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새로운 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던 우리는 2번이나 먹은 호텔 옆 카페테리아 말고 새로운 식당을 찾았다. 근처 검색을 해서 식사가 되는 곳을 찾아갔는데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이 인상적이 있던 그곳에서 영국식 아침 정식과 에그 베네딕트를 주문해 먹었다. 꽤 성공적인 선택으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먹으면 고혈압으로 쓰러질 것 같았다. 여행 중이라 열량 소비가 많으니 괜찮겠지만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만한 양이었다. 짧지만 정들었던 런던의 좁디좁은 호텔을 체크 아웃한 후 지하철을 타고 런던 리버풀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그곳에서 우리의 발이 되어준 오이스터 카드를 환불하고 기차를 타러 갔다. 이날도 새벽 5시에 일어났던 아이는 일찍 낮잠에 들었다. 잠든 아이를 태운 기차는 1시간 정도 걸려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크기는 베트남 하노이 공항보다 컸는데 검색을 매우 꼼꼼히 했다. 아마 런던이나 유럽에서 테러가 종종 일어나니 공공장소에서는 검문검색이 심한가 보다. 그래도 중국보다는 덜 했다. 중국은 모든 지하철, 박물관 등 갈 때마다 짐 검사를 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검색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미리 철저히 대비해 갔기에 금방 검사가 끝났다. 공항에서 아이는 작은 장난감을 3개나 샀다. 이렇게 같이 다니는 것만으로도 애쓰고 있어서 비싸지 않은 장난감으로 달래며 여행을 다닌 것 같다. 점심은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아시아 푸드 체인점을 갔다. 아직 여행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숙소 근처에 있던 아시아 푸드 체인점을 매일 지나가며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아니면 기대감이 없던 영국 음식들을 먹어야 했기에 가기로 결정했다. 초밥 도시락, 라면 등을 사서 먹었는데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보다 맛은 떨어지지만 아쉬운 대로 맛있게 다들 먹었다.
사지 않고 사진만 찍는다
오후 1시 40분에 비행기는 런던을 출발했고 타자마자 나는 잠에 곯아떨어지고 3시에 더블린에 도착해서 깼다. 오늘은 아일랜드 더블린을 여행하는 날이다. 1박만 하는 짧은 일정이라 서둘러 다녀야 했다. 공항 입국 수속을 밟는데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왜 왔냐 얼마나 묵을 거냐 등 우린 유럽 여행 중이라 했고 아쉽지만 내일 떠나는 여행이라고 했다. 공항 도착했을 때는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는 비가 그치고 날도 춥지 않았다. 바로 트리니티 대학의 도서관 롱 룸에 가기 위해 서둘러 택시를 타고 갔다. 비용은 비싸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때론 선택을 할 줄 알아야 했다. 택시를 타고 가면 또 장점이 있는데 기사님에게 궁금한 것을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는 거였다. 나보다는 아내가 훨씬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내가 궁금한 것을 아내에게 물어봐서 기사님의 대답을 들었다. 대개 그 나라에 정말 오고 싶었다, 이런 것들이 유명하다, 이게 궁금한데 맞냐 하는 것들인데 낯선 외국인의 질문에 대해 대체적으로 다들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현지인이 알지 못하는 소소한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면 공항에서 10분 정도 가니 더블린 시내가 보였는데 그곳 땅 값이 비싸서 돈 있는 사람들이 산다는 뭐 그런 이야기도 들었다.
