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위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톡옵션 안내서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입니다.
투자팀은 늘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궁금증과 고민이 생겨서 팀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아마 시장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실 듯합니다. 생각은 다양할수록, 대화는 깊을수록 좋기 때문에 저희가 가졌던 생각의 일부를 앞으로 하나씩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창업자, 투자자, 혹은 시장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스타트업 종사자 중 현금보다 스톡옵션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 5년 전만 해도 현금 보상을 선호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는데요.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스톡옵션을 통해 큰 보상을 얻은 사람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스톡옵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스톡옵션 사용법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선 스톡옵션과 지분에 관해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들을 모아봤습니다.
자, 그럼 알아두면 좋을 스톡옵션 Q&A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스톡옵션의 정의는 “임직원이 기업으로부터 부여받은 자사 주식을 일정 기간 내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입니다. 예컨대 우리 회사 주식이 3년 안에 주당 1만 원이 되리라고 예상되면, 임직원이 향후 3년 안에 자사 주식을 주당 6천 원에 살 수 있는 옵션을 주는 겁니다. 만약 2년 뒤에 주식이 1만 원이 된다면 임직원은 주식을 6천 원에 산 뒤 시장에 매도해 주당 4천 원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톡옵션의 핵심은 스톡옵션 자체는 주식도 현금도 아니란 점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실제로 행사해야만 주식이든 차익이든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식을 받는 것과 달리 스톡옵션 보유만으론 회사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되지 않습니다.
스톡옵션은 아무에게나, 원하는 대로 무작정 줄 수 없습니다. 상법에 따라 회사 임직원에게 부여할 수 있는데요. 스타트업에겐 규제가 느슨하게 적용됩니다. 스타트업의 경우엔 “10년 이상의 실무 경력 또는 박사/석사 학위 취득 이후 5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갖춘 자까지 포함한 대학교수, 변호사, 연구원, 회계사 등 외부인”에게 주식 총수의 20% 한도 안에서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에 해당하는 인물이라도, 다음과 같은 회사의 주요 주주에겐 부여할 수 없습니다.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 주식총수의 10% 이상 주식을 가진 주주
이사, 집행위원, 감사 선임과 해임 등 회사의 주요 경영 사항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앞선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주주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은 스톡옵션을 가질 수 없습니다.
일반 기업의 경우, 발행 주식총수의 10%까지 스톡옵션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스타트업은 이번에도 한도가 느슨합니다. 스타트업은 발행 주식총수의 50%까지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스톡옵션은 당연히 행사가보다 실제 주식 가격이 더 높을 때 행사됩니다. 하지만 스톡옵션을 받고 다음 날 거짓말처럼 주가가 폭등한다고 해서 바로 행사할 순 없습니다. 상법에 따라 임직원은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시점으로부터 2년 이상 재직해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스타트업의 경우엔 임직원이 '자신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퇴임 또는 퇴직한 경우에 행사기간 동안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책임 없는 사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서로 합의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다면 법적 해석이 필요합니다. 보통 회사가 분할되거나 인수되며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스톡옵션 행사를 인정해 줍니다.
직원이 스톡옵션을 실제로 행사하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스톡옵션이 행사됐단 건 기업 가치가 상당히 올랐단 뜻이니 좋긴 합니다. 하지만 여러 직원이 회사 지분을 가지게 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냔 걱정도 나옵니다. 또 주식을 주기 위해 신주를 발행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꼭 위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많은 회사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해도 실제 주식을 부여하진 않습니다. 대신 행사가격과 행사 시점의 주식 가격 간 시세 차익을 계산해서 그만큼의 현금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M&A가 이뤄지는 경우에 지분을 깔끔하게 하기 위해 주식 대신 현금으로 청산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스톡옵션 대신 RS(Restricted Stock, 조건부 주식)를 지급하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고 합니다. RS는 임직원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기업으로부터 자기주식을 무상으로 지급받는 방식입니다.
