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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Sep 26. 2022

콘크리트 타설

꼬박 12시간을 진행한 어제의 첫 공사를 지나서 착공 2일째인 목요일은 오전에 먹 작업이라고 해서 버림 콘크리트를 한 건물 면적에 선을 긋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기초 바닥 공사로 철근 작업을 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일기예보에 있지 않은 비가 내려서 공사가 괜찮을까 궁금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SNS로 아내가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는 연락이 있어서 공사 현장에도 비가 내릴 듯해서 염려가 되었다. 퇴근을 한 후 가는 길에 비는 그쳐서 거의 내리지 않았지만 점심 이후 오후에 계속 쏟아진듯했다. 공사 현장에 가니 한창 철근 작업 중이었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아서 마무리 작업에 지장은 없어 보였다. 시공 대표와 작업 반장, 많은 분들이 나와서 작업하고 있어서 근처 슈퍼에서 음료를 사들고 나눠드리며 인사를 나눴다. 공사 현장이 궁금했던 외삼촌도 만나서 대표에게 외삼촌은 궁금한 점들을 많이 물어봤다. 


버림 콘크리트 후 먹 작업


철근으로 구획을 나누고 한 것을 보니 생각보다 집이 넓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설계 도면을 바탕으로 해서 그려놓은 것이니 느낌이려니 했다. 이 공간이 우리가 살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니 철근 하나하나에도 관심이 갔다. 바닥 콘크리트 타설부터 해서 1, 2층의 벽까지 세우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지만 지붕을 올리는 데에는 거푸집을 대고 해야 하니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했다. 골조 공사가 끝나는 것은 11월 중순이 된다고 해서 앞으로 한 달 하고 일주일 정도가 남았다. 그 이후에는 창호 공사부터 해서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니 날이 완전히 추워지기 전에 그래도 어느 정도는 끝나는가 싶었다. 


착공이 시작되니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이 보여서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어머니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 공사 현장을 보여주고 설명도 하면서 무성했던 풀숲이 바뀐 현장을 생동감 있게 보여드렸다. 오늘은 이렇게 작업이 끝나고 내일 철근 용접 작업, 설비 작업과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대표와 인사를 하고 외삼촌과 둘러보는데 근처에 사는 주민분들이 와서 말을 걸어주셨다. 길 건너편에 사는 분은 건축에 해박한 지식이 있어서 설명을 잘해주었다. 그리고 이곳 전원주택 단지 마을의 중책을 맡고 있는 할머니 한 분도 관심 있게 공사 현장을 봤는데 직접 본인 집을 짓는데 참여를 많이 해서 그런지 상당히 대화의 깊이가 있어서 내심 놀랐다. 너무 잘 아신다고 말씀드리자 두 번째 집을 지으면 정말 잘 지을 수 있을 거라며 이곳이 계속 빈 땅이었는데 집이 지어져서 좋다며 덕담을 건네주었다. 


공사 3일째인 금요일 오전에는 토목 배관 작업을 하고 오후에는 콘크리트 타설을 하기로 했다. 목요일에 마무리 짓지 못한 철근배근 작업을 완료하고 전기, 통신 공배관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비가 보슬보슬 약하게 내리고 있었지만 작업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서 바닥 콘크리트 타설이 오후에 진행되었다. 바닥 기초 공사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 콘크리트 타설은 거푸집 안에 콘크리트를 들이붓는 작업인데 수평화가 잘 되어야 하고 이후 모든 작업의 기초가 되기에 정말 중요한 작업이었다. 펌프카의 기다란 펌프 통에서 우수수 쏟아지는 콘크리트가 단단히 굳어져 탄탄한 집의 기초가 되길 기도했다. 다행히 비가 많이 내리지 않고 적당히 내려주면서 양생이 잘 되도록 도와 주웠다. 콘크리트 양생이란 타설 이후 단단해지는 경화 작용이 잘 되도록 보호하는 작업을 뜻한다. 이때 너무 날씨가 덥고 건조하면 너무 빨리 마르기 때문에 갈라짐이 생길 수 있어서 적당히 내리는 비는 양생에 도움이 된다. 주말에도 비가 간간히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첫 콘크리트 타설
콘크리트 타설 후 작업
철근 배근 작업


마당에는 법적으로 나무를 심어야 하는 것이 있다. 나무를 심는 공간 외에는 잔디를 깔고 잔디와 나무 사이에는 자연석이나 벽돌 등으로 경계를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는 비용적인 문제로 경계 표시는 따로 하지 않고 토사면을 비스듬히 해서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기로 했다. 마당 토지를 다지고 마사토를 깔고 잔디를 심고 하는 것, 옆 집과 경계선 마감을 하는 것 등이 추가 비용으로 들어가게 되어서 어머니는 공사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벌써 추가 비용이 생기는 것에 대해 염려를 했다. 그래도 공정 상 필요한 부분이기에 시공에서 제시를 한 것이라서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할지 결정해서 진행되기에 견적을 잘 확인하면서 일 처리를 하면 되는 부분이었다. 


전체 견적에서 상세하게 부분별로 들어가는 자재의 스펙과 가격까지 모두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쪽에서 보았을 때에는 착공 이후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것이나 전체 상세 견적이 나오지 않고 공사비와 공정표를 가지고 공사가 시작되고 상세 견적은 공정별로 따라서 나오는 것에 대해 거리감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 집을 지어보는 입장이어서 여기저기 주워들은 것은 있어도 실무적인 경험이 전무했기에 긴가민가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우리가 믿고 건축사사무소와 시공사에게 의뢰를 한 것이기에 전문가의 진행이나 방식에 대해 최대한 존중하면서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믿음에 대해 의구심이 생길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에는 물어보면서 서로 대화하는 것이 가장 빠른 답을 찾는 방법이었다. 단독 주택 공사는 기본적으로 직영 공사이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나서서 공사를 진행하고 하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의문 사항은 확인하고 조율하면서 진행하되, 견적은 꼼꼼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공사가 시작되니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처음 겪는 일로 사람 간의 관계성이 나를 가장 크게 괴롭혔다. 내 성향상 착공 시작부터 이런 상황이 여러 번 생기니 4달 후 입주를 할 때까지 마음을 놓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를 하고 짐을 딱 풀어야 한숨 놓을 듯했다. 건축의 속도를 내 마음이 따라가지 못해서 일어나는 부조화가 안정되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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