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편
지난 가을, 저는 전라도로 1박 2일간의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한 언론사와 진행했던 인터뷰가 인연이 되어 세 분의 교수님을 뵙게 되었는데, 그중 전북대학교와 전남대학교에 계신 두 분을 만나기 위해 활기찬 가을바람을 가르며 길을 나섰습니다.
이번에 만난 두 교수님은 모두 동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수의학 분야의 전문가들이셨습니다.
첫 번째로 뵌 남자 교수님은 오랜 시간 일반 기업에서 연구자로 활동하시다, 전북대학교 동물병원에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며 새로운 길을 걷고 계셨습니다.
반면 전남대학교에서 만난 여자 교수님은 해외에서 10년 가까이 포닥(연구원) 생활을 하셨고, 세계적인 명문인 하버드 대학교에서 공부하신 화려한 이력을 가진 분이셨죠.
이제 막 모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하시려는 열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분과 대화를 나누며 저는 우리가 누리는 현대 의학의 근간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직접 할 수 없는 수많은 치료법과 실험이 동물의 몸을 빌려 먼저 이루어집니다.
인류를 살리는 새로운 약과 기술은 결국 동물의 숭고한 희생 위에서 꽃을 피우는 셈입니다.
그들의 고통과 희생이 인류에게는 큰 축복이 된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가슴 저릿한 안타까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그 불가피한 과정을 통해 우리가 더 안전하고 아프지 않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장비를 제안하러 간 자리였지만, 오히려 생명의 무게와 인류의 공생에 대해 깊이 배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출장을 다녀온 지 어느덧 5개월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세 분 중 한 분은 저희 장비를 구매해 주셨고, 나머지 두 분과는 여전히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막 교수 생활을 시작하신 분들은 행정 처리부터 수업 준비까지, 혼자 감당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장의 성과를 위해 구매를 독촉하기보다는, 그분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실에 정착하시기를 멀리서 응원하며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진정한 파트너십은 숫자가 아닌, 상대의 상황을 깊이 헤아리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출장의 기억은 여기까지입니다. 날씨가 무척 춥습니다.
부디 건강 관리 잘하시고, 여러분의 일상에도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