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의 숲속 연구소에서 마주한 '채용'의 민낯

17편

by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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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가 멈춘 곳에 사람이 머물 수 있을까?


오늘도 나는 길 위에서 하루를 보낸다.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며 부지런히 거래처를 뚫고 사람을 만난다.

비록 당장의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오늘 뿌린 씨앗이 언젠가는 단단한 결실로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다시 시동을 건다.


며칠 전, 강원도 홍천에 있는 한 바이오 기업을 찾았다.

최근 강원도는 춘천을 중심으로 의학 및 바이오 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가 연락을 취한 곳도 그 흐름 속에 있는 유망한 업체였다.

춘천 바이오 산업단지 리스트를 훑으며 우리 제품이 꼭 필요할 것 같은 기업에 '콜드 메일'을 보냈고, 운 좋게 연구소장님과 연결이 닿았다.

세 번의 일정 조율 끝에 성사된 귀한 만남이었다.




텅 빈 도로 끝에 위치한 연구소


본사는 춘천에 있었지만, 실제 연구소는 홍천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춘천역에서 내려 쏘카를 빌려 40분을 더 달렸다. 길을 갈수록 민가는 사라지고 짙은 녹음만이 차창을 채웠다.

식당 하나를 찾으려 해도 차로 15분은 나가야 하는, 말 그대로 '자연의 정취'만 가득한 곳이었다.

어렵게 만난 연구소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했다.

그런데 연구실을 둘러보던 중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카탈로그에서 본 우리 제품들이 이미 연구실 곳곳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제품마다 우리 지사의 명함이 붙어 있었다. 이미 다른 영업망을 통해 납품이 완료된 곳이었다.

오래된 회사의 탄탄한 영업망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다음부터였다.




"사람을 뽑을 수가 없습니다"


연구소장님은 제품 이야기보다 '사람' 이야기를 더 많이 털어놓으셨다.

최신 장비로 연구실을 세팅하고 번듯한 건물을 지어놓았지만, 정작 그 안에서 연구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공고를 내고 힘들게 사람을 뽑아도 정착을 못 해요. 주거 공간도, 기본적인 인프라도 없으니 2~3년만 버티다 춘천이나 서울로 이직해 버립니다."


그 안타까운 토로를 들으며 과거 내가 몸담았던 IT 기업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우리 회사는 송도에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신도시였지만, 채용 시장에서의 현실은 냉혹했다.

지원자 자체가 없었다.

모두가 서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회사를 서울 구로구로 옮기고 나서야 비로소 채용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구직자의 눈높이, 기업의 의미 부여


홍천에서 만난 기업의 현실도 다르지 않았다.

대다수 구직자는 더 좋은 여건, 더 편한 교통, 더 완벽한 인프라를 원한다.

나 역시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눈높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구직자들에게는 감히 말하고 싶다.

때로는 내가 설정한 눈높이가 '절대적인 필수 조건'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일단 일을 시작해야 이것이 내게 맞는지 확인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당장의 조건보다 더 큰 가치를 얻기도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업도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연봉을 높이고 복지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 합류할 직원에게 이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우리 회사에서 어떤 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 끊임없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돌아오는 길의 단상


내가 다니는 회사도 신입 사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현장직은 기본 7~8년 차, 사무직도 최소 3~4년 차 이상의 경력자들뿐이다.

제조업의 특성상 인력을 줄이는 추세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할 때 나는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홍천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붉게 물든 노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얻고, 구직자는 꿈을 펼칠 수 있는 자리를 찾는 일. 이 당연한 선순환이 왜 이토록 어려운 숙제가 되었을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정답은 없겠지만, 오늘 하루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며 짧은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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