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 인터뷰 2편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컴팀입니다.
김치원 상무님 인터뷰 2편입니다.
김 상무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내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맥킨지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습니다.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1세대 투자자로서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으며, 요양병원을 운영한 적도 있습니다. 현재는 전임 파트너로 카카오벤처스에서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의료, 미래를 만나다> <의료, 4차 산업혁명을 만나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를 펴냈습니다.
Q. 카카오벤처스 디지털헬스케어 패밀리가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다면 어떤 곳일까요?
A. 국내에 상장한 ‘이오플로우’라는 회사가 있어요. 인슐린 펌프를 만드는 곳인데 세계적 의료기기 기업인 메디트로닉이 이 회사를 인수했어요. 메디트로닉도 당뇨에 관심이 크고 투자를 많이 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오플로우를 인수한 거죠. 제품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고 글로벌 기업에서 열심히 보고 있는 영역에서 좋은 기술력을 보여주고 협약도 맺고 하면서 의미있는 결과까지 이어진 사례라고 봅니다.
Q. 미국에서 현재 가장 관심이 큰 분야 중 하나가 헬스케어 영역이라고 하는데요.
A. 그렇죠. 돈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죠. 특히 미국은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다양한 회사들이 헬스케어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 스타트업도 미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한데 미국 시스템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에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영역 가운데 하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 홈헬스케어 산업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홈헬스케어는 요양보호사를 노인들이 사는 집에 보내주는 것 정도인데요. 미국은 각 집에 간호사들을 보내서 노인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일이 있어요. 이 시장을 이해하려면 한국과 다른 미국의 의료체계에 대해 먼저 간략하게 설명이 필요한데요. 미국에는 ‘메디케어’라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보험이 있어요. 메디케어 중 절반 이상은 민간 보험사에 위탁업무를 주는데요. 민간보험사는 환자당 얼마씩 해서 나라로부터 돈을 받는 구조입니다. 근데 그 금액이 환자의 질병 정도에 따라서 달라져요. 고혈압, 당뇨 등 질병이 많을수록 나라에서 돈을 많이 받는 구조예요. 환자 상태를 어떻게 얼마냐 파악하느냐에 따라서 보험사가 받아가는 돈이 달라지는 거죠. 아까 홈헬스케어로 돌아가서 환자들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질병을 보험사가 찾아내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좋은 거죠. 이런 시장도 있어요. 드리고 싶은 말씀은 헬스케어는 기본적으로 로컬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각 나라의 제도를 잘 이해하는게 필수적이라는 점입니다.
Q. 디지털헬스케어 영역에 빅테크 기업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빅테크 vs 전통적 의료기기 기업 vs 스타트업 중 누가 시장을 주도하게 될까요?
A. 빅테크가 헬스케어 영역에서 잘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영역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에요. DNA 자체가 빅테크와 다르다고 생각해요. 헬스케어 영역은 대단히 전형적인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입니다. 글로벌 의료기기 대기업인 메디트로닉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이곳에서 만드는 제품 리스트가 어마어마해요. 각각의 기기마다 인허가를 받고 보험수가를 따낸 거죠. 다른 나라로 가려면 각 나라마다 다른 기준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하죠. 근데 빅테크는 완전히 반대로 소품종 대량생산 구조를 띠고 있어요. 구글은 검색 엔진 하나를 가지고 전 세계에 다 적용하잖아요. 기본적으로 빅테크와 헬스케어는 업(業) 자체의 성격이 너무 달라요. 구글도 의료 인공지능에 투자를 많이 하고 논문도 열심히 썼지만 제품화는 안 됐어요. 결국 미국 의료 인공지능 회사에 라이선스를 팔았어요. 애플이나 페이스북 등도 결국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아마존은 미국의 유통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니까요. 우편으로 약을 배송하는 ‘필팩’이라는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죠. 독자적으로 아마존약국도 운영하고 있고요. 약 배송 시장의 5-10%만 가져가도 어마어마하죠. 아마존클리닉과 같은 원격진료도 한다고 했지만 사실 이걸로 아마존이 큰 돈을 벌지는 못할 겁니다. 원격진료 이후 나오는 처방전으로 약을 판매하는 데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원격진료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에서 한 발 물러나서 외부 파트너들의 원격진료를 도와주는 플랫폼을 만드는 방향으로 약간씩 전환하고 있어요. 이런 의미에서 디지털헬스케어 본연의 사업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마존은 다른 빅테크 기업과는 좀 다르게 접근하고 있고 또, 가장 실속을 차릴 수 있을 것같습니다.
디지털헬스케어 영역에서 전통적 의료기기 기업을 무시할 수 없어요. 이런 회사들은 헬스케어를 잘하기 위한 모든 비법을 노하우로 체득하고 있거든요. 인허가를 받는 방법, 보험수가를 인정받는 방법, 관련 전문교수님들과 협업하는 방법, 제품을 판매하는 방법 등이요. 개별 스타트업이 이를 한 번에 다 따라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그림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낸 스타트업이 전통적인 의료기기 회사와 같이 가는 구조예요. 그렇게 되려면 무조건 제품 개발력 자체만 신경쓸 게 아니라 의료기기 회사들이 좋아할만한 제품, 현재 포트폴리오와 잘 맞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카카오벤처스 패밀리인 코넥티브도 잘 보면 좋아요.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을 만드는 곳인데 기존 제품들보다 성능이 좋아요. 미국 의료기기 기업들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라서 미국 진출 가능성이 높은 곳이죠.
Q. 한국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의 세계 속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A. 연구 역량은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우리 패밀리인 리벨리온 같은 팹리스 회사를 보면요. 한국은 사실 반도체 시장에서 1등인 나라잖아요. 그러다 보니 반도체 생태계 자체가 이미 다 갖춰져 있고 이를 바탕으로 리벨리온 같은 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의료기기나 바이오 영역은 또 달라요.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 같은 기업이 있지만 경제규모나 기술력을 놓고 보면 사업화 정도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미진한 수준이죠. 치과나 미용 레이저 등은 또 다른 이야기고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이 제품을 판매하거나 같이 협업할 글로벌 기업과 매칭되는 건 또 별개의 문제인 상황이죠. 그래서 대표님들이 처음부터 미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계속 문을 두드리는 게 중요해요. 우선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들이 집중하는 영역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이들은 대개 하드웨어 생산에는 경쟁력이 있지만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아직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아쉬워할만한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명망 있는 교수님과 협력해서 학회에서 발표하고 논문을 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의료기기 회사들을 꾸준히 설득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Q. 헬스케어 영역은 특히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시장이라고 하는데요.
A. 사람 생명과 건강과 관련된 문제다 보니 규제도 많고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시장이에요. 이해관계자가 많은 것도 맞아요. 헬스케어는 제품을 쓰는 사람과 쓰는 것을 결정하는 사람과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 다 달라요. 그런데 셋 다 막강하고 하나라도 빠지면 곤란한 하나의 큰 시스템이거든요. 이 셋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고 거절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하는 시장인데, 의료기기 회사들은 계속 이런 시장에서 일을 해왔으니 잘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계속 이들이 일하는 방식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창업하고 싶은 분은 hello@kakao.vc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카카오벤처스에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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