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스쿨 김강산 남 이야기 2편
안녕하세요. 구정 잘 보내셨나요?
김강산 님 이야기가 나가고 나서 주변에서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예전부터 미네르바 대학이라는 곳이 굉장히 흥미로워 여러가지를 찾아보고 했는데, 직접 졸업생을 만나보니 생각보다 기존 대학과 더 많이 달라서 놀라웠습니다. 저의 소소한 견해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김강산 님 이야기 더 해보겠습니다.
Q. 미네르바 대학에 오는 친구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A. 다들 정말 똑똑하고 열정적이라는 것만 빼면 국적도 배경도 관심사도 진로도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수업 외에 다양한 대외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해주기 때문에 같은 전공을 택한다고 해도 어떻게 공부하는지는 개인에 따라 많이 달라집니다.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서 UN 같은 국제기구, 스타트업, 개발회사 등에서 인턴 경력을 쌓거나 소셜임파워먼트나 사회적 정의를 주제로 리서치를 하고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 팟캐스트를 하는 친구도 있고요. 사회적 여론을 취합한 다음 개인 매체를 만들어 대중에게 알리는 친구도 있어요. 여러가지 방식을 시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또 많이 배우게 됩니다. 한 친구는 대학을 다니면서 사업을 했는데 25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어요.
Q. 김강산 님은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A. 저는 어릴 때부터 항공우주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를 만난 날도 스페이스X가 적힌 모자와 NASA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오셨습니다) 저도 미 국무부 협력기관과 UN 등 10곳이 넘는 곳에서 대외활동과 인턴 등을 했고요. 각 나라 우주정책과 관련해 리서치를 하고 자료를 만들고 또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 여러가지 일들을 배웠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집을 지었고 영국과 대만에서는 철인 3종 경기를 뛰었어요. 즐거웠습니다.
Q. 많이 배우고 경험해서 좋은 것 같은데 너무 힘들 것 같기도 한데요(…ㅎㅎㅎ).
A. 절대 재밌기만 하고 의미 있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저한테는 잘 맞았지만 실제로 미네르바 대학에 맞지 않아 고생하는 친구들도 있었죠. 미네르바 대학이 좋긴 하지만 잘 해내기 위해서는 정말로 열심히 해야만 하는 곳이라 우울증에 걸리는 친구들도 봤습니다.
보통 한 수업에 평균 10명 내외로 수업을 듣습니다. 온라인이긴 하지만 자체 시스템을 통해 누가 얼마나 어떤 비중으로 이야기를 하는지 오히려 더 잘 알 수 있어요. 교수님이 대체로 누락하는 친구가 없도록 모두에게 답변 기회를 줍니다. 그 때 공부가 부족하거나 준비한 게 없으면 점수를 받기 힘들고 그러면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반에 학생이 많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안 느낄 수가 없죠.
미네르바 교육 과정상 무언가를 베껴서 내거나 하는 건 말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어차피 자기 생각을 자기 논리 구조로 말하고 표현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결국은 자기가 공부를 해야만 하는 구조이고, 이게 누군가에게는 힘든 일이 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잘 맞았어요.
Q. 코로나19 이후 한국도 갑자기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됐습니다. 교육 방식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A. 한국에서 ‘미네르바’ 관련 연락을 많이 받습니다. 국내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면 ‘미네르바를 본따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이런 말씀을 해주세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 교육시스템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명문대’,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가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서울대가 들어가기 엄청 어려운 대학이긴 하지만 주변에 서울대 졸업생이나 재학생을 찾아보면 또 그렇게 찾기가 어렵지 않잖아요. 서울대 등 명문대를 졸업해도 직장이 없거나 수입이 적은 사람도 많고요. 반면 명문대에 입학하지 못했거나 졸업하지 못한 사람 중에서 성공한 사례도 여럿 나오기 시작했죠. 단순히 명문대라는 타이틀만 가지고서는 예전과 같은 대우를 받기 어렵다는 걸 사람들이 점점 느끼는 것 같아요.
