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긍정이 담긴 작가의 일기
곁에 있어도 그를 외롭게 하는 아내와 남성에 대한 애정, 자녀들에 대한 사랑은 그를 괴롭게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 어제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고통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는 존 치버의 정신이 그의 일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일기란 사적인 기록이기도 하지만 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단서로 또 한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로 기능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다.
연못에서 스케이트 타기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특별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엉덩방아, 우아한 하강, 넘어지는 모습 등) 낙하가 그 장면의 일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날이 어두워져 스케이트를 그만 탈 때까지 우리 모두 넘어지고 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사람들은 교만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으로 무장한 채 일어서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얼음 위를 계속 내달렸다.
그런 우리들은 순수의 상태에 접근하는 듯했다. 쾌속과 우아함과 스피드야말로 오직 드러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소유물이라는 환상에 흠뻑 빠진 채로 우린 계속해서 일어서고 넘어졌다. 우리는 넘어진다. 하지만 다른 모든 이들도 그러하다.
-존 치버의 일기 (197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