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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벤처스 Mar 05. 2025

한국에서 유니콘이 나올 수 있을까?

유니콘이 어려워진 시대, 한국 스타트업이 고민해야 할 3가지 질문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입니다.


투자팀은 늘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궁금증과 고민이 생겨서 팀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아마 시장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실 듯합니다. 생각은 다양할수록, 대화는 깊을수록 좋기 때문에 저희가 가졌던 생각의 일부를 앞으로 하나씩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창업자, 투자자, 혹은 시장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 글은 투자팀 내부에서 논의된 다양한 시각 중 일부를 정리한 것으로, 카카오벤처스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스타트업 생태계와 시장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글이 더 많은 대화와 논의로 이어지는 시작점이 되길 바랍니다.




© Freepik


2021년은 ‘당근’을 비롯한 플랫폼들이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빠르게 성장하며 국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해였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침체된 경기와 포화된 시장 속에서 더 이상 범용 플랫폼이 한국 내에서 홈런타자로서의 폭풍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미 대다수의 영역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인재 유출도 심각해지면서 특히 젊은 창업자들 사이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믿음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추세인데요. 앞으로 내수향 IT 서비스 분야에서 다수의 유니콘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이죠. 카카오벤처스도 초기 창업가 분들로부터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를 24년 한 해 동안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스타트업들이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헬스케어나 딥테크 분야를 살펴보면, 이들의 해외 진출은 사실 기본 전제였기 때문이죠. 반도체나 콘텐츠, 뷰티와 같은 산업은 내수시장을 목표로 해도 글로벌 스탠다드로 빠르게 스케일업할 수 있는 반면, 헬스케어나 딥테크는 글로벌에서 통용되고 표준이 되는 기술에 맞추어 성장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최근 들어 IT서비스 산업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건, 내수시장 자체의 잠재력을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지금이 그 변곡점인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핵심 질문들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지난 10여 년간의 저금리 상황이 앞으로 다시 올 것인가?


최근 유니콘 기업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한 유동성 감소인데요.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금리 인하가 시작돼도 기준금리가 2021년 8월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그전에 금리가 지나치게 낮았던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한국 모두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간다 해도 팬데믹 이전 저금리로 돌아가는 건 어렵다고 본 것이죠. 


© Maeil Business Newspaper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2009~2021년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로 돌아가긴 힘들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가치 투자자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현재 금융시장이 저금리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금리 환경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시 체인지(Sea Change·대변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저금리 시대 사업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의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미 유니콘으로 선정되는 기업의 수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요. 특히 IT 서비스 분야의 유니콘 스타트업 리스트를 살펴볼까요? 2021년 6개(직방, 컬리, 당근, 쏘카, 리디, 빗썸코리아)에서 2022년 5개(여기어때, 버킷플레이스, 아이지에이웍스, 오아시스, 트릿지)로 줄어들더니 최근 2023년에는 크림, 2024년에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 각각 한 개씩으로 줄어들었죠. 2024년에는 특히 12월 전까지 단 한 곳의 유니콘 기업도 등장하지 않아서 유동성 감소로 인한 타격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 중소벤처기업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신규 벤처투자액 규모는 다시 서서히 반등하고 있습니다. 신규 벤처투자는 2021년 15조 9300억 원을 기록한 이후 2022년(12조 4700억 원)과 2023년(10조 9100억 원)까지 2년 연속 감소했지만, 지난해 들어 다시 11조 원대로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AI 투자 열풍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투자가 전년보다 38% 급증한 덕분인 것이죠. 그렇기에 AI와 같은 기술 중심의 산업 변화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주요 버티컬들은 이미 먹혔다?


그러나 IT 서비스 시장은 더 이상 무주공산이 아닌 현실에 놓였습니다. 선두 기업들이 이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며, 주요 버티컬들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 뉴스스페이스


2018년 유니콘으로 선정된 우아한형제들은 음식 배달 앱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쿠팡잇츠와 요기요가 각각 24%, 14%를 차지하며 뒤쫓고 있지만 여전히 간극이 큰 상황입니다. 여행 및 숙박 O2O 플랫폼 역시 비슷합니다. 2019년, 2022년에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된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현재 전체 시장 사용자의 60~70%를 차지하며 1, 2위를 다투고 있죠.  



© MADCLUB


패션 플랫폼은 상황이 비교적 나은 편입니다. 2019년, 2024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된 무신사와 에이블리가 50% 내외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무신사는 작은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공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며, 여전히 남성 패션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교적 최근 유니콘으로 선정된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에이블리는 현재 무신사와 함께 MAU 1~2위를 다투며, 24년 10월에는 897만 명으로 무신사(768만 명)를 제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23년 패션 플랫폼 중 유일하게 연간 흑자 기업으로 전환하며 영업이익 33억 원을 내기도 했죠. 에이블리는 여성 패션에만 국한되지 않고 뷰티, 디지털, 라이프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웹툰/웹소설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포털’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비자의 취향이 세분화되어 있는 시장에서는, 신규 플레이어들이 하나의 영역만 뾰족하게 타겟해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성별뿐 아니라 연령대나 스타일 등의 측면에서 한 단계 더 깊숙이 들어간 플랫폼도 점차 많이 생겨나고 있죠.