스톡옵션과 RS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톡옵션은 회사의 정관에 스톡옵션을 반영하고,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쳐야만 부여 가능
RS는 일정 수량에 대한 포괄적인 1회의 이사회 결의만 거치면 되고, 이후 각 개별 부여건은 대표이사에게 위임 가능
즉 스톡옵션은 주주총회를, RS는 이사회를 거쳐야 합니다. 또한 RS는 행사 기간에 별 제한이 없습니다. 직원 재직기간이 2년 미만이어도 부여 및 행사할 수 있습니다.
직원 입장에선 아무래도 시가 하락에 대한 리스크가 적어서 타이밍 잡기 쉬운 RS를 선호하겠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선 자기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RS가 더 부담스럽긴 합니다. 자기주식 매입은 배당가능이익 범위 안에서만 이뤄질 수 있는데, 스타트업 대다수는 배당가능이익을 벌어들이기 무척 어렵습니다. 게다가 2억 원까지 비과세 (스타트업 기준) 처리되는 스톡옵션과 달리, RS는 절세 혜택이 없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스톡옵션을 드리는 걸 추천드립니다. 제가 생각하는 스톡옵션과 RS의 가장 큰 차이는 동기부여의 측면입니다. 스톡옵션은 우리 회사가 충분히 성장해야만 의미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들도 ‘내 회사’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회사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동기가 생깁니다. RS도 ‘특정 조건’을 달성해야 주식을 얻을 수 있단 유인책이 있지만, 그 조건이 회사의 가치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조건에 따라 RS가 직원의 동기부여에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스톡옵션 행사 가격은 상법에 따라 시가와 액면가 중 큰 금액 이상으로만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스톡옵션 행사가를 시가 이하로 설정할 수 있는데요.
단, 다음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액면가 이상일 것
[(부여 당시 시가-행사 가격) * 행사 주식 수]가 5억 원 이하일 것. 예를 들어 A회사에서 액면가 100원 가격에 스톡옵션 10만 주를 부여한다고 했을 때, 당시 시가가 6천 원이면 (6,000-100)*100,000 = 5.9억으로 위법입니다.
여기서 의문은 상장이 안 됐거나 아직 주식이 제대로 거래되지 않은 스타트업 주식의 시가를 어떻게 아느냐입니다. 그래서 스톡옵션 행사가격의 기준이 되는 "시가 평가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내용이 조금 어렵긴 하지만, 혹시라도 세무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정독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시가 평가 방법
지난해 7월 4일 개정된 상법에 따라 시가는 ① 매매사례가액을 우선하여 적용하되, 매매사례가액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② 보충적 평가방식을 따릅니다.
① 매매사례가액이란, 다음 조건을 만족하면 됩니다.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 이내의 거래
증여 재산의 경우, 평가기준일 전 6개월부터 평가기준일 후 3개월 이내의 거래
액면가로 계산한 발행주식총액 혹은 출자총액의 1/100 이상의 거래 혹은 거래가액 3억 원 이상
특수관계인 사이의 거래는 제외
단, 법원 판례(서울고법 2013. 9. 4. 선고 2012누35407 판결)에 따르면 "시가"란 ‘당해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당해 법인이 특수관계자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삼자 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이 있는 경우에는 그 가격’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한번 발생한 유상증자나 구주거래인 경우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단 뜻입니다.
매매사례가액이 존재하지 않을 땐 ② 보충적 평가방식을 따라야 합니다. 자세한 계산 방식은 이곳을 참고하시는 게 훨씬 나을 듯합니다. 한 가지 조심하실 점은 회사가 자체 기장한 재무제표는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회계법인에게 재무제표를 의뢰해야 한단 겁니다.
이처럼 스톡옵션 하나를 부여할 때에도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합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다소 어렵고 당황스러울 수 있다는 것 충분히 이해합니다. 따라서 실무적으로는 최근 6개월 이내 구주거래가 혹은 유상증자 가격으로 시가를 판단하셔서 [(부여 당시 시가-행사 가격) * 행사 주식 수]가 5억 원이 넘지 않는지 확인해 보시고, 만약 5억 원이 넘거나 정확한 시가를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회계법인에 의뢰하시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입니다.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어느 수준이 적절할까요? 최대한 낮게(액면가에 가깝게) 주란 이야기도 있고, 최대한 높게 주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둘 다 일리 있는 말인데요.
