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카오벤처스 Jul 21. 2021

[KV의 생각 읽기 - 얼떨결 투자이야기2]

Bottom - Up에서 바라보기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에서 MI(Market Insight)를 담당하는 Aiden입니다.

수개월 전에 '얼떨결 투자 이유기'를 썼는데, 2편을 쓰는데까지 몇 달이 걸렸네요. 

개인적인 일로 늦어져 죄송하며, 앞으로는 매월 2-3회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꼭 지켜야 할 텐데요....)




 지난번엔 저희 첫 투자의 어려움 및 허닭의 마켓에 대해서 주로 얘기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선진국 대비 낮은 백색육 소비, 1인 가구 등의 영향으로 HMR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것 등을 주로 말씀드렸습니다. 


 아무리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해도 1위 사업자에게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한 투자가 될 수 있고, 성공 확률 또한 높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1위 사업자와 2,3위 사업자는 출발선이 다를 테니깐요. 그런데 허닭의 경우는 당시 매출 기준 업계 3,4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뒤에서 시작하는 것이지요.


 거기에 더 큰 문제는 '우리의 주요 투자 영역이 맞냐'는 것입니다. VC는 아무리 좋은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자신에게 맞는 스테이지인지, 주요 투자영역인지가 중요합니다. VC라는 게 색깔이 명확해져야 좋은 기업을 발굴하기 수월하고, 특히 초기 투자자의 경우 많은 지원이 필요한데 저희가 도와 드릴 수 있는 게 많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KV는 Early stage에 집중하고 제약/바이오와 같은 영역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또 다른 영역인데 이것은 다음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허닭에서 매출이 이미 충분히 발생하고 있는데 Early stage가 맞아?

사실 밸류로 보면 Early stage가 아닐 수 있습니다. 허닭은 이미 매출이 충분히 나오고 영업 이익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낮은 밸류로 투자하는 게 사실 말이 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기존에 투자하던 밸류보다는 다소 높아졌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밸류는 다소 높더라도 Early stage 투자로 본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1) 첫 번째 기관 투자, 2) 급격한 변화 입니다. 허닭은 기존에 기관 투자자가 전혀 없었던 터라 저희가 VC 첫 투자였습니다. 따라서 KV가 향후 허닭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는 회사가 최근 1년 사이에 급격히 변하면서 스타트업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여 투자심사 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첫 투자인 것은 주주명부로 확인이 가능했고 저희의 밸류업 프로그램, 향후 후속 투자 연결 등이 허닭에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회사가 스타트업으로 변모하게 되었을까요. 사실 이 부분이 저희의 Investment Point 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F&B 업체들은 데이터에 기반한 정량적 평가가 아니라 정성적으로 신제품 출시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제품 출시에 있어서도 의사 결정이 느리고(실패에 대한 두려움), 실제 성공 가능성도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허닭은 신제품 출시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BEP 이상을 달성하는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신제품이 단순히 기존에 잘해오던 닭가슴살, 소시지/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HMR, 건기식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해 나가고 있음에도 제품마다 이익을 내고 있던 상황이었죠. 실제로 저희가 투자가 결정된 시기가 7월인데 그 전인 5, 6월 출시한 제품도 이미 BEP이상을 달성하고 있었습니다. 


허닭 자사몰과 제품(2019.8월 기준) 


이러한 성공은 2019년 급격한 변화를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제품 기획-개발 단계부터 데이터에 의한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쉽게 표현해 '간이 짜다'는 것과 '소금의 양을 10% 정도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이를 위해서 첫 단계부터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제품을 기획, 개발하고 있다 보니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이제 시작되었다면 그것이 새로운 변화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세워진지 몇 년이 지났지만 이런 맥락에서 Early stage에 적합하다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 허닭이 ICT 서비스 기업이 맞아?

F&B 시장은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어 메가 히트를 치고 트렌드가 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워낙 소비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생산하는 게 어려운 영역입니다. 또한 신제품 출시 후 대규모 마케팅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히트제품이 나온다고 해도 대부분 대형업체에서 출시되는 제품들입니다. 그럼에도 매달 엄청난 양의 신제품이 출시되고 특히 닭가슴살 시장에만 수십 여종의 제품이 기획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제품을 판매처(e.g 허닭)에서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 업체에서도 제안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합니다. 왜냐면 제조업체에서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 제품을 기획, 개발하고 이것을 판매 업체에 역제안해서 장기적인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죠. 


