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카오벤처스 Aug 08. 2024

스타트업을 위한
성공적인 가격 인상 전략

스타트업 매출 증대와 고객 유지를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입니다.


투자팀은 늘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궁금증과 고민이 생겨서 팀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아마 시장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실 듯합니다. 생각은 다양할수록, 대화는 깊을수록 좋기 때문에 저희가 가졌던 생각의 일부를 앞으로 하나씩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창업자, 투자자, 혹은 시장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스타트업이 똑똑하게 가격 인상하는 법


저번 글들에 이어 다시 가격에 관한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다른 요소에 비해 가격을 조정하는 일은 쉽고, 결과가 직관적으로 보입니다. 브랜딩을 수정하거나 PMF를 다시 찾는 건 무척 어렵고 오래 걸리는 반면 가격은 숫자만 조정해주면 됩니다. 조정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를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그래서 경쟁 제품과 비슷한 품질을 가지고 비슷한 브랜딩을 하는데도 우리 제품만 뒤처지는 것 같을 때 가장 먼저 조정되는 건 가격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낮은 가격을 미끼로 어찌저찌 고객을 꽤 모았다면 이제 수익성을 키워야 합니다. 많은 고객을 바탕으로 수익성이 좋은 신사업을 전개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비용과 리스크 부담이 무척 큽니다. 그렇기에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결국 가격을 높여야 합니다. 고객 이탈과 불만을 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아예 가격 인상을 계속 미루는 스타트업도 많고, 실제로 가격을 높였다가 낭패를 본 스타트업도 많습니다.


하지만 가격을 ‘잘’ 올리는 방법은 분명 있습니다. 가격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가격을 높임으로써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지금껏 지켜본 사례들을 통해 성공적인 가격 인상 전략을 4가지 정도로 추려봤습니다. 정해진 공식이 있는 건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전략만 취사선택하시길 바랍니다.




1. 타깃 고객의 유형 변경하기


방법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가격 인상의 목적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가격 인상의 목적을 물으면 대부분 객단가나 매출을 높이는 것이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이는 가격 인상의 결과에 가깝지, 목적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단순히 객단가를 높이고자 가격을 인상한다면 단기적으론 매출이 늘 수 있어도 장기적인 수익성을 개선하긴 힘듭니다.


이상적인 목적은 ‘타깃 고객의 유형을 변경하는 것’입니다. 고객이라고 해서 다 같은 고객은 아닙니다. 어떤 고객은 1년에 100만원을, 어떤 고객은 매달 만원을 낼 수 있습니다. 또 어떤 고객은 매달 1000만원씩 낼 수도 있습니다. 주식으로 치면 개미 투자자가 있고 기관 투자자가 있듯이, 고객마다 Willingness to pay(WTP, 지불 의사 금액)나 가격 탄력성이 다 다릅니다.



따라서 가격 인상은 일종의 시그널을 줄 수 있습니다. Lifetime Value(LTV, 고객 생애 가치)가 작은 고객을 자연스럽게 이탈시키고 LTV가 큰 고객에게 집중하겠단 시그널입니다. 이렇게 큰손 고객에게 집중하는 건 기업 가치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고객의 역할을 ‘제품을 구매하는 수익원’으로 국한하지 않고 ‘경영 방향성을 제시하는 조력자’로 넓게 바라봐야 합니다.


훌륭한 경영자는 고객의 피드백을 현명하게 수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고객이 많을수록 피드백도 많아질 수밖에 없고, 목소리가 큰 다수의 개미 고객의 피드백 수용에 치우치기 쉽습니다. 따라서 가격을 높임으로써 소수의 헤비 고객이 전체 고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높이면,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효율적인 피드백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가 6억원을 넘길 때까지 액면분할하지 않은 것과 비슷한 목적입니다. 높은 가격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고객만 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저희 패밀리사 중에서도 가격 인상을 통해 고객 성분을 성공적으로 변경한 곳이 꽤 있습니다. 다만 그중 다수가 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만큼, B2C 서비스를 다루는 스타트업은 고객 성분을 변경하는 데 있어 주의할 점이 더 많습니다.





