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나타났다 04

의뢰

by 기록 생활자

7. 상식


그녀가 내게 잔잔한 꽃무늬가 화려하게 수놓아진 손수건을 내밀었다. 사양하려 했지만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니 얼른 수습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녀가 건네준 손수건으로 바지를 대충 닦고 그녀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순간 그녀의 양미간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아차 싶었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손사래를 쳤다.


“아뇨, 돌려주지 않으셔도 돼요.”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젖은 수건을 세탁도 하지 않고 그냥 돌려주려 했으니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었다.


“그것보단 얘기를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데…혹시 제가 무리한 부탁을 한 건가요?“


“그…그럴리가요.”


“이건 보통의 아빠 대행과는 성격이 좀 달라서 제 제안을 쉽게 수락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딸 아이는 아빠의 사랑을 전혀 못 느끼며 자랐어요. 그래서 그쪽이 다정하게 대하면 대할수록 아이는 아빠를 찾게 될 거고, 의지하려 할 수도 있어요. 그럼 그쪽도 조금은 곤란하겠죠? 아, 곤란한 건 어쩌면 나뿐인가?“


그녀는 혼잣말처럼 덧붙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렸다. 묘한 웃음이었다. 나로선 아이가 아빠를 찾으면 찾을수록 돈을 벌게 될테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거라는 계산이 깔린듯 했다. 그녀는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타입인 것 같았다.


“사실 전 남자친구가 있어요. 딸아인 아직 몰라요. 언젠가기회를 봐서 때가 무르익으면 말할 생각이고요.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아빠를 찾아서 조금 난처한 상황이예요. 그래서 이렇게 그쪽을 만나 이런 부탁까지 하게 된 거고…사실 부탁은 아니죠. 아무튼 일이라고는 해도 쉽게 응하기 어려운 부탁이긴 하겠죠. 혹시, 미혼이신가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목이 마른지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네.”


내 대답에 그녀는 살짝 놀란듯 동공이 커졌지만 차분하게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말을 이어갔다.


“역시 그렇군요. 나이가 드니까 어쩐지 구분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결혼 안 하신 분들은 티가 나더군요.”


“그런가요? 어떤 부분에서 그런지 여쭤봐도…?”


“음, 뭐랄까 분위기라고 해야 하나? 뭔가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아요. 생활의 냄새랄까? 그런 게 묻어 있지 않은듯한. 딱히 뭐라고 설명하긴 힘들지만…뭔가 풍기는 냄새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냥 직관인 것 같아요. 말로 설명하긴 힘드네요.“


“네…”


“혹시 기분 상하신 건 아니죠?”


“그럴리가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왠지 쓸쓸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아직 미혼이신 분께 이런 걸 부탁 드려 죄송하지만…하실 수 있는 거죠?”


아빠가 되어달라는 거였지만 실상은 소녀에게 아삐를 빼앗는 일이었다.


“네,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일이니까요.“


하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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