이제 중요한 것은 ‘실제로 어떤 교육을 받았고, 무엇을 배웠는가’ 하는 것입니다. 대학 관계자들도 “이제 대학 네임 밸류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예전에는 명문대가 꿈의 기회처럼 여겨졌고 무조건 가고 싶다고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우리가 자신의 젊음을 4년 동안 투자하면서 학교에서 무엇을 받아갈 수 있는지 소비자처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지금의 대학이 학생에게 그만한 유형적 무형적 가치를 주고 있나요? 부족합니다. 미네르바는 이것보다 많이 학생들이게 줍니다. 교육의 본질, 생각하는 과정을 가르쳐주고 생각하는 근육을 키워주니까요.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교육이 많이 바뀔 겁니다. 올해 안에 이를 주제로 책을 낼 예정입니다.
Q. 어떤 내용으로 쓰실 건가요?
A. 만약에 아인슈타인이나 뉴턴이 부활했다고 생각해봐요. 현재 도로에서 운전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통해 빠르게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요? 아마 바로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대학 교단에 세워놓는다면 바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칠판에다 무언가를 적어가면서 설명하는 방식대로, 아주 오래 전에 학생들을 가르치던 대로 하면 되는거죠. 사회의 모든 부분이 변했는데 교육은 안 변했습니다. 그걸 사람들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 시스템은 19세기 산업혁명 때 만들어져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 주입식 교육을 하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그런 인재가 여전히 가치가 있을까요? 최고의 기업, 최고의 곳에서 똑같은 생각을 하는 여러 사람이 굳이 필요할까요?
지금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회사들은 모두 20년 전, 10년 전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거나, 당시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이 10년 20년 후에도 그대로 건재할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이제는 이런 상황에 맞는 인재들이 필요합니다(예전처럼 대량 인재 생산 방식에 최적화된 인재가 아닌). 미국과 중국은 이미 그 쪽으로 많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많은 학교가 국가 산업체와 협력하면서 실질적인 연구를 많이 이뤄가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일부 교수님들이 자기 연구에 골몰하면서 부수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한국 학생들도 딜레마인 게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일이나 대외활동을 하려면 학점을 잘 받을 수 없고, 학점을 포기하자니 불편합니다. 즐기지도 몰두하기도 어려운 환경인 거죠.
Q. 그럼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나요?
A. 한국은 눈치보는 정서가 강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항상 정해진 답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한테 얘기할 때 ‘와, 노답이야’ 이런 식으로도 얘기하잖아요. 답이 없는 게 부정적이고 잘못된 것이란 뉘앙스가 있지요. 답이 없으면 흐지부지되고 혼란이 생긴다는 그런 정서가 있고 그러다 보니 토론도 약한 것 같아요. 한국 사람이 토론을 잘 하는 것과 외국에서 토론을 잘 한다고 하는 건 좀 다르더라고요. 답을 찾아서 피력하는 게 한국식이라면 외국은 답이 없어요. 답이 없는데 자신의 의견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추구하는가가 중요합니다. 근거가 부족하거나 논리가 좀 빈약해도 답이 맞으면 인정해주는 게 한국이에요. 외국은 답이 틀려도 그 답에 가기 위한 근거가 충분했다면 승리하게 해줍니다. 이런 흐름에서 한국 사람들은 무언가를 말할 때 ‘내가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좀 많아지죠.
지금부터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대체로 얘기하는 답이 나에게는 답이 아닐 수도 있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 생각들을 공유하고 활발히 토론하다 보면 무언가 더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지 않을까요? 정답을 말하지 못할까 두려워 미리 헷갈리거나 애매한 답을 잘라내지 마세요.
Q. 앞으로 무엇을 할 거예요?
A. 저는 항상 항공우주를 좋아했어요. 앞으로 이런 일을 해나가고 싶어요. 지구에서 사람들이 서로 다투고 또 전쟁을 하면서 자신의 종교나 입장, 이념을 관철시키려고만 하다보면 어느새 같이 사는 법을 잊게 되는 것 같아요. 지구를 벗어나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인류는 협력할 부분이 많고 공통의 목표 같은 게 생기는 거죠. 그렇게 해서 우리는 또 한 번 도약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제 꿈입니다.
#미네르바 #미네르바스쿨 #미네르바대학 #항공우주김강산 #민사고김강산 #김강산 #카카오벤처스 #혁신 #교육 #유학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