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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Feb 26. 2018

말레피센트

월트 디즈니의 동화 비틀기

말레피센트의 원작 동화인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는 공주의 탄생일에 초대를 받지 못해 화가 난 마녀가 저주를 걸어 물레방아의 바늘에 찔려 잠에 빠지게 되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그 마녀의 속사정을 그려냄으로 인해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말레피센트'의 이야기로 새롭게 만들어냈다. (월트디즈니의 원작 동화 각색 능력은 정말 뛰어난듯 하다.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로 흘러가긴 하지만 말이다.)


말레피센트는 원래 요정이었다. 요정들의 대장격이었던 그녀는 누구보다도 크고 커다란 날개를 가지고 있었으나 사랑했던 남자(인간)에게 날개를 잘리고 만다. 어렸을 때 말레피센트는 요정들의 보물을 훔쳐가려 한 한 고아 소년을 살려주었고 그 소년과 친구 사이가 된다. 그러다 점차 자라면서 둘 사이에는 사랑이 싹 튼다.
 
그러나 그 소년은 성인이 되면서 말레피센트를 더는 찾아오지 않게 되었고, 말레피센트는 자신이 사는 요정들의 땅을 지키는 수호자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왕이 요정들이 사는 땅을 정복하려고 군사를 이끌고 찾아온다. 말레피센트는 그들을 쫓아내고, 그 과정에서 왕은 치명상을 입는다. 성으로 돌아온 왕은 신하들 앞에서 말레피센트를 처치하는 이에게 자신의 딸과 혼인을 시키고 왕좌를 물려주겠다고 말한다.


영화 말레피센트 스틸컷

왕의 시중을 들며 성에서 살고 있던, 이제 어른이 된 소년은 왕이 되고 싶은 욕심에 말레피센트를 찾아간다. 몇 년만에 자신을 찾아온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말레피센트. 그는 말레피센트를 칼로 찔러 죽이려다 차마 하지 못하고, 말레피센트의 날개를 잘라간다. 말레피센트는 날개가 없어진 것을 보고 울부짖는다. 그리고 새가 인간들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할 뻔하자 인간으로 변신시켜 살려주고 새 디아발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대가로 말레피센트의 종이 되기로 맹세하고 말레피센트의 '날개'가 되어준다.
 
말레피센트는 새를 통해 소년이 자신의 날개를 잘라간 이유가 왕이 되고 싶어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운다. 둘 사이에서 아기가 태어나자 성으로 찾아가는 말레피센트. 요정들이 축복의 선물을 내려줄때 나타난 말레피센트는 공주에게 16살 생일에 물레방에 찔려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저주를 건다.
 
왕이 된 소년은 말레피센트에게 빌고, 말레피센트는 그가 간청하는 모습을 보며 '저주는 풀릴 수 있으나 진정한 사랑의 키스에 의해서만 풀릴 수 있다'고 말하며 사악한 웃음을 흘리며 사라진다.


왕은 축복의 선물을 내려주려고 온 세 명의 요정에게 공주를 16년하고 하루가 지났을 때 데리고 오라고 말하며 먼 곳으로 보낸다. 왕비는 공주가 떠난 후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왕은 초조함에 점차 마음이 어두워져 간다. 말레피센트는 요정들이 데리고 간 아기(공주)를 보며 밝은 마음을 되찾고, 아기를 보살펴주며 알게 모르게 구해주기도 한다.


아기가 자라 자신을 수호요정이라 칭하며 다가오자 말레피센트는 아기가 자신을 보고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고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공주에게 걸었던 저주를 풀려고 하지만 그 저주는 너무나 강력하여 풀리지 않는다.   


영화 말레피센트 스틸컷

커서 아리따운 모습의 소녀로 성장한 공주는 말레피센트와 함께 살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려고 세 요정들을 찾아간다. 그들을 이모로 알고 컸던 공주는 자신이 공주이며 나쁜 요정이 자신에게 저주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저주를 건 나쁜 요정이 말레피센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을 받고 성으로 돌아가는 공주.


영화 말레피센트 스틸컷

공주는 그곳에서 물레방아의 바늘에 찔리게 된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진다.
 
말레피센트는 공주에게 반한 남자를 찾아 '키스'를 하게 만들지만 공주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진정한 사랑을 믿지 않았던 말레피센트는 잠든 공주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내 마지막 남은 마음 한 조각을 가져갔구나. 네 아름다운 미소를 기억하겠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살아 있는 한 '그녀를 지켜주겠노라'  맹세한 후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한다.
 
공주는 말레피센트의 키스에 잠에서 깨어나게 되고 말레피센트의 날개를 찾아준다. 그리고 말레피센트는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왕을 죽이고 공주와 함께 자신의 숲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자신에게 반했던 남자(이웃나라 왕자)를 다시 만나게 되는 공주. 말레피센트는 공주로 인해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숲을 예전처럼 아름답게 가꾼다.


영화 말레피센트 스틸컷

말레피센트에는 안젤리나 졸리의 딸이 공주의 어린 시절 역할로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캐스팅된 이유는 뿔이 달린 분장을 한 말레피센트 역의 안젤리나 졸리를 보고 모든 아기들이 울음을 터뜨렸는데 안젤리나 졸리의 딸 '비비안'만 울음을 터뜨리지 않아 캐스팅됐다고 한다. 아무래도 엄마 얼굴이니까 분장을 했어도 무섭지 않았던 것이겠지?


진정한 사랑은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그것이 참된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백무산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시) '나도 그들처럼'이 생각났다.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동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숲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시계가 되기 전에는
 
이제 이들은 까닭없이 심오해졌습니다
그들의 말은 난해하여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내가 측량된 다음 삶은 터무니없이
난해해졌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엔
바람의 이웃이었습니다
내가 해석되기 전엔 물과 별의 동무였습니다
그들과 말 놓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소용돌이였습니다
 

그러고보니 말레피센트가 소년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소년이 쇠붙이가 닿으면 몸이 타버리는 말레피센트와 악수를 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유일한 재산이랄 수도 있는 반지를 멀리 던져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에 말레피센트가 마음을 열었던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것을 놓아버릴 수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들은 살면서 너무나 많은 계산을 한다. 하여 인간의 말조차 잊어버린 채로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순수하게 마음 하나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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