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라도 냉동고에 넣으면 얼마든지 다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이 된다고 말할 줄 알았던 현명한 나의 친구, 복자에게.
복자에게, 237쪽 _김금희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상처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느꼈다. 관계의 균열은 언제나 나도 모르는 순간에 일어나고 불시에 어떤 관계가 단절되기도 한다.
아주 가깝게 지냈던 친구 사이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멀어지고, 또 많은 시간이 흘러 어떤 사건을 통해 회복되는 과정이 그려져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이 소설은 제주의 한 의료원에서 일어난 산재 사건과 그 소송을 모티프로 한 것이라고 한다.
삶에서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맞닥뜨린 복자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꿋꿋하게 걸으며 그 시간들을 뚫고 삶을 향해 나아간다. 뜨거운 태양에 흘러내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아이스크림이라도 다시 냉동고에 넣어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복자. 복자는 그런 사람이었다.
삶에 어떤 불행이 닥치더라도 그 시간을 견디며 살아내는. 지금의 불행 때문에 앞으로 있을지 모를 삶의 행복마저 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 기꺼이 살아내려 애쓰고 살아내는 사람. 왠지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같은 사람. 그래서 허구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지만 기꺼이 힘껏 응원하게 되는 사람.
복자와 이영초롱의 삶을 향한 강인한 발걸음을 따라 가는 시간은 내게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았다. 이영초롱과 복자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