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서 다시 아날로그로
나와 스마트 워치와 인연을 맺은 게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항상 내 손목에 붙어 있어서 이제 나의 신체 일부가 되었다고 느낌이 들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게다가 방수도 되기 때문에 목욕탕에도 항상 차고 다녔었다.
그런데 어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스마트 워치를 계속 차고 다니면 몸에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난 하루 중에 스마트 워치를 충전하는 시간 빼고는 거의 매일 붙어 다녔는데,
게다가 매일 잠을 자기 전에 나의 수면습관을 체크하기 위해서 항상 끼고 있었다.
(물론 이 수면습관을 체크가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이유는 잘 모른다.)
이 말에 나는 처음으로 시계를 풀고 잠을 잤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너무나도 푹 잠을 잤던 것 같다.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 이렇게 개운한 느낌으로 자 본 것이 너무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오늘 외출을 하기 위해 스마트 워치를 차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일반 시계 차고 나가보자!"
그렇게 나는 한쪽 구석에 숨어있던 커플 시계를 꺼냈고, 3시 10분에서 멈춰있던 시계.
이 시계를 다시금 달리게 하기 위해서 오랜만에 찾아간 시계방에서 다시 시계 밥을 주고 왔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오늘은 참으로 좋았다!
마치 오늘은 디지털의 노예에서 해방이 된 날이다!
스마트폰으로 오는 모든 알람들을 즉각 전달해주는 스마트 워치.
이것이 최고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을 했었다.
(특히 회의 시간에 몰래 알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었다.)
그렇게 매시간 스마트 워치의 진동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이것을 안 차고 있으니, 알람이 오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공부를 하든지, 책을 보든지 간에 집중할 수 있는 내 모습을 찾았다.
예전 같았으면 손목에 진동이 올 때마다 실시간으로 확인을 하다 보니, 무언가에 집중을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동시에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시간은 항상 부족한데, 자주 오는 진동만큼 더 자주 스마트폰을 보다 보면 내 시간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스마트 워치가 없으니 스마트폰을 만질 시간이 줄고,
그러다 보니 내 시간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생각했던 모든 일을 다하고도 남는 신기한 결과가 생겼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디지털의 노예가 되지 않았다.
문득 JTBC 앵커 브리핑에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 했던 이야기이다.
(아날로그.. 낭만에 대하여 : https://www.youtube.com/watch?v=4vKPxMmBMqk)
어느새부터 대형마트 푸드코트에 가면 계산원 대신 기계에 내가 원하는 음식을 주문한다.
사람은 절대로 치지 못하는 악보나 코드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연주해주는 기계까지 나타났다.
이렇게 디지털이 인간의 많은 것을 잠식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을 대체하고 이기기 시작한 요즘.
그래서 어쩌면 디지털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듯한 현대인.
하지만 디지털이 절대로 만들 수 없고, 이길 수 없는 것. 바로 감정.
이것이 있기에 인간이 디지털을 항상 이길 수 있다.
그리고 노예가 아닌 세상의 주인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오늘부터 스마트 워치를 한쪽에 넣어 두었다. 바로 내 일반 시계가 있던 공간으로 말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집중력과 여유를 되찾게 될 것이고,
더 이상 디지털의 노예가 아닌 삶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