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멈춘 세상, 그 속에서 배운 것들

16편

by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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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참 궂습니다.

눈 소식이 있었는데 막상 밖을 나서보니 비가 내리고 있네요.

궂은 날씨지만 여러분의 마음만큼은 뽀송뽀송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항상 제 이야기가 그렇듯, 오늘도 바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조금 지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돌아보면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멈췄던 그해 가을


기억하시나요? 지난가을, 아마 9월이나 10월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부의 중요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던 사건 말입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복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습니다.

중요한 정보 시스템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화재 한 번으로 수많은 정부 기관의 홈페이지와 서비스가 '올 스톱'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죠.




조달청이 멈추자, 내 일도 멈췄다


이 사건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저희 회사, 그리고 저에게도 직격탄이 되었습니다.

저는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에 접속해 새로 올라온 공고를 확인하고, 미리 준비해둔 입찰 건을 체크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한두 시간의 루틴이 저의 오전 업무의 핵심이죠.

그런데 화재가 발생한 첫날, 사이트 접속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공공기관 영업의 핵심 통로가 완전히 막혀버린 것입니다.


그 당시 상황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당시 저는 정말 공들여 준비하고 있던 입찰 건이 세 개 정도 있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공고가 뜨자마자 착착 진행되었을 일들이, 시스템이 멈추니 아예 공고조차 올라오지 못하고 올스톱되어 버렸죠.


단순히 일이 밀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업 발주가 늦어진다는 건, 결국 돈이 들어와야 할 시기도 뒤로 밀린다는 뜻이니까요.

도미노처럼 자금 계획이 꼬이기 시작하니 회사 입장에서는 꽤나 속 타는 상황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더 무겁게 했던 건 현장에 계신 담당자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한 공공기관 담당자분은 이번 화재로 인해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열심히 준비했던 사업이 결국 내년으로 연기되는 상황까지 맞닥뜨리게 되셨거든요.

그분이 어쩔 줄 몰라 하며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 뉴스에서 보던 화재 사고가 단순히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의 1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는, 정말 무서운 여파를 가진 일이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갑작스럽게 텅 비어버린 오전 시간, 저는 묘한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른 업무들을 급하게 찾아보며 분주히 움직였던 기억이 납니다.




'연결'의 취약함, 그리고 '준비'의 필요성


복구까지는 약 3~4주 정도가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행히 주요 시스템부터 하나둘 복구되면서 업무는 제자리를 찾아갔지만, 그 시간은 저에게 잊지 못할 교훈을 남겼습니다.


최근에도 챗GPT나 배달의민족 같은 거대 플랫폼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수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편리하게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만큼 하나의 연결고리가 끊어졌을 때 오는 파급력은 상상 이상으로 큽니다.


공공기관 사업은 분명 매력적이고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불가피한 외부 변수에 대비하는 우리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정 루트에만 100% 의존하기보다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플랜 B, 플랜 C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느덧 12월도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올 한 해, 여러분은 계획했던 일들을 잘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남은 시간 동안 2025년을 위한 준비와 마무리를 잘하시길 바라며, 다가오는 새해에는 뜻하지 않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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