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한 명의 성과나 잘못은 카카오벤처스 전체의 성패라고 믿고 일합니다. 미래를 앞당기는 혁신가와 함께하기 위해 카카오벤처스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혹은 서로에게 ‘처음의 그 마음을 잘 지키고 있는지’ 묻고 또 묻습니다. 이러한 선언은 투자 심의 과정과 전체 업무 전반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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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CVC 숫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미팅과 협력도 늘어나게 될 겁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본격적인 여러 논의가 필요할 때입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건강한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데 카카오벤처스도 깊이 고민하고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