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도감

본격 아저씨 관찰기

by 기록 생활자

2016년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은 나카무라 루미의 '아저씨 도감'이다. 일본 여성이 일본의 아저씨들을 관찰해 쓰고 그려 완성한 아저씨 도감이지만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주변 아저씨들이 잔뜩 실려 있어 공감하며 읽었다.

코믹 에세이 분야에서 1위를 한 책 답게 무척 유쾌하다. 아저씨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아저씨 도감

젊은 시절에 한 미모 했던 잘생긴 아저씨들은 젊은 시절 자신의 사진을 젊은 여성들에게 보여주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아저씨를 나 또한 만난 적이 있다) 이 책에도 그런 아저씨 이야기가 나와서 신기하기도 했고 많이 웃으며 봤다.


아저씨 도감

개인적으로는 아저씨스러운 아이 페이지를 가장 재미있게 봤다. 우리나라에도 어리지만 어딘지 아저씨 같은 분위기를 (행동에서) 풍기는 청소년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해 놓은 페이지여서 재미있게 봤다.

연말에 읽었던 책이라 그런지 가출 중인 옛 경마 코치 마키 짱의 좌우명이 덕담처럼 들렸다.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하지 않는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면 죽는다."

아저씨 인터뷰는 물론 사진도 들어가 있어 그림으로만 채워져 있는 책은 아니라서 확실히 도감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래전 친구와 야구장에 갔다가 만난 아저씨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부산 사직구장


다들 주황색 비닐봉지를 풍선처럼 만들어 머리에 끼고 있었다. 야구장에는 친구나 나나 처음 가본 것이었으므로 주황색 비닐 봉지는 받았지만 만들줄 몰라서 멀뚱하게 앉아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집에 갈때 쓰레기 담아 가라고 주는 건줄 알았다.


오래되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이런 모양이었다. 사진을 찾아보니 귀에 봉지 손잡이 부분을 거는 건데 잘못 그렸네.

옆에 앉아 계시던 아저씨께서 "야구장 처음 왔어요?"라며 만들어주셨다. 파도타기도 하고 매우 즐거웠다. 뭔가 모르는 사람들과 한순간 한 덩어리가 된 그런 느낌이랄까. 하나가 된다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야구경기의 결과를 물어보는 아저씨를 만났다. 결과를 알려주니 약간 시무룩해하셨다. 그 이후로 야구 중계를 찾아가며 봤는데 드라마 하는 시간이랑 겹쳐서 엄마한테 "네가 언제부터 야구를 봤다고"라는 소리를 들으며 야단 맞기도 했다. 아저씨 도감을 읽으니 갑자기 기억나네. 야구덕후 아저씨. 푸근한 인상의 에너지 넘치는 아저씨. 뭔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아함"에서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도,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나오는 에너지라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아저씨 덕후처럼 보이는 저자의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서 나오는 남다른 애정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책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조선의 아버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