먼저 최대한 액면가에 가깝게 주는 건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동기부여가 잘됩니다. 행사가가 낮을수록 행사 시 얻을 수 있는 차익이 큽니다. 당연히 직원 입장에선 신이 나는 일입니다. 둘째, 지분을 덜 써도 됩니다. 스톡옵션의 기대 차익이 클수록 직원 한 명에게 더 적은 양의 스톡옵션을 줘도 됩니다. 예를 들어 직원에게 1000만 원어치 보상을 주려고 할 때, 행사가가 너무 높고 주당 기대 차익이 작아서 인당 100개의 주식을 줘야 하는 경우와, 행사가가 낮아서 인당 10개의 주식만 줘도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합시다. 장기적으로 회사 부담이 더 적은 쪽은 당연히 후자입니다.
하지만 행사가가 너무 낮을 경우에 생기는 단점도 있습니다. 스톡옵션과 주식 보상금은 회사의 부채로 여겨집니다. 재무제표상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 특히 투자사들이 안 좋아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합니다.
저흰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만큼, 최대한 행사가를 액면가에 가깝게 하셔서 지분을 아끼시고 모든 임직원이 ‘내 회사’로 여기는 조직을 만드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직원의 역할이나 위치에 따라 스톡옵션 부여량도 달라지곤 합니다. 각 직급에 따라 어느 정도 양을 줘야 할지, 더 나아가 직원에게 어느 정도 비율의 지분을 줘야 할지 고민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직원에게 어느 정도 지분을 할당해야 할까요? 딱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한데요. 그럼에도 참고하실 선이 있긴 합니다.
부사장급 혹은 코파운더급으로 중요한 사람: 최대 5%
그 외 C레벨 임원: 최대 3%
이사: 최대 1.5%
팀장: 최대 0.5%
일반 직원: 최대 0.3%
너무 적다고 생각하실 순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특히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지분은 소중히 아껴야 합니다. 지분이 아무리 헐값이라도 일단 주고 나면 다시 회수하긴 정말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하고 동기부여가 필요한 직원이라도 너무 많은 지분을 주는 건 위험합니다. 차라리 조금씩 여러 번 주는 게 효율적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발행가를 최대한 액면가에 가깝게 줌으로써 낮은 지분에 대한 직원 불만을 억누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늦게 합류한 직원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스타트업이 성장하다 보면 자연스레 여러 인력이 합류하게 됩니다. 매니저나 이사 이하 직급을 채용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지만, C레벨이나 코파운더급 인력이 합류할 땐 여러모로 고려할 점이 많습니다.
지분 할당도 마찬가지인데요. 중요한 인력에겐 최대 5%에 달하는 많은 지분을 할당하곤 합니다. 하지만 늦게 합류한 만큼 이들에게 창업 멤버들과 비슷한 수준의 애사심이나 열정을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밖에서 볼 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해 보여도 막상 내부인이 되면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늦게 합류한 직원에게 지분을 주고자 할 땐 자기주식을 그대로 주기보단, 스톡옵션을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 베스팅(Vesting)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베스팅은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선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조건은 ‘2년 이상 재직’, ‘매출 5억 원 증가’ 등 여러 형태와 내용으로 이뤄지는데요. 기간이나 조건에 따라 베스팅 비율과 주기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총 1000개 주식에 대한 스톡옵션을 부여하면, 2년 재직 시 300개를 행사하고, 3년 재직 시 추가로 300개, 4년 재직 시 추가로 400개를 행사하게 하는 식입니다. 연 단위로 예시를 들었지만 월 단위로 베스팅 주기와 비율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늦게 합류한 임원의 경우엔 베스팅을 좀 길게 설정하시고 퍼포먼스나 핏을 좀 지켜보시는 식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하시는 게 좋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분은 소중하고 한번 부여하면 거둬들이기 정말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스톡옵션의 개념, 절차, 장단점 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스톡옵션은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혜택이 되는 중요한 보상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회사의 성과에 더 큰 동기부여를 느끼고, 회사는 뛰어난 인재들을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갖게 됩니다. 위에 말씀드린 요소들을 잘 고려하셔서 스톡옵션이 회사와 임직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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