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고, 또 그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어제의 세계' 이 책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에 영감을 준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 책은 읽고 싶은 도서 목록에 일찌감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 또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 아트북을 읽고 나서 이 책을 당장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게 되었다.
한 사람으로서 또 작가로서 슈테판 츠바이크는 번영의 시대를 살았고 또 누렸으며 전쟁으로 그 세계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는 이 책을 쓰고 나서 아내와 동반자살했다. 그가 자신의 삶을 정리한 이 회고록은 한 사람의 삶을 담고 있는 동시에 한 세계의 (그가 어제의 세계라고 명명한) 번영과 몰락을 동시에 담고 있다. 전쟁은 많은 것을 달라지게 했지만, 그 와중에도 그가 써 내려간 이 책의 몇몇 문장들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전체적으로 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톨스토이의 무덤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고...동시대의 많은 작가들과 교류하며 우정을 쌓고 아름다운 한 시대를 경험했던 저자가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어제의 세계와 너무나도 달라진 오늘에 그는 절망했고 그래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세계에 작별을 고했다. 그는 죽음을 통해 어제의 세계에 계속 머물러 있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번역 자체는 좋았던 것 같은데 비문과 오탈자가 보여서 이 부분은 좀 아쉬웠지만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내겐 유익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의 몰락을 통해 감독이 그리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영화가 이 책에 생각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았고 빚을 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영화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언젠가는 읽었을 이 책을 오늘 당장 읽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만나게 해준 영화를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