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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Apr 28. 2018

그것만이 내 세상

가족이라는 세상

그것만이 내 세상, 들국화의 노래 제목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 이 노래가 두 번 정도 나온다.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이병헌이 윤여정과 와인을 마시다가  춤을 추자고 하자 추는 춤이었다. 이 영화 개봉 당시 메이킹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이 춤 추는 장면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었다는 (이병헌의 제안으로?) 뭐 그런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이 영화 속에서는 모든 배우가 주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연기 잘하는 배우들만 모아놓은 영화라 그렇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보면서 조금 울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각자의 사연이, 이야기가, 그 마음이 이해가 되어서 누구도 미워할 수 없었다.



조하(이병헌)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어머니와 어릴 때 헤어졌다. 감방을 들락날락 하는 아버지 덕에 고아처럼 자랐고 그 분노를 복싱을 하면서 풀었던 것 같다. 조하의 어머니 인숙(윤여정)은 남편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죽으려고 집을 나갔다. 그래서 아들을 데리고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죽으려고 했는데, 죽지 못했다. 누군가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죽으려던 그녀를 막았기 때문이다. 그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진태(박정민)인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혼자였다. 아마도 아픈 아이를 낳아서 남편과 헤어졌을 수도 있고, 두 번째 남편도 그닥 좋은 사람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 사연은 영화에서 구구절절 나오지 않는다.

의지할 곳 없는 그녀에게 있어 아픈 아들은 아픈 손가락이었을 것이기도 했지만 전부였을 것이다. 진태에게 의지해 살았던 것 같다. 조하는 그런 어머니에게 두 번 버림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진태 밖에 모르는 어머니가 원망스럽다.


자폐증이 있는 진태는 피아노 밖에 모른다. 악보도 볼 줄 모르지만 그냥 듣고 연주할 수 있는 천재성을 타고났다. 서번트 증후군이었을 것이다. 진태는 사람과의 소통에는 서투른 대신에 피아노로, 음악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 감정 같은 것을 표현했던 것 같다. 진태에게 음악은, 피아노 연주는 '언어'로 기능했던 것 같다.

그것을 영화 속에서는 아픈 엄마가 결국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서 사라진 진태가 피아노 앞에 앉아 엄마가 자주 듣던 '그것만이 내 세상'을 연주하는 장면을 보면서 알 수 있다. 진태는 엄마가 슬플 때 그 노래를 듣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언젠가 조하 때문에 속이 상한 그녀가 그 노래를 듣고 있자 노래를 끄려고 했다. 그러자 진태의 엄마는 '기분 좋을 때도 듣는다'라고 말한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연주하는 진태의 표정은 슬퍼 보이지 않았다. 진태는 엄마가 기분 좋을 때도 듣는다는 말을 떠올리며 연주를 했을 것이다. 엄마가 어디선가 듣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연주했을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진태의 표정은 밝았지만 그 속에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복싱을 하다 꿈이 좌절된 조하는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들어간 엄마의 집에서 아버지가 다른 동생을 만나고 또다른 세상을 만난다.  또 피아노 밖에 몰랐던 진태는 조하를 만나며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진태 밖에 몰랐던 엄마는 조하를 만나며 조하의 아픔을 헤아리게 된다. 이들이 만난 다른 세상은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나지는 세상이었다.

뭉클한 가족 영화이지만 적절한 유머가 섞여 있어 재미있게 봤다. 어떻게 보면 예상 가능한 전개로 평이하게 흘러가는 영화 (진부하다면 진부하고 뻔하다면 뻔할 수도 있지만)이지만 전혀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 감동이 있는 가족 영화였다.


조하야, 내 다시 태어나면 니만 챙길게.
니하고만 살끼다. 내 몬 해준 거 다 해줄게.
미안하다. (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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