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 얼마나 자주 하나요?
모든 이별은 크고 작은 후유증을 남긴다. 그 뒤로 나는 어떤 관계든 매사에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 곁에는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다. 그 곁에서 마음을 푹 놓아버릴까봐, 마음을 푹 놔버리곤 부지불식간에 상대가 괜찮지 않은 일들을 하게 될까봐 먼저 몸을 사리게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더 있다. 나 역시 '괜찮아'를 발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는 것. 상처를 주거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상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괜찮다고 말하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해 미묘한 위로가 되었다.
실행에 옮긴 적도 있다. 방법은 쉽다. 상대방이 잘못했을 때, 관대하게 말하면 된다.
괜찮아.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그렇게 횟수를 쌓아갈 때마다 미리 스스로의 감정을 추슬러둔다. 그러다 더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 딱 끊고 돌아선다. 상대의 어리둥절해하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통쾌하거나 시원할 줄 알았다. 아니었다. 입안이 시고 썼다.
-'우리가 녹는 온도'에서, 정이현
요즘 읽고 있는 책이다. 에세이와 소설이 함께 실려 있다. 한 편의 짧은 소설이 끝나면 한 편의 에세이가 따라붙는 형식이다. 우효의 신곡 '꿀차'를 들으며 위의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책을 읽다 보면 소리내어 읽고 싶은 문장을 만나게 된다. 글자가 아닌 말로 뱉는 순간, 더 깊숙하게 안에 들어오는 문장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문장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읽게 된다. 우효의 꿀차를 들으며 읽어보니 더 와닿는 것 같았다. 사랑은 달다. 사랑은 꿀처럼 달콤해서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 그 달콤함 때문에 눈물이 흐르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내 것이 아니게 된 달콤함 때문에. 괜찮지 않을 때는 괜찮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르니까.
상대방이 모르는 원망과 서운함이 쌓여 관계에는 틈이 생겨 벌어지고 그러다 어느 순간 더는 괜찮을 수 없게 될 때 그때 뒤돌아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관계는. 그런 것 같다. 그렇게 한순간에 끝나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진실하고 진실해야 한다. 매순간. 괜찮지 않은 순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