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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Jun 14. 2019

소공녀

집을 찾아 떠나는 여행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기에도 빠듯한 인생

큰 걸 바라는 것도 아닌데 좋아하는 위스키 마시고 담배 피고. 좋아하는 사람 얼굴 보고 시간 보내고. 그런데도 그것만 하고 살기에도 힘든 사람의 이야기였다. 소확행도 누군가에게는 사치일 수 있고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인데 다르다고 규정하고 내치고. 이 방황은 과연 집이 없어서만일까.


난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야.


집을 갖는 것을 거부하고 자발적 홈리스가 된 미소는 이것을 여행이라 규정한다. 그녀는  집세를 올리겠다는 집주인의 말에 집을 뺀다. 머물 곳이 필요했던 그녀는 과거 밴드 생활을 할 때 만났던 멤버들을 만나러 간다. 잠잘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 한솔은 웹툰 작가가 꿈이다. 틈틈이 웹툰을 그리며 공장에 다닌다. 그는 번번이 공모전에서 떨어진다. 그런 그를  그녀는 응원하고 격려한다. 그녀는 헌혈을 해서 받은 영화 예매권으로 그와 데이트를 한다. 잠잘 곳이 필요해 찾아간 밴드 보컬이었던 김록이는 노총각이다. 김록이의 부모는 그녀가 흡연자에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것이 내심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며느리를 볼 욕심에 유난히 반긴다.

김록이는 그녀에게 자신에게 시집을 오라고 말한다. 그녀가 남자친구가 있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자 남자친구와는 연애하고 나와는 결혼을 하자며 너와 나에게 필요한 건 안정이 아니겠느냐 말한다.


오빠, 나 떠돌아 다닌다고
너무 막말하는 거 아냐?
내가 무슨 물건이야?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그런 김록이에게 그녀는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라는 말로 응수한다. 그녀는 김록이의 집을 탈출하듯 빠져나오면서도 다정한 인사를 남긴다.

잘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세요.


그녀의 남자친구는 웹툰 작가의 꿈을 포기하고 미소와 함께 살 집을 마련할 돈을 모으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원해 떠난다. 그녀가 안식처라 말했던 남자친구가 떠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위스키와 담배가 있는 생활을 지속한다. 그녀는 흰머리카락을 지니고 있다. 약을 먹지 않으면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는 것이다. 영화 말미에 드러난 것은 완전히 하얗게 변한 그녀의 머리카락이다.



여전히 그녀는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안정적인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안정을 추구하는 삶이 꼭 제대로 살고 있다는 것일까? 남들처럼 결혼을 하고 집을 가지고 아이를 낳는 삶.

그녀는 그것을 스스로 버리는 삶을 선택했다. 번듯한 집은 대용의 말처럼 누군가에게는 감옥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과시하는 삶 그 자체일 수 있다. 그녀는 텐트에서 살며 그것들과 멀어지는 삶을 선택했다. 단지 필요한 것은 위스키와 담배. 그것 뿐이다. 그 어디에도 그녀가 머물 공간은 없었다. 머무르고 싶은 집, 그 집 속의 사람을 찾아다녔지만 그녀는 찾지 못한 거 같다. 도시의 집과 그 속의 사람, 삶은, 풍경은 때때로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다.


나의 집이란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다.
-로이스 맥마스터 부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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