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by 오스칼

수요일 착공 전에 우리가 집 지을 곳 주변에 대해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공사가 시작되면 아무래도 먼지도 많이 나고 시끄럽고 트럭이나 공사 장비 차량이 오가기 때문에 불편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단기간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3~4달이 걸리는 공사라서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것이기에 그전에 인사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간단한 선물과 작은 손편지를 써서 공사하는 주변의 일곱 집을 방문해서 사전 양해를 구하기로 했다. 월요일이 개천절 대체공휴일이어서 화창한 월요일, 푸른 하늘 가득한 햇살을 받으며 우리가 앞으로 살게 될 마을에 도착했다. 나와 아내도 아이도 오래간만에 깔끔하게 차려 입고 첫인사라는 생각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차에서 내렸다.


선물은 작게 쿠키상자와 손편지로 갈음했다. 아이는 조막만 한 손으로 열심히 쿠키 상자 손잡이를 만들고 내가 쓴 편지를 위에 붙였다. 편지 내용은 그리 길지 않지만 손으로 써서 마음을 잘 전달하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이번에 집을 지어 이사 올 예정인 OO이네입니다.

가족은 할머니, 엄마, 아빠, 아이입니다.

공사 중에 많이 시끄럽고 불편하시겠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루빨리 튼튼하고 멋진 집을 짓고 좋은 이웃으로 만나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몇 줄에 모든 마음을 담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공사가 무사히 시작하고 잘 끝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먼저 도로 맞은편에 있는 집에 인사드리기로 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연세가 있으신 아주머니께서 나오셔서 맞아주셨다. 남편분과는 경계복원측량 할 때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아주머니는 처음 뵈었다. 공사 기간과 소음, 먼지에 대해 죄송하고 양해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전했다. 그리고 두 번째 집을 방문하려고 차에 가서 선물과 편지를 가져오려고 했는데 이미 아이가 차에서 선물을 꺼내어 오고 있었다. 미리 알아서 척척 해주는 아이가 고맙고 신기했다. 왼쪽에 있는 집은 굉장히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좋은 이웃으로 어서 봤으면 좋겠다고 덕담도 해주셨다. 편안하게 말씀해주시는 것이 감사했다. 그리고 세 번째 집은 오른쪽에 있는 옆 집인데 거기는 아이 또래의 자녀가 있는지 아이 나이도 물어보면서 반갑게 이야기해주셨다. 공사할 앞 집에는 대각선에 한 집, 바로 앞에 한 집해서 두 집이 있었는데 다들 안 계셔서 선물과 편지만 놓고 왔다. 그리고 도로 진입할 때 있는 옆 집의 건너편 집에도 인사를 하러 갔는데 집에 안 계셔서 여기도 선물과 편지만 놓고 왔다. 내년 한겨울이겠지만 그때 이사를 오면 좋은 이웃으로 다시 인사하면서 만나뵙길 기대하면서 마쳤다.


10월 6일 수요일, 드디어 착공이 시작되었다. 이날은 가볼 수가 없어서 설계사와 시공 대표에게도 말씀을 드려 못 가서 아쉽다는 뜻을 전했다. 오전에 여유가 있으면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니 깨끗하게 밀려난 땅이 보였다. 월요일에 집 주변 인사하러 다녔을 때만 해도 각종 풀이 무성했는데 반듯하게 정리된 땅을 보니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하는 느낌이 실감 났다. 바삐 하루가 지나고 오후 6시가 다 되는 퇴근길에 설계사에게 전화를 하니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말이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공사 시간이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 정도 될 거라고 해서 당연히 끝났겠지 생각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려 전화했는데 앞으로 한 시간 정도는 더 한다고 해서 급히 공사 현장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터파기 중


각종 관 인입 작업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집으로 가는 도로는 막혀서 풀릴 기미가 안보였다. 보나 마나 앞에 사고가 나서 밀리는 것이었다. 내가 사는 도시에 들어와서는 공사 현장이 다른 쪽이기 때문에 방향을 틀어서 가는데 퇴근 시간에 겹쳐서 그런지 엄청난 교통체증이 기다리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자동차들의 빨간색 불빛만이 내 시야를 채우고 있었다. 겨우 오후 6시 30분이 지나서 도착했는데 이미 주위는 깜깜해졌다. 10월이 되기 해가 부쩍 짧아진 느낌이 들었다. 공사 현장에 가보니 먼저 거대한 레미콘과 포클레인이 보였고 설계사, 시공 대표와 함께 7~8명의 인력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반갑게 설계사와 인사를 하고 다들 마실 것이 필요할 듯해서 근처 슈퍼에 가서 시원한 음료를 사서 나눠드렸다. 시공 대표도 현장 지휘 중이라 인사하고 설계사에게 설명을 들었다.


버림 콘크리트 작업


이날 작업은 먼저 터파기라고 해서 깨끗하게 토지 면적을 만들고 땅을 파서 상하수도관과 오폐수관, 통신관을 설치했다. 그리고 잡석을 넣고 땅을 다지고 방수포를 깐 다음 버림 콘크리트 작업을 했다고 했다. 사진으로 낮에 한 작업을 보니 땅을 파고 파이프를 설치하고 다시 덮고 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오전 7시부터 해서 오후 7시까지 했으니 10시간이 넘는 작업을 한 것이다. 본래 이틀에 나뉘어할 작업이지만 장비를 불러서 작업한 김에 야간작업을 추가로 해서 공사 기간을 4일 정도 단축시켰다. 건물이 들어올 자리는 방수포와 버림 콘크리트가 깔렸고, 주차장으로 갈 통로도 버림 콘크리트를 했다. 그리고 마당과 조경을 할 부분은 다듬어 놓기만 했다.


이렇게 작업해 놓은 토지를 보니 어느 정도 규모가 짐작이 갔다. 건물이 놓일 자리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이 공간이 우리가 앞으로 생활할 공간이 된다니 뭔가 신기했다. 레미콘에서 콘크리트가 나오고 그걸 포클레인이 받아서 바닥에 놓으면 밀대로 밀어가면서 펴 바르는 작업이 끝나니 저녁 7시가 되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첫 발을 오늘 내디뎠고 순탄하게 진행되어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이른 아침부터 계속 현장에서 애쓴 설계사, 시공 대표,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공사 끝무렵에는 왼쪽 집에서 구경을 나왔다. 저번에 인사드렸던 사모님과 남편분이 나와서 간단한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눴다. 준공하는 그날까지 이제 공사의 나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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