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법'에 관하여
대체로 목표를 세웠을 때 그 목표한 일을 해내지 못하는 것은, 목표에 대한 실행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은 잘못된 계획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목표를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부족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지가 부족해서, 다이어트나 목표했던 걸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삼일도 못가서 작심했던 것들이 허물어지느냐고? 영화 룩 아웃 속 크리스의 말에 그 해답이 있다.
"난 그냥 결말부터 시작해서 거꾸로 되돌아올 작정이다." - 크리스 (영화 룩아웃 中)
이 영화에 주인공은 인생의 쓴맛 단맛 진맛까지 다 본 인간이다. 하키 선수로 이름 꽤나 날리고, 집도 잘 살아서 돈 걱정 없이 살아온 우리의 주인공은 반딧불 때문에 한방에 인생이 훅 간다. 반딧불에 정신이 팔리는 바람에 그 반딧불을 여자 친구에게 보여주겠다고 헤드라이트도 끄고 어둠 속을 질주하던 우리의 주인공 크리스.
그 바람에 큰 사고가 나서 친구 둘을 잃고 여자 친구는 목숨은 건졌으나 다리 한쪽을 잃어야만 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크리스 역시,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사고 때 받은 충격으로 사고 직전과 그 후의 기억을 제외한 나머지 기억을 모두 잃고 장애인 판정을 받는 신세가 되고 만다. 사고로 뇌를 다치는 바람에 신문도 못 읽고, 복잡한 일은 도무지 잘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은 없지만 가끔 레몬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던지...뜨거운 코코아를 막 만진다던지, 즐겨 마시던 맥주 가격도 몰라서 바가지를 쓴다던지... 하는 뭐, 그런 종류의 장애를 갖게 된 것이다.
혈기왕성한 나이의 남성이니 여자 친구도 사귀고 싶을터. 그러나 사고 이후 그는 여자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좋은지, 어떻게 해야 여자를 잘 사귈 수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그래서 늘 수첩을 들고 다니며 남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고, 남들이 하는 말 같은 걸 수첩에 베껴 적으면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일들을 학습해 나간다.
우여곡절 끝에 은행에서 청소도 하고 경비 비슷한 일을 하게 되지만, 은행의 지점장은 창구 일을 하고 싶다는 그를 그 자리에 앉혀주지 않는다. 은행에서 허드렛 일을 하며, 가끔씩 경찰이 가져다 주는 도넛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열심히 살아가던 크리스는 늘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낄 때쯤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게리.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며 다가오는 남자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크리스. 그러나 그는 크리스가 일하는 은행을 털 목적으로 그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게리는 자신의 여자 친구를 이용해 주인공의 환심을 산다. 게리의 여자 친구는 은행을 털기 위한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크리스를 좋아하는 척 한다.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으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며 크리스를 자극하는 게리. 게리의 말에 속아 그들의 범행에 가담하기로 한 크리스에게 은행을 털기 전날 은행의 지점장이 찾아온다. 은행 지점장은 크리스의 장애인증을 건네며 아픈 사람인 줄 몰랐다며, 크리스에게 은행 창구에 앉아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한다.
은행 지점장의 말과, 함께 사는 시각장애인 루이스의 말을 듣고 마음이 바뀐 크리스는 범행 직전 범행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게리는 크리스가 범행에 가담하지 않도록 그냥 두지 않는다. 게리는 은행을 턴 후 돈을 챙기고 만약을 대비해 크리스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울 작정이었던 것이다. 크리스는 총으로 위협하는 게리 일당에 의해 은행을 터는 일에 울며겨자먹기로 가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크리스에게 도넛을 가져다 주려고 잠깐 들른 경찰이 죽고, 크리스는 그 틈을 이용해 게리 일당을 피해 차를 집어 타고 집(크리스의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도망을 치지만 크리스가 타고 달아난 차 트렁크에 은행에서 훔친 돈이 든 가방이 있었다. 게리는 크리스를 만나 돈을 빼앗기 위해 크리스와 루이스가 함께 사는 집으로 찾아갔다가 루이스를 인질로 잡아 크리스를 협박한다.
루이스를 살리기 위해 크리스는 계획을 세우려 하지만, 뇌를 다친 그는 이런 작은 계획 하나 세우는데도 애를 먹는다. 크리스는 이때 루이스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린다. 자신의 일상을 쓰는 에세이를 완성하지 못했다, 뭘 써야할지 모르겠다며 고민하던 크리스에게 루이스는 결말을 미리 생각해두고 과정을 만들어보라고 조언했었는데, 그 말을 떠올린 것이다.
크리스는 수첩에 루이스 구하기라고 쓰고, 루이스를 구해내는 결말을 정해놓은 다음, 뒤에서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일은 크리스의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다. 크리스는 당황하지만, 재치있게 위기를 극복하고 루이스를 구해낸다. 그리고 모든 범행을 경찰에 자백하지만, 경찰은 그가 뇌를 크게 다쳐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그의 말을 믿지 않고 그가 한 범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혼자서 저지를 수 있는 범행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크리스는 처벌 받지 않고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똑같은 잘못을 두번 다시 저지르지 않는 것 밖에는 없다.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자기 확신만 있다면 된다.
목표를 세우고, 이를 지킬 수 없게 되는 것은 행동력의 부재라기 보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 크리스처럼 어떤 일에 대한 결말을 먼저 생각해두게 되면 그 결말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고 조금 더 그 목표에 집중하게 된다. 그것을 사실로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한치의 의심도 숨어 있지 않다.
목표한 일을 꼭 이루고 싶은 당신이라면, 우선 그 목표를 이룬 지점에서부터 계획을 세워보자. 거꾸로 계획을 세워나간다면, 그 목표는 바뀔 수 없는 결과가 된다.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따위는 그 순간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당신이라면, 목표를 이루지 못할까봐 불안한 당신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만의 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끝이라고 생각하며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 다시 시작하고 싶은, 다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집에서 DVD로 감상했는데 무척 재미있게 봤다. 아무 생각 없이 보더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중간에 좀 늘어지는 것만 빼면. 뒤로 갈수록 전개가 빨라지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