자신이 산 장난감과 함께
시내를 지나니 금방 대학에 도착해서 바로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캐리어를 가지고 다녔기에 입구에 잠시 맡기고 들어갔다. 트리니티 대학은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1592년 엘리자베스 1세가 더블린에 기증한 대학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도서관 이외에도 굉장히 유서 깊은 건물들이 많았다. 이 대학 출신자로는 문학가들이 많은데 조너선 스위프트, 윌리엄 예이츠 등이 있다. 영화 스타워즈의 제다이 사원 도서관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는데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고풍스러움과 오랜 역사가 있음이 한눈에 보였다. 북 오브 켈스는 9세기 초 스코틀랜드의 수도승들이 복음 전달을 위해 만든 성서 필사본인데 이것이 보관된 도서관 일명 롱 룸(The Long Room)은 1732년부터 1751년에 걸쳐 건설된 도서관이라고 한다. 컴컴한 실내를 비추는 작은 조명 불 빛에 의지해 장엄한 도서관을 계속 바라보았다. 이 많은 책들 중에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마 없을 테지만 지식을 탐구하고 축적해 온 이 곳에 대한 존경심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할 게 없어서 심심한 모습
도서관을 나와 시간을 보니 다소 시간이 남아서 근처 기네스 스토어에 가자는 아내의 제안에 따라 택시를 바로 잡아서 갔다. 작은 동네라서 금방 도착하고 입장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겨울철이다 보니 관광객이 많지 않아 어딜 가도 그렇게 붐비지 않고 바로 입장이 가능한 것이 비성수기 여행의 매력이다. 기네스 양조장 스토어는 성인 둘이 5만 원 정도 하는 입장료를 내야 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흑맥주이면서 기네스북을 만드는 그 기네스를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아깝지 않았다. 기네스는 흑맥주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데 만든 사람이 아서 기네스라서 그 이름을 딴 맥주 회사이자 브랜드이다. 들어가니 기네스 맥주에 대한 설명, 보리가 맥주가 되는 과정을 잘 설명해 놓았고 직접 전문가가 내려서 시음해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우리들이 직접 기네스 맥주를 내려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맥주를 내리면 인증서도 하나씩 만들어 주었다. 자신이 내린 맥주는 마시면서 즐길 수 있었는데 맨 윗 층 바에 가서 즐기려고 했더니 앉을자리도 없고 음악이 시끄럽게 나오고 있어 아이가 힘들 것 같아 내려와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잠시 휴식을 즐겼다. 가방에는 어떻게 있었는지 작은 과자도 하나 있어서 까먹으며 갓 짜낸 흑맥주를 맛보았다. 맥주를 마시는데 아이가 계속 자신도 마시고 싶다고 응석을 부려 살짝 입에만 대보게 했는데 바로 뱉으면서 이걸 왜 마시냐고 뭐라고 했다. 숙소까지는 멀지 않아서 걸어가기로 했다. 한 손은 캐리어를 한 손은 아이 손을 잡고 아내와 함께 걸어가는데 우리 둘 다 알딸딸한 취기를 가지고 어두운 더블린 시내를 가로질러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 방에 도착하자 런던과는 다른 풍경에 다들 입이 딱 벌어졌다. 아이도 놀라며 너무 넓다며 좋아했다. 하긴 그 좁은 고시원 같은 방에서 침대 2개에 욕실도 제대로 있는 방으로 왔으니 그럴 법도 했다. 저녁을 먹어야 해서 바로 근처 스테이크 레스토랑으로 가기 위해 짐만 놓고 나왔는데 이미 자리가 꽉 차서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예약을 해놓고 와서 다들 샤워한 후 빨랫감이 워낙 많아 욕조에 불려 놓고 나왔다. 커다란 티본스테이크로 맛있는 식사를 한 후 숙소로 돌아와 욕조에 담겨 있는 빨래들을 혼자 하기 시작했다. 빨랫감을 욕조에 담그고 나온 것은 나의 큰 실수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다음 목적지였던 파리와 로마 숙소 모두 호텔이 아니고 숙박 공유로 예약한 일반 집이지만 세탁기가 없어서 미리 손빨래로 하려 한 거였다. 물론 코인 빨래방을 이용하면 되는 거였고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그렇게 했겠지만 이때까지 한 번도 코인 빨래방을 이용해 본 적이 없어서 망설여지기도 했고 비용을 아끼고 싶다는 생각에 내가 손빨래를 하겠다고 한 건데 오밤중까지 후드 집업, 바지까지 밟고 헹구고 짜기를 반복하니 손마디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잘 말려야 해서 선풍기를 틀고 자도 새벽 5시에 일어나 확인해도 안 말라 나중에는 드라이기까지 썼지만 마르지 않아 꽤 고생을 했었다. 나중에 파리 숙소 가까운 빨래방에서 그 빨래들을 다시 빨아 깨끗이 건조까지 시켰다. 아내와 아이는 방이 바뀌어서 그런가 엄청 꿀잠을 자고 있었다. 아이는 잘 알지도 못하는데 따라다니느라 고생이고 아내는 매일 길 찾기 하느라 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