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카오벤처스 Sep 13. 2021

주류업계 최초 스타트업 '벨루가브루어리'

김상민 대표님 인터뷰

안녕하세요. 재이입니다.

오늘은 굉장히 특별한 스타트업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저희 패밀리 중에 안 특별한 곳이 없지만 이 곳은 더 특별합니다. 주류(酒類)분야에서 등장한 최초의 한국 스타트업이거든요. 규제도 많고, 이래저래 불편한 시선도 많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벨루가의 김상민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굉장히 담백하고 솔직하고 생각도 깊은 분이라 만날 때마다 제가 많은 걸 배워요.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아래 Q&A.


(인터뷰를 위해 벨루가에서 운영하는 캔고투 매장을 방문했어요. [https://map.naver.com/v5/entry/place/1062876140?placePath=%2Fhome&c=14124980.1648836,4514828.3352837,15,0,0,2,dh] 술집에서 보지 못했던 다양한 종류의 주류가 많아서 저도 모르게 선물용으로 여러 개 주문했어요. 구하기 어렵다는 고가의 술도 많았어요. 어차피 비싸서 저는 살 생각이 없었지만 이것저것 둘러보니 싱기방기��. 고마운 분들이 계셔서 몇 병 집으로 배송시켰습니다ㅎ. 제가 캔고투 매장에서 아무거나 찍은 주류 사진들은 아래에 놓겠습니다.)





벨루가브루어리의 로고! 흰 돌고래 '벨루가'에서 따온 이미지라는데 엄청 귀여움❤





Q. 어떻게 하다가 주류 시장에 뛰어들게 된 건가요?

A. 벨루가를 창업하기 전 다른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했어요. 그 때 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비즈니스를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실제 commodity를 다루는 서비스가 하고 싶었어요. 크게 제가 좋아하는 시장인지, 지속가능한 시장인지, 기존에 있던 것 중에서 아직 디지털화가 안 된 시장인지 세 가지 관점을 봤어요. 그게 주류시장이더라고요. 이 시장의 매력은 기존 주류 사업자들 외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먼저 들어가서 잘 하면 시장의 기준이 될 수 있고, 이건 마치 세계 최초로 남극점에 깃발을 꽂은 아문센 같은 존재가 되는 거죠. 



Q. 처음에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A. 네. 처음에는 유통사들도 협조적이지 않았죠. 사실 저희가 쥐뿔도 없었던 상황이었으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어려운 점은 규제 이슈였어요. 절차에 따라서 사업을 진행했는데도 마지막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거든요. 



Q. VC에 투자를 받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A. 우리가 하려는 비즈니스에 대해서 설명하고 시장에 대한 증명을 해야 할 땐 정말 어려웠어요. 주류 시장 자체 투자를 꺼려하는 곳도 많았고, 또 제가 주류회사 출신이 아니다 보니까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셨어요. ‘우리 대표님이 술을 안 좋아해서 투자하기가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죠. 근데 어려운 상황에서 한 번 물꼬가 트이고 나서부터 조금씩 시선이 바뀐 것 같아요. 아직 회사가 엄청 크지는 않지만 예전에 비해서 굉장히 호의적인 반응이 많아졌고 먼저 미팅요청이 오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전반적으로 시장 자체가 좀 확대된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위스키, 와인,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 쪽 시장도 가능성이 있구나’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점점 안심하고 우리 회사를 보는 것 같아요. 



Q. 벨루가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시장에 있던 기존 플레이어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는 거요. 기존 플레이어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전체적으로 유통 선순환을 어떻게 이룰지 고민했어요. 누군가의 영역을 침범하기보단 사소할 수 있지만 비어있는 틈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자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주류 시장은 어떻게 보면 간단해요. 술을 직접 제조하는 제조사, 수입하는 공급사, 주류를 배송하는 도매상, 최종 소비자에게 술을 파는 음식점이 있는 시장이에요. 그래서 도매 플랫폼이라고 하면 우리가 도매상을 거둬낼 것 같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기존 플레이어들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어울릴지 많이 고민했어요. 기존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역할을 더 효과적으로 잘 하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 벨루가의 의미죠. 그 틀 안에서 수익화를 모색했어요. 



