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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an 30. 2018

577 프로젝트

함께 길을 걷는다는 것

감독 이근우 

출연 하정우, 공효진, 김근현, 김성균, 이승하, 한성천, 강신철, 이지훈, 차현우, 박아인, 최희서, 하석, 이수인, 이상원, 이승준, 최진욱


하정우의 국토대장정, 그 여정을 담은 577 프로젝트는 하정우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20대 꽃다운 청춘들에게 국토대장정은 '로망'일지 모르겠으나, 하정우에게 국토대장정은 '공약'이었다.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어느 영화제의 수상식 소감으로 언급한 국토 대장정 길에 오른다.


 하정우는 자신과 함께 갈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름하여 577 프로젝트. 국토대장정은 영화로 만들어질 계획이었기 때문에, 국토대장정 길에 오르는 이들에게는 그들이 무사히 걸어온 시간만큼 출연료가 보장됐다. 그런 특성으로 인해 무명의 배우들이나 얼굴을 알리고 싶어하는 연예인들이 많이 지원을 했다. 일종의 오디션을 거쳐 인원이 정해졌고, 그 길엔 하정우와의 영화 작업으로 친밀해진 배우 '공효진'도 있었다. 하정우는 공효진을 설득해 국토 대장정 길에 오른다.  


영화는 국토 대장정을 하는 하정우를 중심으로 (그가 선두에 선다. 리더로) 그를 뒤따라가는 이들의 수많은 발걸음을 오롯이 기록한다.


하정우는 영화적 재미를 더하기 위해 국토 대장정을 하는 이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 이를 특별한 에피소드로 버무려 엮어낸다.

몇 명의 배우들과 짜고, 모두를 속이는 몰래 카메라를 기획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숨겨져 있어서, 관객들도 속게 된다. (몰래 카메라 보고 좀 울었는데,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꼈다) 이런 것이 편집의 묘미이기도 하겠지만. 하정우는 몰카임을 밝히며 몰카를 통해 고된 일정 속에서 작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 놓는다.


발에 물집이 다 잡히고, 터지는 고된 행군 속에서 577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은 악천후로 몸을 눕힐 수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숙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기도 했다.


영화 말미에서 하정우는 말쑥한 차림으로 나타나 577 프로젝트의 다음을 기약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가볍고 유쾌하게 흘러가는 영화이지만, 단순히 가볍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그 속엔 무명 배우들의 경제적 상황이나 어려움, 그들의 연기에 대한 열정 같은 것들이 녹아 들어 있기도 했다. 하정우는 '유명하지 않은 배우들'의 얼굴을, 그들의 꿈과 열정을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들의 면면을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국토 대장정을 무사히 마친 하정우에게, 국토대장정은 무엇을 남겼을까? 하정우가 국토 대장정을 무사히 마친 후 땅끝마을에서 남긴 내레이션이 이를 말해준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내 앞에 내 뒤에
나를 감싸고 걷는
우리가 있었다. (하정우)


이 말에 개인적으로 무척 감동을 받았다.국토를 무사히 한바퀴 돌았다는 사실은 국토 대장정에 있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본질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나를 감싸고 걷는 우리를 느끼는 것에 있는 것이다. 이 두 줄의 내레이션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했다. 이 깨달음을 얻었던, 그의 국토 대장정은 그래서 그의 인생에도 꽤 획기적인 사건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 여정들을 따라가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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