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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Sep 09. 2019

목소리의 형태

귀가 닫힌 사람과 귀를 닫은 사람의 이야기

들으려고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타인의 마음


정말 귀가 먼 사람은 누구였던 걸까? 초등학교 6학년 때 전학을 온 여자아이와 그 아이를 괴롭힌 남자아이 중에서.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표현 수단이 글과 손짓 밖에 없는 소리를 잃은 여자아이의 세계를 소리가 있는 세상에서 사는 남자아이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KBS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에 청각 장애를 갖고 있는 부부가 나왔다. 부부에게는 이제 세상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아들이 있었다. 소리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젊은 아빠는 아들에게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했다.


풀벌레 우는 소리, 소가 우는 소리. 세상의 소리들을 녹음해 아들에게 들려준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의 이름을 말하며 사랑해라고 말해달라고 해서 그 목소리를 녹음해 들려주기도 한다. 직접 말해줄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서 수백번 말해주고 들려주고 싶었던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 속의 소년은 소녀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몰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소녀의 소리 없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었던 탓일 것이다.


그러다 소녀와 같은 입장에 놓이게 되자 소녀가 느꼈던 아픔을 또렷이 느끼고 소녀의 기분을 볼 수 있게 된다.


닫혀 있던 귀가 열리자 그는 과거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소녀에게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면서 자신이 괴롭혔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되는 과정이 감동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담겨 있는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저지른 죄는 그대로 내게 돌아온다.
나는 그 죄를 짊어지고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시다 쇼야의 말, ‘목소리의 형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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