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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Mar 07. 2024

크보 유감

1인 가구와 채팅창

얼마전 크보에서 야구 중계권을 티빙에 팔았다. KBO 리그 경기 중계권을 티빙에서 사들였고 이제 모바일에서 야구를 보려면 월 5,500원의 이용료를 내야 가능하게 되었다.


“TV로 보면 되지”라는 말에 일부 야구 팬들은 “틀(틀딱도 길다고 이제는 ‘틀’이라 부른다)이나 TV로 보는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올해 4월부터 (4월은 무료로 시청 가능하다)모바일 유료 중계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야구 팬덤이 들썩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Photo by Kendall Scott on Unsplash

인기 유튜버 침착맨은 자신의 라이브 방송에서 “방송을 켜놓으면 시작하기 전에 시청자들끼리 미리 들어와서 얘기하고 논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라디오처럼 듣는 이들도 많다고 했고 실제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데이터 분석 전문가 송길영 작가는 침착맨의 라이브 방송에서 침착맨 방송 분석 키워드 중 ‘설거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침착맨의 방송을 설거지를 하면서 라디오처럼 듣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침착맨의 방송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과 다양한 팬덤을 구축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마리텔, 무한 도전 등 드물게 방송 활동 등도 병행하면서 본인을 알렸기에 폭넓은 팬 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콘텐츠 시장이 수혜를 입는 동안 야구 응원 문화도 한동안 채팅창으로 옮겨 갔었다. 야구 팬들이 코로나로 인해 야구장에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바일로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이 활성화되고 네이버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다양한 스포츠 관련 이모티콘으로 응원의 마음을 보내며 스포츠를 즐겨 봤던 팬들이 많았기에 그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 아닐까 싶다.


야구는 경기 시간이 길기에 접근이 용이한 스포츠는 아니다. 오래전 야구 팬인 가부장들은 야구를 보려면 TV 리모컨을 놓고 아내나 자식과 싸워 스포츠 시청 시간을 쟁취해야만 했다. 이런 내용은 인기 드라마 응팔 시리즈에도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고 이제는 누구나 모바일로 쉽게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있고, 야구장에서도 네이버 모바일 스포츠 중계 채팅창에 들어와 응원을 했던 팬들도 있을 정도로 모바일로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야구장에서는  불가능했던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낯선 야구 팬을 만나도 야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나 털어놓고 소통하는 재미가 있었기에 모바일 야구 중계 유료화에 더욱 아쉬워하는 것이 아닐까?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이유로 쉽게 가까워지고 낯익은 닉네임이 보이면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며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혼자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며 같이 있는 기분을 그 모바일 스포츠 중계 채팅창에서 느꼈던 거 아닐까 싶다. 포털 사이트 드라마 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이 많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TV로 야구 중계를 볼 수 있음에도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 모바일 야구 스포츠 중계 유료화 결정은 구단에 큰 도움이 될까?


유료화가 되며 모바일 야구 중계 시청 진입 장벽이 높아져서 새로운 팬은 유입되기 어려워졌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익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보여진다. 이것이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항저우 아시안 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한국 야구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덩달아 한국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나 했는데, 이에 역행하는 크보의 결정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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