허닭은 이런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한 데이터에 기반해 성공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었습니다. 국내의 경우 대형 커머스몰을 일부 트래킹해 특정 시점의 판매단가, 수량 등을 파악하여 전체 시장 규모를 파악합니다. 국내 전체 온라인 커머스몰 데이터가 아니어도 오차는 크지 않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표본을 통해서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데이터를 제공하는 업체들과 유사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신제품의 시장 규모, 적정 단가, 카테고리 내 인기제품 등을 통해서 성공 가능성을 파악하고 향후 마케팅 전략 등을 수립하고 있었습니다.


허닭의 제품 기획 솔루션 (출처 : 허닭)


이러한 제품 제조 프로그램 개발이 이미 도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적은 인력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고 제품/카테고리 확장에 대한 리스크가 감소되어 제품 개선 및 출시가 용이했습니다. 허닭이 만약 단순히 제품을 잘 기획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투자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판매에 ICT 시스템을 녹여냈고 이미 적용 단계에 있어서 저희의 투자 영역에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세 번째. 허닭이 3등 이라며?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

사실 이 부분은 검증이 어려웠습니다. 이미 IPO를 통해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 및 성장에 가속도를 더하는 기업도 있으며 PE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기업, HMR 시장에서 급격하게 성장하는 기업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의미한 M/S를 가져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은 판단이었습니다. 


저희는 세 가지 포인트에 집중하였습니다. 1) 제조 공장 방문, 2) 판매량 예측을 통한 원가 경쟁력, 3) 마케팅 방향 확보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허닭의 주요 제조 공장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모자이크를 한 부분은 허닭이 아닌 경쟁사 제품입니다. 결국 제조 과정에서 차별화는 크지 않은 것이죠. 결국 기획, 개발 단계 및 판매 단계에서 성장할 수 있다면 충분히 기존의 업체들과 경쟁이 가능하다 생각했습니다. 

제조업체의 제품 생산 라인


두 번째는 원가 측면입니다. 생각 외로 우리가 주로 치킨으로 접하는 육계 9-10호 가격은 변동이 큰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육계 가격이 쌀 때 많이 구매하여 저장할 수 있다면 높은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제품의 매출 예측이 되어야 하고 앞에서 살펴보았던 제품 개발 및 판매 솔루션이 원활히 작동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냉동 제품이 많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길게 가져갈 수 있으나, 허닭은 제품의 신뢰도를 위해서 짧게 가져가고 있었기 때문에 예측 시스템이 정확히 작동하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겠죠.


또 제품을 기획단계에서부터 적정 가격을 정하고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F&B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가 경쟁력을 초기부터 확보하고 가져갈 수 있습니다. 제품이 적정 가격에 판매가 시작되고 일정 수량만 판매되어도 제품의 BEP 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육계 9-10호 가격 추이


세 번째는 마케팅입니다. 사실 F&B 시장은 "마케팅이 곧 경쟁력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닭가슴살 시장만 보아도 탑 배우들이 매스 마케팅을 하는 경쟁사들도 많았습니다.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으니 브랜드 인지도를 가져가야 하는 상황인 거죠. 


허닭은 결론적으로 매스 마케팅을 별도로 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퍼포먼스 마케팅 또한 크게 진행하지 않습니다. 적정 판매 가격을 정해놓고 판매량에 따라서 쿠폰 지급, 혹은 제품의 믹스 개선 등을 통해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매스 마케팅은 사실 허경환 공동대표님을 통해서 언론의 노출이 생각보다 많이 되고 있어서 별도로 진행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허닭 = 허경환 닭가슴살'로 인식이 되고, 방송 출연하면 많은 질문을 받으시고 그게 다시 기사로 재송부 되니 충분한 언론 노출도를 가져갈 수 있었죠.




허닭은 이런 점에서 투자 포인트가 유효했고 투자 후에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전년 대비 100% 매출이 증가하였고, 2021년에도 전년도 수준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으로부터 후속투자도 유치해서 계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다음엔 여가 생활에 관련된 서비스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KV의 생각 읽기 - 얼떨결 투자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