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룡 카카오벤처스 이사(eddie) 인터뷰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재이입니다. 오늘은 패밀리 이야기 말고 우리 회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카카오벤처스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 SNS를 방문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조사해봤는데 카카오벤처스는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장승룡 카카오벤처스 이사를 만나봤습니다. 변리사 출신으로 직접 창업을 해보기도 하고 다른 VC에서 일한 경험도 있어 제가 특별히 인터뷰 요청을 드려봤습니다.
사진 아래 Q&A.
Q.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장승룡 카카오벤처스 이사입니다. 저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와 기계항공공학부를 복수전공 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변리사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요. 창업에 관심이 생겨 지인들과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했고, 그 후 벤처투자에도 관심을 갖게 돼 금융권 기반 벤처캐피탈(VC)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2020년 4월에 카카오벤처스로 오게 되었습니다.
Q. 현재 카카오벤처스에서는 어떤 일을 주로 하시나요?
A. 투자팀 소속으로 훌륭한 초기 기업을 발굴하여 투자하고, 사후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주로는 서비스 영역의 스타트업을 검토하기는 하나 영역에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카카오벤처스에 와서는 프라이데이즈랩, 외식인, 키노라이츠 등 10여 건의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Q. 카카오벤처스에서 일하는 것은 어떤가요?
A. 굉장히 즐겁습니다. 나름 6곳 이상의 조직을 경험해 봤는데 카카오벤처스는 그 중에서 가장 독특한 조직입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건전한 철학과 그에 맞는 건강한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원팀 문화’가 가장 인상 깊은 것 같습니다. 카카오벤처스는 한 심사역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지 않고 팀 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A심사역이 발굴한 딜이라고 해서 B, C 등 다른 심사역이 외면하거나 하는 건 우리 조직에서는 절대 없잖아요? 저는 이런 게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들을 동료들과 힘을 합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다가와요. 실제로 주변 대표님들도 그런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요. 나의 딜, 너의 딜이 아니라 카카오벤처스의 딜이 되고 또 이게 실제 성과로도 나오니까 좋을 수 밖에 없어요.
Q. 보통 VC는 각자가 발굴한 딜이 각자의 인센티브로 연결되는 구조라고 알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각자 ‘나의 딜’이라는 게 있기 마련인데 카카오벤처스는 그런 게 없나요?
A. 네. 물론 심사역 각자가 서비스/딥테크/디지털헬스케어 등 맡은 분야에서 딜을 발굴하고 투자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투자팀 전체의 판단으로 투자 여부가 결정되고, 이후 모든 딜은 개인의 딜이 아니라 카카오벤처스의 딜이 됩니다. 나의 딜, 너의 딜이 없어지고 모든 패밀리들이 잘 되도록 돕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되는 거죠. 내부경쟁이 아니라 내부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돼요. 만약 어떤 기업이 카카오벤처스 특정 심사역을 통해 카카오벤처스의 투자를 받았다면, 이는 특정 심사역에게 투자받은 게 아니라 카카오벤처스 전체로부터 투자를 받게 되는 거라고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VC에서 협업이 잘 진행되기 어려운 요소들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카카오벤처스는 협업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 건가요?
A. 일단 저희는 팀이 작아서 협업이 더 원활합니다. 팀이 작다보니 프리 라이더(free-rider)가 생기기 어렵죠. 재이도 알다시피 우리는 캘린더도 공유하잖아요. 우리는 서로가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는 걸 너무 잘 알죠. 여러가지 측면에서 문화적으로도 협업을 강조하고 다들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투자팀에서는 상호평가를 정기적으로 해요. 그냥 영혼 없이 좋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진정성 있게 서로의 성장을 위한 이야기를 하는 거죠. 애정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D 심사역에서 ‘이런 방식으로 일하면 훨씬 효율적일 것 같아’ ‘저번에 했던 건 좀 아쉽지만 그 다음 건은 너무 좋았어’라고 구체적인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편이에요.
Q.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하나요?
A. 딜 소싱부터 투자까지 모든 과정을 투자팀이 함께 하는 편이에요. 전부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투자 여부에 대해서 투표를 하기도 해요. 한두 명의 심사역이 아무리 좋다고 강조해도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투자가 되지 않아요.
Q. 다수의 동의를 얻으려다 아깝게 놓치는 딜이 생기지는 않나요?
A. 또 그걸 막기 위한 제도가 있습니다. 사실 저희는 초기 기업에 투자를 하잖아요. 초기일수록 정확한 예측이 어렵고 불확실해서 논쟁의 강도가 센 경우도 많아요. 그러다보니 꼭 다수의 의견만이 옳은 의견이라고 할 수 없고, 소수가 가진 강한 확신을 믿고 가야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정 기준에 부합한다면 소수의 판단 역시 지지해주는 몇 가지 제도적인 장치들을 만들어 놓고 운영 중입니다.