Q.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A. 주류 시장 플레이어들의 영역이 희미한 회색지대가 있어요. 그런 부분을 도와주는 게 벨루가입니다. 일단 중개 수수료가 없습니다. 벨루가가 생기기 전 기존 주류시장에서는 상점과 공급사 사이에서 중개 기능(facilitator)이 거의 없었어요. 상점이 주문을 받으면 배송해주는 ‘배송’ 역할과 주류 결제 여신 역할이 거의 전부였던 거죠. 하지만 벨루가 플랫폼을 이용하면 중개의 가치가 생겨나요. 예를 들면 도매상 입장에서는 기존에 거래처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주문을 받는 경우가 생겨요. 알고 지내던 음식점에 일일이 방문하지 않아도 수요가 생기는 거죠. 음식점에서도 특정 한 도매상에게서 정해진 몇 개의 주류만 주문하지 않아도 되죠. 벨루가 홈페이지 방문해보시면 정말로 다양한 종류의 주류가 있거든요.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더 다양한 주류를 더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는 거죠. 한 예로 우리는 장례식장에도 술을 판매해요. 보통 장례식장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소주나 맥주 몇 가지만 보잖아요. 근데 한 회사에서 우리에게 수제 맥주를 주문한 경우가 있어요. 소주와 맥주만 팔던 곱창집에서도 벨루가를 통해서 와인을 주문하기도 하고요. 이런 것처럼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벨루가를 통해 술을 주문하거나 아니면 주류 주문 자체를 다양하게 하는 일들이 생기는 거죠. 도매상 입장에서는 거래처를 다양화하게 되고, 상점에서도 더 다양한 술을 쉽게 주문할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서 다 같은 공산품을 팔던 상점들이 각자의 색깔을 차별화할 수도 있고요. 벨루가가 탄생한 후 조금이나마 영향을 끼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Q. 재미있네요. 창업하니까 어때요?

A. 몰라서 겁없이 하는 게 창업인 것 같아요. 창업한 것 후회합니다(웃음). 너무 힘들어요. 단계별로 힘든 게 다른 것 같은데요. 초기에는 내가 모든 일을 다 해야 해서 힘이 들고, 중간에는 회사는 커가는데 내가 그릇이 안 되는 것 같아 힘들고, 마지막에는 내가 왕따를 당하는 것 같아서 힘든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마지막 단계는 아닙니다만(웃음). 팀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과정이 대표로서는 힘이 들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우리 회사가 잘 하고 있어도 다른 회사에서 같은 연차와 포지션에 더 좋은 조건을 준다는 소식이 들리면 팀원에게 미안해지는 거죠. 그런 것 때문에 사람을 잡지 못할 때 괴로운 것 같아요.



Q. 벨루가는 어떤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A. 딱 무엇이라고 규정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해요. 조직의 문화라는 것은 다양한 배경과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저는 문화가 마음먹고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좀 억지스럽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섞이고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문화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렇게 표현하는 것 말고,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드려고 노력해요. 물어보셨으니까 말을 하자면,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일을 잘 할 수 있는 취지 안에서 우리 회사는 규칙이 없는 게 규칙이에요. 그 대신 잘하는 사람이 떠나고 싶거나 오고 싶지 않은 회사가 되지 않도록 프로페셔널한 마인드세트는 있어야 해요. 아마추어적인 것과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것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좀 애매하게 ‘나 하나쯤이야’하는 마인드는 좋지 않잖아요. 그거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잘 하는 사람들이 오고 싶어하는 조직, 잘하는 사람들이 떠나고 싶지 않은 조직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Q. 요즘 스타트업 인재 유치 경쟁이 심한데, 회사문화나 조직 자랑을 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A. 저는 우리가 지키지도 못할 허울뿐인 혜택을 써서 어떤 분을 데려오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Q. 그럼 벨루가는 복지가 없나요??(대표님이 의미와 취지를 설명하시는데 제가 계속 복지가 없냐고 집요하게 캐물었습니다…)