하지만 이미 주요 영역별로 유니콘 기업이 존재하는 지금, 그들을 제치고 새로운 시장 점유자로 거듭나기 위해선 모바일 초기 시대에 비해 더 많은 관문들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신규 플레이어들이 기존에 존재하는 유니콘을 제치기 더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네트워크 효과 때문인데요. 네트워크 효과사용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서비스의 가치가 더 커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처럼, 사용자가 많을수록 플랫폼에 등록되는 판매자나 음식점이 더 많아지고, 그로 인해 사용자는 더 많은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서비스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어,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은 기업들이 더욱 강력한 입지를 형성하게 됩니다.  



© Zoom


그렇기에 우리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전략을 통해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줌(Zoom)이라고 볼 수 있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줌은 갑작스레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줌은 2년간의 베타테스트를 거쳐, 2013년 공식적으로 출범한 서비스였는데요.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스카이프나 구글 행아웃과 같은 이미 거대한 IT 기업들에 비해 훨씬 늦게 등장한 후발주자였죠.


이러한 레드오션 시장에서도 줌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객의 사용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줌은 데스크톱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원활히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스카이프보다 훨씬 간단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했죠. 품질 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는데요, 스카이프나 행아웃이 P2P(peer-to-peer) 네트워크 기반인 반면, 줌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훨씬 더 안정적이고 고품질의 영상 통화를 지원했습니다.


마케팅 전략에서도 차별화가 돋보였습니다. 줌은 사용자가 가입하지 않고도 회의 링크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40분간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장점들은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며 줌을 급격히 확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죠. 결국, '언더독'으로 시작한 줌은 화상회의 플랫폼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며, 업계의 주요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차별화된 전략을 바탕으로 큰 성장을 일구어낸 Zoom과 같은 사례가 앞으로도 나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Zoom이 설립되었을 당시와 달리 지금은 훨씬 더 많은 회사들이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한 장벽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어있는 영역은 없을까?


위에서 살펴본 음식 배달, 여행, 패션을 비롯한 주요 버티컬 외에 아직 선두 기업의 지배력이 높지 않은 영역은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키즈 시장과 반려동물 시장을 그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죠.  



© 더피알


최근 들어 '텐포켓', 즉 한 명의 아이를 위해 10명의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다는 의미의 용어가 등장하면서 키즈 시장의 프리미엄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초혼 연령 상승 등 사회적 배경에 따라 지인의 아이를 위해 소비함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끼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도 하나의 배경인데요. 매년 출생률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지만 아이 한 명에 대한 투자는 집중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키즈 시장은 오히려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죠. 이에 따라 50조 원 규모의 키즈 시장 속에서 ‘골드키즈’를 공략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정말 많은 서비스들이 Scale-Up을 위해 육아용품이나 유아식품 커머스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도들을 하죠. 하지만 우리는 커머스가 가지는 분명한 한계에 대한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아용품을 고급화하여 판매하고자 한다면, 우리 플랫폼이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을지를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죠. 결국 기존의 버티컬 선점 기업과 동일한 커머스 BM이라면, ‘키즈 특화’라는 점이 과연 소비자 유입을 불러오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 한국농촌경제신문


반려동물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28%를 넘어서면서, '펫셔리'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더 좋은 반려동물 제품, 음식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G마켓에 따르면 23년 기준 반려동물용 유아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유아용 유아차를 넘어서기도 했죠.


그러나 펫커머스 기업들키즈 시장과 마찬가지로 결국 쿠팡, SSG, 네이버와 같은 대형 이커머스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반려동물 양육비의 50% 내외를 차지하는 사료나 간식은 차별화가 어려울뿐더러, 이미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이 단순 판매를 넘어, 전용관 개설 및 건강진단 서비스 제공 등 여러 방면으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심지어 SSG닷컴은 2021년 9월부터 ‘몰리스 SSG’라는 이름으로 반려동물 전문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내수향 IT 서비스 분야에서 다수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저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스타트업 업계 특성상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유니콘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은데,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유니콘이 아니면 시작하지도 않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아닙니다. 우리는 홈런이 아니더라도 안타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유니콘을 목표로 하든 아니든, 주요 버티컬 시장에서 기회를 어떻게 노릴 것인지, 새롭게 진입한다면 어떻게 판을 흔들 것인지, 비어있는 영역은 없을지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죠.


<슬램덩크> 안 선생님의 한 마디


이렇게 어려운 내수 경제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와 혁신들을 찾아가고 계신 창업자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저희도 언제나 창업자분들을 도우며 함께 고민해 나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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