Q. 그럼 내부 협업 사례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세요.
A. 저희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발견할 때 자발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TF를 만듭니다. 카카오벤처스는 내부적으로 패밀리 밸류업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외부전문가와 패밀리를 연결하는 ‘밸류업파트너’ 제도를 운영하고, 네트워킹 데이나 각종 교류의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죠. 최근에 저는 채용TF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패밀리사 대표님들께서 인재 채용의 어려움을 호소하시더라고요. 채용TF를 만들어서 채용과 관련한 패밀리의 니즈를 조사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전방위적으로 시도해보고 있어요. 사례를 좀 들자면 ‘카카오벤처스 패밀리 테마관’을 열어서 패밀리사들의 구직 정보를 원티드에서 광고를 하기도 했어요. 초기 스타트업은 아무래도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보니 아쉬운 점이 있는데 그 부분을 카카오벤처스가 메워주는 거죠. 실제로 해보니 패밀리사의 피드백이 너무 좋았어요. 지원 자체가 늘어난 것은 물론 지원자 분들의 수준도 높아졌다고 하셨어요. 같은 맥락에서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를 통해 주니어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을 발굴하고 있어요. 이런 인재들을 패밀리사와 연결시켜 채용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미 채용을 잘하고 계신 패밀리사들의 채용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노하우들을 정리한 가이드북을 제작했어요. 이 내용은 조만간 패밀리사에 공유할 계획입니다.
Q. 투자한 곳이 많아서 패밀리간 네트워킹도 굉장히 유용할 것 같은데요?
A. 네 맞습니다. 저희 패밀리사 중에 좋은 곳이 정말 많습니다. 재밌는 건 패밀리사들은 비록 업(業)은 달라도, 하고 있는 고민들은 비슷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기업이 기업문화가 고민이라고 하면 그 어려움을 먼저 겪고 해결했던 다른 패밀리사를 연결해주는 식이죠. 만약 개인적으로 일하는 VC 문화라면 이게 쉽지 않잖아요. 본인이 담당하는 기업만 관리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만약 E 기업이 기업문화로 고민하고 있다고 하면, 다른 심사역이 ‘어? 예전에 F 기업이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 대표님과 한 번 연결해보면 어떨까요?’라고 하는 거죠. 이건 극히 작은 예이고 다양한 방면에서 개인의 역량을 넘어선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일이 잦습니다.
Q. 카카오벤처스의 투자를 받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A. 스타트업 입장에서 단순히 얼마의 자금을 투자 받았다는 사실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저희의 모토가 스타트업의 ‘코파일럿(co-pilot)’이거든요. 창업자가 파일럿이라면 카카오벤처스는 조종사가 조종을 잘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열심히 돕는다는 의미죠. 사실 투자를 받는 초기 스타트업은 특정 분야에서는 전문가이지만 기업 경영 전반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내가 개발 전문가이지만 스톡옵션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채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직구성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등은 참 막막하게 다가올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창업자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요. 위의 이야기랑 겹치는데 다시 표현하자면 저는 창업자 분들을 만나면 세 가지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첫번째, 창업자 프랜들리(friendly)하다고 해요.
Q. 모든 VC가 창업자 프랜들리하지 않나요?
A. 단순히 창업자들을 친절하게 대한다는 뜻만은 아니에요. 창업자 분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그들이 하는 결정을 믿고 지지해준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경영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요. 그럴 때 카카오벤처스는 VC의 단기적 이익보다 대표님의 판단을 신뢰하고 패밀리사의 장기적인 동력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자는 가치관을 고수하고 있어요.
Q. 최근에 만난 한 패밀리사 대표님께서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카카오벤처스가 처음부터 끝까지 믿어주고 신뢰해주는 그런 점들이 굉장히 감사했다고.
A. 저희에게도 감사한 말이네요. 그리고 두 번째는 패밀리 네트워킹입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문제를 이미 겪은 다른 창업자들의 조언만큼 유용한 조언은 없을 겁니다. 이러한 동료 창업자 네트워크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게 저희의 엄청난 강점이죠. 마지막 세 번째는 차별화된 밸류애드(value-add)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카카오벤처스를 ‘패밀리사들을 고객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라고 정의해요. 저희는 소프트웨어를 통한 혁신을 이루는 기업에 주로 투자를 하는데 이렇게 좁은 스트라이크존을 갖고 있는 만큼 패밀리사들 역시 비슷한 니즈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패밀리사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니즈들을 찾고 그것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합니다. 카카오벤처스는 밸류에드를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한 사람의 개인기에 한정하지 않아요. 현재 카카오벤처스의 인력, 또 나아가 카카오벤처스와 함께 할 모든 사람들이 다 우리 패밀리의 편이 되는 거거든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해주세요.
A. 저는 제가 창업도 해보고 심사역도 해봤잖아요. 근데 만약에 다시 창업을 한다고 하면 꼭 카카오벤처스에서 투자받고 싶어요. 그런 회사입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많은 창업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저희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