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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Nov 26. 2018

한 번쯤, 남겨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오늘

누구나 누군가와 만나고 또 헤어짐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 책은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고 그 사람이 떠나버린 세상에 남겨진 사람이 상실의 슬픔에 대해, 그 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박일문 작가의 소설이었는데 사촌언니의 방 책장에 이 책이 꽂혀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사촌언니에게 빌려서 읽었다. 꽤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책을 덮을 때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이 왜 슬플 수밖에 없는지도.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도 떠올랐다.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은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의 상실감과 슬픔은 그래도 내가 계속 살아가야 하는 것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그의 기억들을 안고 그가 없는 남은 삶을 그래도 꿋꿋이 걸어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고 또한 공감 가는 부분들도 많았던 것 같다.

타인의 아픔에 대해 섣불리 말할 수 없는 건 내가 아파봤기 때문이다. 또 그 아픔을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그의 아픔과 감정에 누가 될까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고 침묵의 순간들을 선택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이 역시 나의 섣부른 위로가 오히려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을 만났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책을 쓰다듬었다. 저자의 마음을 만지듯 누군가 아파하는 사람의 등을 어루만지는 듯이. 그렇게 한참을 나도 모르게 쓰다듬게 됐던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그건 아마도 이 책 속에 담긴 작가의 진심이, 그 따뜻한 위로가 내게 전달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던 시간은 내게 고마운 시간이었다. 위로 받을 수 있었고 공감할 수 있었기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인지를 알고 해야 할 바를 열심히 함으로써 홀로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는 미고 옥수수를 보면서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주변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 것인지를 배웁니다.”


시골에서 농사 지은 옥수수를 소개하며 친한 선배가 보내온 문자. 유독 가뭄이 심했던 그해에 물도 제대로 주지 않은 옥수수가 그래도 힘을 내 열매를 맺었다며 미안하고 고마워서 ‘미고 옥수수’라 이름 지었다는 문자. 무심한 듯한 이 문자가, 열심히 힘을 내 열매를 맺었다는 옥수수가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큰 위로를 주었다.


(188쪽. 한 번쯤 , 남겨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_안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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