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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벤처스 Mar 18. 2021

[KV의 생각 읽기 - 얼떨결 투자 이야기]

예상과는 많이 달랐던 스타트업 투자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에서 MI(Market Insight)를 담당하는 Aiden입니다.

이번에는 KV 투자 후기를 공유해 볼까 합니다. 




제가 KV에 합류하게 된 시기는 2018년 7월입니다. 올해 6월이 지나면 3년이라는 시간을 KV에서 보내는 셈입니다. 아무래도 VC의 심사역은 실제로 이루어진 투자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게 되는데, 몇 건의 투자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패밀리사 중 하나가 '허닭'입니다. KV의 투자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제목이 <카카오벤처스, 닭가슴살 판매 브랜드 ‘허닭’ 운영사 얼떨결에 투자>라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고 KV가 얼떨결에 투자한 것처럼 농담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거든요.


(기사 링크)

https://platum.kr/archives/127157


보통 KV 포트폴리오 투자가 ICT 서비스, 딥테크,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키워드로 나누어집니다. 그런데 허닭은 도대체 어떤 카테고리에 해당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아 'KV가 그런 곳도 투자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의 첫 투자이기도 한 허닭에 왜 투자를 진행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저의 VC 적응기도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KV에 합류하기 전 저는 여의도의 증권사에서 인터넷/게임/통신서비스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였습니다. 상장 기업 및 산업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고 기업의 적정주가를 제시하는 업무가 주된 업무였습니다. 주요 분석 담당 기업은 현재 KV의 모회사인 카카오를 비롯하여 네이버/엔씨소프트/넷마블과 같은 인터넷/게임 기업과 SKT/KT/LG 유플러스와 같은 통신서비스 기업이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15&aid=0003855678


그러다 보니 여의도 증권가에서 만났던 이들에게 '애널리스트와 VC의 차이점이 뭐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됩니다. 항상 답변은 '애널리스트는 엑셀로 일하던 사람인데, VC 심사역은 파워포인트로 일하는 것 같다'라고 답변을 합니다.


애널리스트가 가장 바쁜 시기는 기업들의 분기 실적 발표 시즌입니다. 많은 상장사들이 매분기 잠정 실적이 발표되면 손익계산서/재무상태표의 세부 항목을 제공해 줍니다. (분기보고서 공시 전 (잠정)실적 발표 시에 먼저 제공됩니다) 애널리스트는 이를 기반으로 이번 분기의 실적을 분석하고, 향후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서 목표주가를 산정합니다. 여러 증권사가 발표한 실적 전망치가 합쳐 우리가 항상 접하는 컨센서스가 형성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어쩌면 향후 실적 추정치이기 때문에 엑셀로 일을 한다고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향후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2차 전지 관련 산업도 향후 전기차의 성장, 한국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 등을 기반으로 주가 상승을 하는 것처럼요. 

      

카카오 2020년 4분기 Fact Sheet
(출처:카카오)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 일단 자료를 검색합니다. 실적을 추적하고 회사의 향후 성장 동력을 발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업무가 분석 주요 기업을 분기 1회 이상 방문해 IR 담당자와 미팅을 하고 회사 내부 상황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여기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이런 내용들입니다.


1. 이번 분기 실적에 있어서 특이점이 있었을까요? 회사의 최근 및 향후 업황은 어떨까요? 

2. 마케팅 비용은 어느 정도 집행되었을까요?

3. 신규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경영진이 향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는 영역은 어떤 것일까요?

4. 직원 신규 채용은 어느 정도 수준이고 향후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질문을 통해서 회사의 현황을 파악하고 분기 및 연간 실적을 전망합니다. 또 향후 성장 가능성과 1회성 비용은 없는지 등을 파악하게 됩니다. 


여전히 애널리스트를 하고 있었다면 4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 카카오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파악해야 할 부분은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자회사의 상장 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회사가 향후 방향성을 얘기하면 애널리스트는 빠르게 파악해서 향후 성장 동력이 될지 등을 파악하게 됩니다. 


카카오엔터터인먼트
(출처 : 카카오)


이러한 정보들이 종합되어 향후 실적을 추정하고,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적용해 적정 주가를 찾고 투자 의견을 제시하게 됩니다. 아래는 제가 마지막으로 작성했던 카카오의 Valuation입니다. 2018년이라 지금이라 차이가 많네요. (그때 카카오 주식만 사놓았어도 4배가 넘게 수익이 발생했네요 ㅠㅠ 시간을 돌리고 싶네요)


카카오의 SOTP Valuation
(출처 : 신영증권)




그럼 왜 VC는 파워포인트로 일을 한다고 했을까요. 아무래도 KV의 주요 투자 영역인 Early Stage이다 보니 현재의 손익계산서가 다소 무의미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BM이 아예 없다거나, 향후 실적 추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너무 많은 가정이 들어가고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뿐이지요. 


그렇다면 파워포인트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야 할까요. 당시 허닭은 닭가슴살 가공 식품과 HMR을 주력 제품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했던 점은 연간 육류 소비량이었습니다. 1인당 GDP가 3만 불이 넘어가면 EU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육류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닭고기 소비량이 증가하게 되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 등으로 백색육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겁니다.


주요 OECD 국가별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 (단위 : kg)
(출처 : OECD)


물론 식문화 차이가 있겠으나 OECD 대부분의 국가에서 백색육에 대한 소비량이 가장 높은데 반해 국내의 경우 돼지고기의 소비량이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앞으로는 닭고기 소비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실제 한국도 닭고기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6-2017년 조류독감(AI)의 영향으로 닭고기의 소비량이 일시 감소했지만 다시 회복 추세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민 1인당 축산물 소비량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또 HMR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였습니다.  1인 가구가 2000년 15.5%에서 2018년 29.3%로 급격히 늘면서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시장의 성장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생산량은 10년 사이 562% 성장, 판매액은 844% 성장하며 이미 3조 300억원 시장으로 커졌습니다. 


HMR 생산량 및 판매액 추이 변화
(출처 : 통합식품안정정보망)


'건강'이라는 키워드에도 집중했습니다. 당시에 냉동/냉장/간편식 시장 판매량을 조사했을 때 상위 8개 제품 중 2개의 제품이 건강/웰빙 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었고, Top 50으로 확대했을 때는 약 40% 의 제품이 건강한 식품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구매 시 고려하는 요소에서도 영양성분, 식품첨가물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닭가슴살을 이용한 HMR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HMR 구매 시 고려하는 요소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KV에서는 시장을 기반으로 한 Top-down 방식으로 스타트업 투자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허닭의 경우도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의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투자 검토가 이루어졌고, 실제로 투자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시장의 성장만으로 투자가 이어지진 않고 회사의 경쟁력도 면밀히 검토합니다. 저희가 허닭을 투자했을 때는 시장 내에서 1위 사업자가 아닌 3-4위 사업자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허닭에 투자하게 되었는지와 특히 ICT 서비스를 주로 투자하는 VC가 왜 허닭에 투자했을까요? 이 내용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VC #투자 #허닭 #심사역 #스타트업 #건강 #카카오벤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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