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 인터뷰 1편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컴팀입니다.
최근 카카오벤처스 알룸나이(Alumni)인 루닛의 주가가 거침이 없습니다. 7일 종가 기준 24만7500원. 올해 6월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넘어서며, 국내 헬스케어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한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시가총액 3조에 도달했습니다. 이에 유니콘에 루닛을 합쳐 ‘루니콘’이라는 별명까지 생겨났습니다. 루닛을 포함해 다른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의 주가도 강세입니다. 원래 이런 걸까요?? 잘 몰라서 김치원 상무님께 질문을 드려봤습니다.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의 현주소와 경쟁력 등에 대해 김 상무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카카오벤처스 패밀리와 국내 시장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하고, 2편에서는 디지털헬스케어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김 상무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내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맥킨지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습니다.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1세대 투자자로서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으며, 요양병원을 운영한 적도 있습니다. 현재는 전임 파트너로 카카오벤처스에서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Q.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의 주가가 오름세입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전반적으로 의료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올해 5배 정도 오른 것 같아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생성형AI의 열풍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에서 돈을 버는 AI 업체가 어디가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한국의 경우 상장사 가운데 의료 인공지능 회사가 거의 유일하게 인공지능 자체만으로 돈을 번다는 사실이 주목을 끈 것 같습니다.
Q. 특히 루닛의 주가가 인상적입니다. 7일 기준 24만 원을 넘었어요. 왜일까요?
A. 최근 수일 사이의 주가 급등은 루닛의 인공지능(AI) 의료 진단분석 제품인 루닛 인사이트 CXR이 일본에서 보험급여 적용을 받았다는 내용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루닛이 가진 기술력과 비즈니스 전략의 유효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일단 ‘암’이라는 질병에 집중해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방향성 자체가 상당히 긍정적이에요. 환자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을 잘 잡아서 여기에 집중한 점이요.
루닛의 상품은 크게 인사이트와 스코프로 나눠지는데,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동반진단 검사가 가능한 스코프를 높게 평가합니다. 값비싼 신약이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다 효과가 좋지는 않아요. 같은 질병이라도 어떤 병리적 특징을 가진 환자에게 더 잘 효과가 있는지를 찾아내는 게 중요한 데 이게 동반진단이거든요. 이전에는 유전자검사나 조직검사를 해야지만 동반진단이 가능했는데 루닛스코프를 이용하면 유전자검사가 못 잡아냈던 특성까지도 잡아낼 수 있다고 나와요. 이러면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신약개발에 걸리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좋은 거죠.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이 제품이 어떤 가치가 있고 어떤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준다는 게 명확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 가치가 있는 거죠. 루닛 인사이트의 장점 중 하나는 유방촬영이에요. 유럽에서 유방촬영을 할 때 의사 두 명이서 같이 판독하고 합의를 한 후 결론을 내요. 그런데 의사 한 명의 판단과 루닛 인사이트의 결과를 합쳐서 해 보니까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은 거에요. 이러면 루닛 인사이트를 안 쓸 이유가 없는거죠.
그리고 루닛은 정말로 전문적인 인공지능 헬스케어 기업이에요. 상근으로 일하는 의사 숫자가 10명 정도로 가장 많아요. 전문의 출신이 임상설험 설계도 하고 데이터 레블링을 하고 훨씬 전문적으로 중심을 잡아가는 거죠. 루닛 소속의 의사가 교수님들이나 전문가들과 협업하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비즈니스를 꾸려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Q.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하신 지 2년이 넘었고 그 기간동안 투자 건수도 꽤 많았던 것 같아요.
A. 카카오벤처스 디지털헬스케어 팀에 전문의 출신 두 명의 심사역이 있어요. 저와 정주연 선임인데요. 제가 합류하고 2년 반 동안 25곳 정도에 투자했습니다.
Q. 다른 VC는 어떤가요?
A. 전문의 출신 두 명의 심사역이 있는 곳은 현재로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냉정하게 말해 ‘의사가 있으면 무조건 좋은가’라고 하면, 꼭 그런 건 아닐 수 있어요. 카카오벤처스는 바이오 투자는 하지 않지만, 사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면역학 등 다른 분야 박사님들이 너무 잘 보실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바이오가 아닌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의사가 가지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헬스케어 섹터는 기본적으로 진료와 같은 헬스케어 서비스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가 투자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저희가 열심히 하고 있다 보니 좋은 곳에 투자를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어떤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하시나요?
