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속에 담긴 삶이라는 조각
호텔은 집이 아니다. 그러나 집과 같은 사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역시 때가 되면 떠나야 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은 아니라는 점에서 호텔은 집과 같은 아늑함을 제공하지만 집은 될 수 없는 곳이다.
이야기를 함께 엮어 책이라는 형태의 바구니로 만들어낸 작가들은 호텔을 불안정한 삶 그 자체로 바라봤던 것 같다.
호텔 프린스라는 소설집은 호텔에서 창작을 한 작가의 칼럼에서 출발했다. 그 작가의 칼럼을 읽은 호텔 측에서 호텔을 작가들에게 집필 공간으로 제공하였고 그리고 거기서 탄생한 작품들이 '호텔 프린스'에 담겨 출간됐다.
호텔을 소재로 한 작품들인데 전체적으로 좀 많이 어두웠던 점과 호텔이 공간적 배경에 머무르는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호텔을 주 무대로 한 작품들도 있었더라면 - 호텔을 등장인물이 잠시 머물렀다 가는 물리적 배경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호텔 자체를 소재로 한 작품이 등장했다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서 약간 아쉬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 중 <순환의 법칙>이 그나마 호텔 자체를 주 무대로 삼은 작품이라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때아닌 꽃>과 이 책의 맨 앞에 자리한 황현진 작가의 <우산도 빌려주나요>도 인상 깊었다. <우산도 빌려주나요>는 마지막 장면이 따뜻해서 좋았고, <때아닌 꽃>은 호텔 침대와 중환자실 침대가 대비되는 부분과 삶과 죽음을 가르는 공간으로 병원과 호텔을 대비시킨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호텔이라는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몸을 피할 수 있는 은둔의 장소로, 또 누군가에게는 생의 마지막 장소로,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장소로 기억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낭만적이기만 한 장소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전체적으로 약간 어두운 색깔의 소설이 많아서 아쉬웠지만 좋은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내게 꽤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