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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벤처스 May 23. 2023

좋은 IR이란 무엇인가요?

카벤 마피아 시리즈 02

안녕하세요.

어느덧 따뜻한 햇살에 공기가 더워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금세 여름이 올 것 같습니다.


지난 글에서 어떤 사업계획서가 좋은지에 대해 에디, 제이드, 마이크 심사역이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좋은 사업계획서가 완성되었다면, 다음에 할 일은 이를 벤처캐피탈(VC)로 보낸 다음 IR을 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좋은 IR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이번 편에서 다뤄보려 합니다. 주로 서비스 부문의 다양한 기업을 보는 마이크 심사역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마이크 심사역은 IR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2가지를 꼽았습니다. 어떤 것이 왜 중요하다고 보았을까요?



Q. IR은 무엇인가요?

A. IR은 Investor Relations의 약자입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해 VC와의 여러 미팅, 실사(Due diligence), IC(투자심사위원회) 의사결정 등을 통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 투자 이후 비즈니스 파트너로 VC와 좋은 관계를 쌓아가는 것까지 모두 아울러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모든 기업활동이 그러하듯 IR의 전체 과정을 관통하는 본질은 단연코 신뢰입니다. 사업을 간결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설명해 투자유치를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겠지만 그 모든 바탕에 사람과 사람 간에 만들어가는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마이크 심사역은 어떤 특성을 가진 창업가에게 신뢰감을 가지나요?

A. 투명성입니다. 예비 창업가와 투자자의 커뮤니케이션은 상당 부분 숫자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시장규모, 트래픽, 전환율, 성장율, 매출 같은 정량적 데이터가 없이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숫자를 지나치게 왜곡하는 것은 심사역에게 신뢰를 잃게 만듭니다.

  창업가 입장에서는 굉장히 많은 양의 정보 중에서 핵심 지표를 추려야 하는 과정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 중요한 지표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거나 유리한 지표만 선택적으로 자료에 넣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가중시킴과 더불어 ‘왜 이 정보를 뺐을까’라는 의문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의도된 효용보다 반작용이 더 크게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운로드 수나 월간 이용자수(MAU) 같은 지표만으로 트래픽의 모든 가치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월 방문자가 10만 명인데 회원가입 전환이 100명이 채 되지 않고 구매 건수가 10회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숨기기보다는 무엇이, 왜 문제인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시도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VC들은 창업가들이 숨기려고 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면 마음의 벽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표가 하락하거나 정체된다 하더라도 그 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개선하고 있는지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큰 신뢰감과 호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IR 자료를 만들고 소통할 때 이 부분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잘 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투명성을 해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계속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Q. 다른 하나는 무엇인가요?

A. 지적솔직함입니다. 투명성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좀 다른 행동인데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라고 생각해요. 지표를 과장해 말하거나, 어려운 질문 혹은 고민해보지 않은 질문에 대해 상황을 모면하려 할 때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850명의 고객이 있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이를 ‘약 1000명’이라고 표현하는 것, 괜찮을까요? 저는 이것은 거짓에 가까운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식이 일단 들면 어디까지가 사실일까를 계속 떠올리게 되기 때문에 그 뒤에 언급되는 모든 숫자를 다시 더블체크해야 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늘어나는 경우죠.

  당장 머릿속에 없는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을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이 때는 아는 척 대충 얼버무리며 답변하기보다는 ‘나중에 확인하고 다시 정확하게 이야기하겠다’고 답하는 게 더욱 신뢰감을 얻는 방법입니다. 정확한 숫자 없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용자들이 만족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표현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Q. 전체적인 관점에서 어떤 IR이 좋은 건가요?

A. VC와의 미팅은 일반적으로 일방적인 발표라기보다 ‘대화’에 더 가깝습니다. 창업자가 자신의 생각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질문-답변-피드백-질문-답변 등의 피드백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많은 정보를 한 번에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합니다. 투자자들이 어떤 질문을 하는지, 어떤 시점에서 어떤 정보를 더 구체적으로 요구하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이를 기반으로 보완을 하면 더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IR이 될 수 있습니다. VC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는 창업자 입장에서 보면 스스로에게 더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힌트가 된다고도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음, 제가 여러 번 받은 질문 중 하나는 투자유치 과정에서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을 때 다시 연락해도 되는지 여부인데요. 실제로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납니다. 첫 투자 검토에서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몇 달 혹은 다음 라운드에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같은 내용이어서는 안 되겠죠. 투자자의 생각이 달라지게끔 하는 유의미한 지표 성장이나 가설검증에 대한 실행 등의 변화가 같이 따라야 합니다.

  IR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화려한 언변, 발표를 잘 하는 여유로움 등은 부수적인 요소입니다. 이것만으로는 투자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창업가 입장에서 IR 과정을 VC를 만나서 자금을 유치하는 행위로만 접근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내 사업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과정으로 보시면 어떨까요. 더 생산적이고 도움이 되는 대화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 성장의 관점에서도 훨씬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드-시리즈A 창업과정에 있는 많은 예비 창업가, 창업가분들 카카오벤처스를 많이 찾아주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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