A. 우리 회사 다른 파트너들도 많이 하는 이야기인데 초기투자다 보니 확실히 대표님의 결을 많이 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넓은 의미에서는 창업팀 전체를 보는 건데요. 사람마다 결을 본다는 게 다양한 의미일 수 있지만 보통 이야기해 보면 각자 느껴지는 것들이 있잖아요. 저는 ‘유연함’을 주로 봐요.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다들 전문가들이 많으시고, 또 확신을 갖고 창업을 하다 보니 다들 내 아이템이 너무 좋고 최고라고만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사업을 하다 보면 다양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 지적을 받을 때도 충분히 받아들이고 부족한 점을 인정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거죠. 대표님들이 아무리 해당 기술에 대해 전문성이 최고라고 해도 시장 전체를 완벽하게 다 알기는 어렵잖아요. 본인이 생각하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던 부분에 대해 지적을 받을 때 너무 방어적이거나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는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더해서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지만, 회사를 위해서 정말로 필요하면 무릎을 끓을 수 있는 그런 태도까지 가지고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Q. 사람 말고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나요?
A.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에요. 한국 시장은규모가 작아서 이것만으로는 큰 기업이 될 수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해야만하는데 헬스케어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에요. 전 세계에서 의료비 지출의 40% 가까이가 미국에서 쓰이고 있으니까요.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 미국에서 잘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몇 가지 있는데 가장 중요한 점이 적절한 용도를 설정하는 문제예요.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 하는 용도를 설정한 다음 역산해서 그런 용도에 맞는 제품이 나오려면 지금 어떤 임상시험을 해야 하고,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걸 만들어야 하는지를 봐야 하는 거죠.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잘 쓰일 수 있고 또 그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만한 것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예로 들 수 있는 게 패밀리인 프리베노틱스입니다. 인공지능 기반의 위내시경 제품을 만드는 곳이에요. 위내시경은 한국과 일본이 전세계에서 제일 잘합니다. 아직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위내시경을 많이 하지 않고 있거든요. 근데 미국 소화기학회 가이드라인이 바뀌면서 대장내시경 말고 위내시경도 열심히 봐야 하는 상황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적용된 건 아니지만 우리는 초기 투자자로서 7-8년 뒤를 생각하면 지금 충분히 투자를 할 만한 분야라고 생각이 돼요. 상대적으로 위내시경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의사들에게 프리베노틱스의 인공지능이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굉장히 유리하겠죠.
반대로 미국에 가는 게 좀 까다로운 대표적인 영역이 디지털치료제라고 생각해요. 우울증, 불면증, 불안장애, 중독 등 특히 정신과적 영역에서 디지털치료제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디지털치료제의 근간이 되는 인지행동치료라고 하는 방법 자체가 나라나 문화마다 적용방식 등이 다르고 이미 미국에서 여러 회사가 나와있는 상황이라 힘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투자하면서 좋은 사례나 나쁜 사례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A. 좋은 사례 말씀드릴게요. 우리 패밀리인 포트레이인데요. 서울대병원 교수님 세 분과 안과전문의 출신으로 스타트업 대표에서 잔뼈가 굵은 이대승 대표님이 창업하셨어요. 팀 구성이 굉장히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서울대병원 교수님 세 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이 연구적으로 굉장히 훌륭하고 뛰어난데 사업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어요. 근데 의대 졸업동기 중에서 스타트업 영역에 있는 이 대표님이 있었던 경운데요. 대표님들 모두가 의료계에 대한 이해가 깊고 한 분은 의료적 지식이 있으면서도 스타트업도 잘 아시는 분이다 보니 회사를 굉장히 잘 경영할 수 있게 되는 거죠.
Q. 디지털헬스케어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낼 패밀리로는 어디를 눈 여겨 보고 계시나요? (상무님께서 하나만 꼽기 어렵다고 하셨지만 제가 굳이굳이 대답을 요청드렸습니다^^;)
A. 뉴로엑스티입니다. 용도가 되게 좋아요. 치매 영역에서 동반진단을 하는 곳인데요. 치매약이 보통 너무 비싸잖아요. 치매약에 본격적으로 의료 보험이 적용되면 미국 의료비의 상당 부분이 치매약 하나에 들어간다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또 제약회사 입장에서 치매약은 거의 무덤으로 비유되기도 해요. 많은 약들이 임상 시험 고정에서 실패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치매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고 뇌에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 어떤 것이, 얼마나 쌓였는지에 따라서 다르고 그에 따라서 치매약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데 그걸 뉴로엑스티가 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요. PET 검사를 하면 나올 수 있는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연구용으로만 사용되고 있어서 일반 환자들은 PET을 찍을 수가 없거든요. 근데 뉴로엑스티는 MRI만 찍고도 PET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을 갖고 있어요.
다음 인터뷰는 2편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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