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끝, 연해주의 중심에서

2019년 9월 10일(2일째)-연해주박물관, 혁명 광장, 잠수함박물관

by 오스칼

여행의 설렘을 안고 다소 늦은 아침이 될 때까지 우리 둘은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누군가 문을 타닥 두드려서 황급히 핸드폰 시간을 보니 오전 10시 30분이었다. 벌떡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가보니 게스트하우스 관계자가 이민국에서 확인할 숙소 증명서를 주려고 한 것이다. 러시아어는커녕 영어도 능숙하지 못한 나는 일단 받고 이게 뭔지 천천히 해석을 해서 알아냈다. 좁은 창문을 바라보니 이미 밖은 화창했다. 사실 아침 6시가 조금 지나서 일어났었다. 전날 푹 잤는지 말끔하고 개운했지만 일어나기 싫어 뒤적뒤적하다가 선잠을 든 것이다. 자기 전에 더워서 침대 머리맡에 있는 작은 선풍기를 틀고 잤는데 탈탈 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웠지만 덕분에 더운 것도 모르고 꿀잠을 잤다. 완전히 일어난 김에 아이도 깨우고 서둘러 아침 먹으러 나갈 준비를 했다. 그전에 화장실이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화장실 간다고 아이한테 말하고 문을 닫고 나갔는데 돌아오니 아이가 울상이 되어 나를 나무랐다. 너무 오래 있다 왔다고 아빠 기다렸다고 말이다. 아빠는 똥 대장이라고 한다. 본인도 오줌이 마려운데 아빠가 늦게 오니 계속 오래 참기가 힘들었나 보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가져온 오줌통에 싸게 하니 거의 가득 차게 쌌다. 정말이지 너무 미안했다.


팬케이크와 어색한 손짓

둘 다 세수만 한 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아르바트 거리는 사람들도 여유를 즐기고 있었고 상쾌한 바닷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평일 아침이 주는 편안함이었다. 흐리다고 했는데 구름만 조금 있는 날씨여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해 어제보다 걷기 좋은 날씨였다. 아이가 팬케이크를 먹고 싶다 해서 거리에 있는 유명한 가게로 갔다. 이미 자리가 만석이었지만 조금 기다리자 바로 자리가 났다. 견과류가 들어간 팬케이크와 게살과 채소가 들어간 팬케이크, 햄이 들어간 팬케이크 총 3개와 마실 것으로 나는 카페라테, 아이는 오렌지주스를 마시고 싶었지만 팔지 않아 체리주스를 주문했다. 맛있게 쓱쓱 먹고 난 후 다시 숙소에 와서 양치를 하러 나갔다. 숙소가 거리에 있으니 오고 가기가 편했다. 그런데 양치하러 갔을 때 수도 고장 났다고 숙소 화장실에 물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별 수 없이 리셉션 건물로 가서 양치했다. 직원들이 사는 곳 같았는데 무사히 양치를 끝내고 오늘 중으로 고쳐지냐고 물으니 아닐 거라고 했다. 이따가 샤워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걱정은 돌아와서 하기로 했다.


연해주 박물관 관람

걱정을 뒤로하고 먼저 연해주 박물관으로 가서 구경하기로 했다. 어른 400루블, 아이 200루블인데 나중에 찾아보니 나이가 어려서 안내도 될 걸 괜히 냈다. 그래도 발해 유적이 전시되고 있어서 그 관람에 의의를 두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왕국인 발해가 이 지역을 호령했던 나라이기에 1층에 발해 유적이 꽤 있었다. 아이 요금은 발해 유적 발굴을 위한 감사로 스스로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 아이는 예전 여행 다닐 때와 다르게 각종 유물을 신기해하며 나에게 설명도 하고 즐겁게 구경한 후 잠수함 박물관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아이가 물이 마시고 싶었는데 나의 실수로 어제 산 탄산수가 문제였다. 탄산을 뺀다고 뺐는데 미미하게 있는걸 아이가 싫어서 못 먹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아이는 짜증 한 번 안 내고 "으~ 못 마시겠다." 하며 웃었다. 계속 물도 못 마시고 잠수함 박물관 가는 길에 보이는 가게에서 사자고 하면서 걸었는데 발견하지 못하고 비둘기가 많았던 혁명 광장을 지나 결국 물은 사지 못한 채로 잠수함 박물관까지 걸어왔다.


잠수함 박물관 관람

잠수함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맹활약한 S-56 잠수함으로 러시아 해군의 제2차 세계 대전 참전 기념비와 영원의 불이 있었다. 활용되었던 잠수함을 그대로 전시한 거라 크기는 다소 작아도 아이가 즐기기에 충분했다. 이때 아이는 요금이 무료인걸 알았다. 어제 기차표를 끊으라 해서 아까 갔던 박물관에서도 아이 입장권을 발권해야 하는 줄 알고 알아서 표를 샀는데 여기서는 7세라고 명확히 표시되었던 것이다. 공짜로 구경하는데 아이가 정말 좋아했다. 그 당시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내부는 동심의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나오는 길에 기념품샵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가판대가 작게 있어서 구경하다가 아이가 자석이 달린 보틀쉽 작은걸 사고 싶다 해서 샀다. 잠수함 구경을 하고 나왔는데 푸니쿨라를 또 타고 싶대서 가는 길에 육군박물관을 찍고 가기로 했다.

혁명 광장


S-56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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