2. 마음을 움직이는 친절한 메시지 제공하기


이제부턴 방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첫번째는 메시지입니다. 왜 가격을 올렸는지, 높아진 가격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말해주는 것입니다. 어떤 아티클을 보니 가격 인상을 알리는 메시지엔 크게 네 가지 요소를 담아야 한다고 합니다. 


언제부터 얼마나 가격이 오르는지 

가격을 올리는 게 불가피했는지 

왜 500원이 아니라 1000원을 올렸는지 

가격이 올라간 대신 어떤 혜택이 추가되는지


최대한 저자세로 나가야 한단 뜻인데, 맞는 말입니다.


쿠팡, 티빙, 넷플릭스의 가격 인상 공지


허나 요즘 가격 인상 공지를 보면 앞선 요소들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 구독 서비스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 중인데, 그들의 가격 인상 메시지를 보면 겨우 ‘언제부터 가격을 인상하는데, 계속 구독해주길 바란다’는 식이 많습니다. 문제는 그런 식인데도 고객 이탈률이 별로 높지 않다 보니 일부 스타트업들도 다소 뻣뻣한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단 겁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쿠팡은 쿠팡이고 넷플릭스는 넷플릭스입니다. 그들은 굳이 장황한 메시지를 쓰지 않아도 언론이나 평상시 브랜딩을 통해 가격 인상의 과정과 대처 등이 다 알려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서비스들의 메시징이 바람직하단 뜻은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긴 하지만) 그들도 더욱 친절하고 구체적인 메시지를 보내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스타트업이라면 반드시 기본을 지킨 친절한 메시지를 통해 가격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좋습니다.





3. 정보의 불균형 활용하기


다음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고객이 가격을 확인하고 선택을 하는 데에 허들을 세우는 것인데, 자칫하면 기업 이미지를 깎아먹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통신사의 요금 정책입니다.


©️시사위크/디바이스 숫자*요금제 숫자*할인방법 숫자*납부방법 숫자를 모두 고려하면 경우의 수는 최소 수천 개가 됩니다.


요즘은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 요금제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렴한 것처럼 보여도 사용 후 몇 개월이 지나면 요금이 2배가 된다거나, 통화량에 따라 요금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등 고객 이용 패턴의 불확실성, 현재와 미래 사이의 Trade-off를 이용해 가격이 낮아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위처럼 가격을 교묘하게 높이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인상 시가나 인상폭을 복잡하게 제시하는 정도의 비대칭성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혹은 허들을 세워둔 뒤 고품질의 CS를 통해 허들을 빠르고 편하게 제거해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4. 차등적인 가격 설정하기


마지막은 가격 차별입니다. 가격을 올리지만 특별한 조건을 달성하면 기존과 비슷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쿠폰을 지급한다거나 로열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구독 서비스는 기존 구독자와 신규 구독자 간 차등을 두는 식의 가격 차별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오늘날 가격 차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영화관입니다. 1만원 정도였던 티켓값이 1.5만원으로 올랐지만 그에 상응하게 쿠폰과 할인 이벤트도 많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Digital friendly한가', '얼마나 가격 변화에 민감한가'에 따라 같은 영화를 더 낮은 가격에 관람할 수 있는 겁니다.


영화관 산업의 가격 차별이 성공적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OTT 열풍과 팬데믹이 가속화한 재정 위기로부터 영화관을 구해내진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관람객들도 영화관에서의 영화를 보는 경험과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경험 사이에 확연한 질적 차이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관도 온라인이 제공하지 못하는 오프라인 경험을 더 많이, 더 좋게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고요.


따라서 '가격 인상에 따라 할인 티켓의 기회비용을 키우는' 가격 차별은 영화관의 진화 방향과 잘 어울리는 전략입니다. 환경 변화나 경쟁자 등장으로 인해 사업의 방향성을 바꿔야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영화관 산업의 가격 전략을 유심히 살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의 가격 전략 포스팅이 궁금하다면


#카카오벤처스 #스타트업 #초기투자사 #벤처캐피털 #Kakaoventures #VC

매거진의 이전글 원영적 사고로 극복하는 Memory Wal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