A. 우리 회사도 자율 근무합니다. 지금 밖에 누릴 수 없는 눈 앞의 행복과 타협하지 않도록 가족 생일이나 개인적으로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날은 쉬게 해요. 휴가 일수에 제한이 없어요. 최근 한 직원은 유급으로 두 달을 쉬기도 했어요. 평소에 책임감 있게 일을 하고 쉬는 동안 문제가 없도록 다 정리해 놓은 상태에서 번아웃이 왔다고 해서 제가 먼저 두 달 쉬시라고 했어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시는 분은 한번쯤 걱정하실만한 탈모지원금도 있어요. 처방전 비용을 실비로 내드립니다. 명절 때는 좋은 술을 드려요. 식대 제한 없습니다. 정기적으로 주류 스터디를 하면서 다양한 술을 맛보고 공부해요. 그런데 이런 것들은 복지가 아니라 잘 하는 팀원들이 그에 걸맞게 하기 때문에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끝내주는 복지가 있으니까 우리 회사에 와줘’, ‘이런 복지를 누렸으니까 이렇게 일해줘’와 같은 기브앤테이크식의 뭔가 대가성을 바라는 복지가 과연 조직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 저는 잘 모르겠어요.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벨루가가 하는 비즈니스에 비전이 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합류를 결정하는 것이고 일도 하는 것이지 회사에서 컨디션이나 복지로 사람의 마음과 결정을 구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을 내세워서 우리 회사가 좋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Q. 대표님은 직원을 채용할 때 어떤 점을 보시나요?

A. 벨루가의 가치와 비전에 공감하는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는 지원자인지를 봐요. 그건 회사가 절대로 만들어 줄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회사와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해요. 그 두 가지가 있으면 힘들어도 버틸 수 있고 성공해도 각자의 커리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벨루가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A. 주류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1-2개 상품이 시장을 독점했다면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주류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어요. 현재 주류 시장은 초기에서 성장기 단계로 시프팅되고 있고 그 안에서 벨루가가 다양한 상품이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또 그런 상품을 많이 들여와서 시장 고도화를 주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1인 공급사도 창업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시장을 성숙기로 견인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싶어요. 



Q. 예비 창업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창업 좋아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보람 있는 경우도 많지만 생각보다 감정적으로 힘든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바로 창업하지 말고 일단 스타트업에서 일을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스타트업 창업을 할지 말지에 대해 숙고할 수 있고, 나중에 창업을 해서도 유리해요. 직원의 입장을 겪어봤으니까요. 저도 직원을 먼저 해봐서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지, 실무진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좀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 점이 또 직원들과 소통하고 설득할 때도 더 애를 쓰게 되더라고요. 회사가 롱런하려면 그런 경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그러면 시행착오가 줄거든요.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 있으면 해주세요.

A. 벨루가는 단순히 주류시장을 디지털화하는 게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해 가고 싶어요. 한정된 자원인 금을 잘 캐는 게 아니라 금처럼 가치 있고 지속 가능한 무언가를 창조하는 게 진짜 비즈니스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하고 싶습니다.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다면 아래 홈페이지��‍♂️�‍♀️

https://business.veluga.kr/




날씨 좋은 가을날, 캔고투 방문 추천드립니다. 

아래는 캔고투에서 찍은 목적없는 사진들. 이거 말고도 술 종류가 정말 다양해요༼ つ ◕_◕ ༽つ


귀여운 술.
석빙고 동궁 월지, 요즘 저런 옛날 말들이 너무 멋스러운 것 같아요~ 
시음주. 저기 초록색 병 뒤에 가려진 술 선물용으로 사봤어요. 반응 아주 GOOD!
양주 먹는 친구가 있으면 선물해주고 싶은 귀여운 셋뚜
색이 너무 곱네요
요즘 술병 디자인도 이렇게 다채롭네요.


처세술. 마셔보았는데 썼다고 합니다. 크으. 
장난하냐구요. 그쵸? 직장인들 공감하시나요??


뭔가 비싼 술이었던 것 같아요 ㅎㅎ 비싼데 좋은 술.


오. 엄청 귀여움. 한 번에 5개 다 먹을 수 있을까요??





#주류 #스타트업 #벨루가 #벨루가브루어리 #캔고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